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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Aug 31. 2023

중년 여성만 꽃 사진 찍는 거 아니야

23-03-16


카페 가는 길에 남자친구와 통화를 했다. 여기저기 핀 꽃을 보며 '어머~ 꽃이 너무 예쁘다' 했더니 중년 여성 같다고 한다. 나는 아주아주 어릴 때부터 꽃을 좋아했고 중학교 때 핸드폰 배경화면도 직접 찍은 꽃사진이었다고 말했다. 나이 들어서 그런 거 아니고 중년 여성만 꽃 좋아하고 사진 찍는 거 아니라고. 그러다가 갑자기 꽃을 참 좋아하는 나는 참 순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순수한 마음을 좋아한다. 순수한 내가 좋다.


동백, 적목련, 매화, 벚꽃, 수선화 - 오늘 본 꽃들이다. 여긴 남쪽 나라라 꽃이 빨리 핀다. 벚꽃은 여기도 조금 이르긴 하지만 가끔가다 빨리 피는 나무들이 매년 하나 둘 보인다. 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을 보니 마음이 바쁘다. 스쳐갈 봄의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 시간을 쪼개어 있는 체력 없는 체력 다 끌어다 봄 볕과 바람을 느껴야 한다. 오늘도 스타벅스에 가는 도중 나도 모르게 테라스가 있는 카페로 향했다.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고민했다. ‘바깥에 앉아... 일해볼까...?’ ‘장시간 저기서 일하기는 춥고 불편하겠지...?’ 밀린 일을 떠올리며 이내 마음을 접고 발길을 돌렸다.  


봄이 천천히 머무르다 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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