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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30. 2023

오늘의 봄 같은 순간

23-03-08


여행 선물을 맡겨 놓으셨다는 학생의 연락을 받았다. 마침 외출도 해야 하고 시간이 비어 오후에 선물을 찾으러 갔다. 너무 예쁜 꽃집이다. 학생의 친구분이 운영하시는 곳이다. 잠시 기다려 달라며 꽃다발을 만들어주겠다고 하셨다. 학생이 미리 부탁해 놓으신 거였다. 기다리는 동안 커피도 한잔 얻어먹고 가게 안의 꽃과 나무를 구경했다. 활짝 열어놓은 문 너머로 오후의 햇살이 환하게 스며든다. 꽃과 선물을 받아 들고 바로 앞에 있는 정원으로 갔다. 가끔 오던 곳인데 전엔 몰랐던 숨어있던 공간이다. 낮은 나무들에 둘러싸인 벤치에 앉아 주위를 둘러본다. 책이라도 몇 장 읽었으면 했지만 마침 빈 손이다. 그렇게 가만히 햇살을 맞으며 살랑이는 바람도 느끼고 새 지저귀는 소리도 들어본다. 따스하고 평화롭다. 한아름 꽃도, 이 설렘도 모두 뜻밖이다. 집 밖을 나서기만 해도 여행이라더니, 오늘 하루의 한 줄기 햇살 같은 시간이다. 다시 찾아온 봄 햇살에 몸을 데우고 마음을 녹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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