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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Dec 27. 2022

3년 존버의 법칙


“딱 3년만 존버해라”


요즘 요가 원장님이 ‘존버’, ‘끈기’에 대해 자주 말씀하신다. 

선생님께서 처음 요가를 시작하시고, 3년 정도가 지나니 같이 수련하던 사람은 다 떠나고 혼자 남으셨다고 한다. 그 이후로 몇년 동안 요가를 하셨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지만, 일단 최소 20년 이상 경력이실 거라 예상한다. 지금도 주 5-6일 수련을 하신다고 한다. 아침 수업을 갈 때마다 항상 같은 자리에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수련하고 계신 선생님을 본다. 


“요가를 잘하고 싶으면 열심히 하는 자세도 필요하지만, 일단 끈기있게 지속 하는게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끈기.”

하루는 수업 중 낑낑거리고 있는 (나를 포함한) 학생들에게, 본인도 이 동작을 제대로  깨우치게 된지 몇 년 안된다며, 진짜 안될 것 같던 동작도 그냥 10년, 20년 하다보면 하나씩 되기 시작한다고 말씀하셨다. 영어를 배우는 과정과 꼭 닮았다. 사실 요가든 영어든, 피아노를 배우든 다 같다. 하나의 이치는 어디서든 통하는 법이니까. 


내년 4월이면 나와 수업한지 5년이 되는 학생이 있다. 무슨 영어를 5년이나 배워? 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발음교정부터 시작해 토익스피킹, 리스닝, 스피킹, 라이팅 거의 모든 영역을 다 거치며 여전히 열공 중이시다. 재작년에 6개월 정도 출장으로 인한 공백을 제외한, 4년이 넘는 시간동안 단 한번도 숙제를 거르지 않으셨고 (조금의 과장도 없이 진짜다), 웬만한 일로는 절대 휴강하지 않으셨다. 그리고 놀랍게도 3년이 지난 그 무렵부터 스피킹 실력이 쭉쭉 늘기 시작하더니, 올해 라이팅을 본격적으로 병행하면서 폭발적으로 실력 상승 중.

이 분의 히스토리를 잠깐 되돌아보자.

원어민이 알아듣지 못하는 정도의 부정학한 영어발음 때문에 항상 토익 스피킹 4-5 레벨에 그쳤다. 주말동안 서울까지 왔다갔다 하며 유명한 영어수업도 수강하셨지만, ‘발음부터 고쳐오세요’라는 말에 상처받고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나한테 연락을 주셨던 분이다. 회사 엘레베이터에서 외국인 직원이 혹여나 영어로 말을 걸까봐 노심초사했고, 그들의 How are you를 피하지 못한 날이면 good 한 마디 던지며 황급히 내리기 바빴던 공포스러웠던 과거의 썰을 풀어주셨다…. 

지금은 어떨까.

회사 1등급 기준의 토스 레벨을 거뜬히 통과하신지는 오래고, 스스로 회사 다른 팀 소속의 미국인 직원을 찾아가 일상 스몰톡은 물론, 업무 관련 주제로 영어로 대화하는 정도가 되었다. 즉석에서 피드백을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는 슈퍼 강심장 토커가 되어 가는 중.



내 오랜 친구 수희는 취미로 피아노를 배운다. 내가 알기론 진지하게 연습을 시작한지 이미 3년이 훌쩍 넘었는데, 가끔 정녕 취미가 맞나, 나 몰래 전공생으로 입학했나 싶을 정도의 강도 높은 연습을 한다. 요즘 실력이 생각만큼 늘지않아 고전하고 있다는 말에 존버! 응원의 말을 날려 줬더니, 바로 다음날 연습실 예약했다는 메세지가 왔다. 그 후로도 매일 연습영상이 올라 오고있다. 점점 더 피아노를 맛깔나게 치는, 더 멋진 예술인이 되어가고 있다. (글을 쓰면서 친구의 예전 연습영상을 찾아 보게 되었는데, 음알못인 내가 봐도 깊이가 달라졌다.)


“3년만.”

으엑! 3년을 어떻게 해! 너무 길어! 못해!

3년이란 숫자가 당장은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지난 3년을 돌아보자. 앞서 말한 이 두 사람처럼, 한 가지 일에 존버했다면, 지금은 뭐가 달라도 달라졌지 않을까? 게다가 3년만 투자해서 내가 잘하고 싶은 일에 유의미한 변화가 있다면, 성장할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는 버텨 볼만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3년만 버티고 나면 그 이후로는 쉽게 포기하지 않게 된다. 늘 하던 대로 꾸준히 계속 하게 된다. 한 번 그 깊이를 맛본 사람은 쉽게 떠날 수 없다. 각자의 방향성과 목표는 다르겠지만, 단순히 잘하는 것을 넘어 ‘더’ 잘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연말이다. 지지부진했던 마음을 리셋하기 좋은 시기이다. 1년 계획도 좋지만, 3년 존버의 법칙에 따라 3년 계획을 세워보자. 그리고 딱 3년만 존버해보자. 보다 다채로운 내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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