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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31. 2023

요가 가기 싫은 날엔 이 글을 읽자

23-03-15

그저 그런 날이 될 뻔했다.

갑작스럽게 두 개의 수업이 취소되었고 마침 피로감이 무척 쌓여 있던지라 가능한 시간 내내 누워있었다. 꼭 해야 하는 최소한의 일만 했다. 한 마디로 게으름을 피운 날이다. 그렇게 저녁 내내 누워있다 보니 슬슬 요가 수업 가기가 귀찮아졌다. 한껏 더 늘어지고 싶었다. 자다 깨다 하는 몽롱함 속에서 문득 ‘이렇게 하루를 끝내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을 했다. 몇 시간 뒤면 후회할 것이 분명했다. 이렇게 찌뿌둥한 몸과 마음으로 하루를 끝낼 순 없었다. 요가를 갔을 때 한 번도 ‘괜히 왔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오히려 가지 않은 걸 후회했던 시간을 떠올렸고 수련 후 느꼈던 개운함을 생생히 그렸다. 그렇게 몸을 일으켜 요가를 갔다.


나름 가볍게 먹은 저녁도 누워있느라 소화가 덜 되어 호흡이 잘 안 됐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선생님 구령에 따라 집중하며 내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다. 머리서기가 평소보다 잘 되지 않아 아쉬웠지만 아사나를 하는 도중에 그 이유를 스스로 찾아내어 이내 괜찮아졌다. 보완해서 다음에 더 잘하면 된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더운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수련하다 보면 곧 겨울이 온다. 계절이 반복된다. 아사나를 잘하고 못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지금 잘 안 되는 동작도 시간이 지나면 어느새 잘되고, 반대로 잘되던 동작도 안 되는 날이 오게 된다.’


오늘 아쉬웠던 것들, 아직 어려운 동작들은 차근차근 해내면 된다. 동시에 나이가 들어 힘든 동작을 하기 힘들어지기 전에 지금 더 성실히 수련해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그러니 더 결석하지 말아야지 하고.

게으르게 보낸 하루지만 오늘은 오늘만의 배움이 있었고 발전이 있었다. 다음에 또 이런 날이 오면 몸을 일으켰던 그 순간을 기억할 것이다. 분명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조금씩 변화를 맞이한다. 그저 그런 하루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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