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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Oct 31. 2023

가을볕을 맞으며

23-10-18


#1

최근 나의 행복 야외 쉼터가 된 정원. 오늘도 날이 좋아 밥을 대충 먹고 후다닥 짐을 챙겨 나왔다. 요즘 너무 일을 안 해서 강제 추진력을 얻어볼 겸 노트북만 들고 왔는데 책을 들고 올 걸 후회했다. 가을의 볕, 초록의 나무, 살랑이는 바람 그리고 무릎 위 고양이에는 책이지 책!! 여전히 일은 하기 싫고 책이 없는 덕에 강제 글쓰기 시작.


봄, 가을 반짝 계절을 느끼기 참 좋은 곳이다. 여기 이곳의 빛은 특유의 따뜻함이 있고 그 빛과 어우러지는 동식물, 그리고 내가 있다. 발견하는 순간마다 행복하다 느낀다.

자연에 빛이 스며드는 또는 자연이 빛과 만나는 순간을 담은 풍경을 참 좋아한다. 가장 자연스럽게 내 삶과 가까이 있는 아름다운 찰나이기 때문인 것 같다.


볕 좋은 가을날, 정말 찰나의 시간이다. 더 추워지기 전에 공강마다 자주 와야지 다짐한다.



#2

요즘 글쓰기를 게을리한다. 아예 안 쓰고 있는 건 아니지만, 확실히 빈도수가 줄었고 막상 길게 늘어놓다가도 뭘 쓰고자 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도중에 접는 일도 있었다. 그렇다면 왜 (제대로 된) 글을 못쓰고 있을까?


1번, 글 쓰는 시간에 누워서 책을 읽는다. 데굴데굴 눈만 굴려도 되는 책 읽기는 글쓰기만큼 많은 생각의 노동을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지. 또는 미드. 미드는 더 수동적으로 시간을 편히 보낼 수 있다.


2번, 그러면서 저녁 루틴이 무너졌다. 글쓰기, 영어공부를 했던 밤 11시 이후의 시간에 자꾸 딴짓을 하다 잠에 든다. 오늘부터 영어공부 다시 시작할 예정이다.


3번, 수고로운 생각을 안 한다. 생각을 안 하니 글이 안 나오고 글쓰기를 안 하니 생각할 시간이 줄어들었다. 악순환. 근래 몸과 마음이 둘 다 피곤하여 깊이 생각하고 싶지 않았던 것도 있는 것 같다.


글쓰기는 언제나 수고로움을 수반한다. 노트북, 아이패드 또는 종이라도 펼치고 첫 문장을 시작하기까지가 가장 힘들다. 물론 글을 위한 생각을 하는 자체가 가장 수고로운 일이다. 오늘의 글이 무용하게 남을지라도! (이거 포인트!) 뭐든 펼쳐 일단 쓰자! 솔직하고 용기 있게 그리고 부지런하게 쓰자!



#3

요즘 글로 펼쳐내고 싶은 키워드, 노년.

<나의 시간을 안아주고 싶어서>에서 얻은 생각과 막내가 익숙했던 내가 어딜 가도 늙탱이 취급을 받는 나이가 되고 나서 새로이 겪는 이질감, 부적응기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 더구나 오랜 시간 혼자 일하고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지 않는 내가 드문드문 어설프게 겪어내는 중이라 생각만으로는 정리가 잘 되지 않는다. 쓰는 행위와 함께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져야지. (어쩌면 곧) 다가올 나의 노년에 나는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구체적으로 상상해 보고,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 시기를 맞이해야 지금 느끼는 이 감정에 배가 될지 모르는 지금은 알 수 없는 숱한 감정들을 지혜롭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대비를 해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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