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25
#1
오늘 마지막 수업을 할 때까지 요가를 갈까 말까 고민했다. 몸이 너무 무겁고 피로하여 아쉬탕가를 잘 따라갈 수 있을까 생각도 들었다. 며칠새 많이 먹어 배도 불룩해졌다. 볼록을 넘어 불룩한 배는 동작을 할 때 상당히 거슬린다.
그러거나 말거나 수업이 끝나고 주섬주섬 요가복을 입고 양치 후 요가를 하러 갔다. 갔다 오고 나서 절-대 후회할 것 같지 않아서다. 이렇게 격렬하게 요가를 가기 싫었던 적은 많다. 수련을 띵구고 집에서 누워만 있었을 땐 결국 찝찝하게 하루를 마감했었다. 게다가 죄책감과 후회로 정신적 피로도는 더 높아진다. 오히려 발을 질질 끌고 가더라도 요가 수련 후에는 늘 몸과 마음이 개운해져 돌아온다. ‘오늘도 잘했다!’라는 마음과 함께. 오늘도 역시, 다녀온 나를 칭찬한다. 그리고 생각보다 무리 없이 아쉬탕가를 잘 해냈다. 이렇게 남겨놔야 또 요가를 가기 싫은 언젠가, 오늘 느꼈던 감정을 구체적으로 떠올리고 하루라도 더 부지런히 수련할 수 있겠지.
#2
‘지난주에 선생님이 뭔가 굉장히 많이 알려주셨는데 그게 뭐였더라?’
오늘 수련을 하며 든 생각이다. 선생님 말씀을 듣고 있었을 때는 내 몸이 다 기억할 줄 알았다. 물론 강렬하게 남은 것들도 있지만 잔잔바리들은 휘발되었나 보다. 역시 나를 너무 믿으면 안 된다. 너무 아깝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간단하게라도 기록해 두는 습관을 다시 들여야겠다.
#3
최근 운전할 때 화가 많이 줄었다. 화도 내지 않고 천천히 달린다. 물론 빌런들에 대항하는 ‘이 C…’와 같은 반사적 추임새? 들을 완전히 극복하지는 못했지만 한결 마음이 편해졌다. 얼마 전 이 문제에 대해 글로 풀어낸 덕분이라 생각한다.
이렇게 내가 지금 겪는 문제 자체를 인식하고, 바깥으로 꺼내어 원인을 찾거나 해결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만으로도 유의미한 변화를 경험할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