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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Dec 23. 2023

2023년 연말 결산

위험하시기를, 가끔만 편안하기시를

<2023 결산>


올해의 인물 : 요가 원장선생님

올해의 공간 : OOO 서점

올해의 음식 : OO집 해물탕

올해의 소비 : 무선 키보드

올해의 도전 :

올해의 실패 :

올해의 단어 : 요가, 글쓰기

올해의 발견 : 사량도

올해의 재발견 : Chat GPT

올해의 여행 : 오사카, 청산도

올해의 브랜드 : 잇존

올해의 영감 : 요가 원장님의 말씀

올해의 책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올해의 영화 :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1.

가히 올해의 발견이라 할 수 있는, OOO 서점에 2023 연말 결산 글쓰기를 하러 왔다. 내년 1월이면 새로운 직장에 발령을 받고 평일 낮에는 더 이상 시간을 내어줄 수 없는 친구와 함께 말이다. 22년 시험에 합격하고 지금까지 예비공무원(반 백수)으로 지내온 이 친구와는 평일에 잦은 만남을 가졌다. 특히 월요일을 함께 보낸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삶의 권태로움에 새로움을 주는 변화들을 대체로 기쁜 마음으로 반기는 나지만, 나의 프리랜서의 삶과 찰떡같이 잘 맞았던 동네 친구의 9-6 라이프로의 떠나감(?)은 조금 아쉽다. 하지만 세상 일은 어차피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게다가 서로의 거의 모든 일상을 나누는 사이로써 그녀의 새 출발이 나에게도 어떤 자극점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약간의 기대감도 가져본다. 2024년엔 온전히 나 혼자 보내는 월요일이 더 많아질 것 같다. 그것은 그것대로 또 기대가 된다.



2.

올해의 도전과 실패에 딱히 떠오르는 키워드가 없다는 것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점에서 가장 아쉬운 점이다. 이렇다 할 도전을 하지 못한 것이 실패라면 실패일 수 있겠다. 비교적 안전한 선택들로 채워진 2023년이다. 풍파에 나부끼는 마음을 다스리며 보낸 시간이 많았다. 2024년 새해 목표 리스트에 ‘새롭고 어려운 일에 (꼭) 도전하기’를 올려야겠다.


12월이 되면서 거의 모든 수업이 화상수업으로 전환되었다. 내가 꿈꾸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에 한 발짝 다가섰다. 지금껏 생각만 해왔던 다양한 일들에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 올해 비워둔 도전과 실패의 빈칸을 채우는 새해가 될 수 있길.


‘위험하시기를, 가끔만 편안하기시를’

이거룡 교수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3.

23년에 빼놓을 수 없는 메인 키워드 두 가지, 요가와 글쓰기.

어느 순간부터 요가는 계속 상승세에 있다는 느낌이다. 매 수업을 들을 때마다 어떤 의미 있는 깨달음이 있거나 아사나가 좋아지고 있다(고 일단 나는 생각하고 있다.) 물론 7월 중순 오른쪽 다리 햄스트링이 찢어진 이후로 특정 자세들에 어려움이 생기긴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반기에 요가에 더 몰입하고 있다고나 할까. 요가를 더 잘하고 싶어 다이어트를 시작했고 글쓰기 글감의 상당 부분이 요가에 관한 이야기였다. 요가에 관해 지금 목표하는 것은 햄스트링이 완전히 나아 내년 3월에 아르주나 원장님 일요 마이솔 특강을 들을 수 있는 정도가 되는 것, 그리고 살을 좀 더 빼서 요즘 유행하는 스타일의 (배를 과감히 까는) 예쁜 요가복을 무리 없이 소화하는 것 등이 있다. 요가에 더 몰입할 수 있는 신체 환경을 만들기,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글쓰기로 넘어가 보자. 올해의 소비에 ‘무선 키보드’가 있을 만큼 꾸준한 글쓰기에 최선을 다했고 그만큼의 성과가 있었던 해다. 1월 1일 책방밀물의 매일 글 쓰는 모임에 참여하며 야심 찬 출발을 했다.


“2023년 1월 1일. 오늘부터 나는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 보기로 한다. 적어도 50일 동안은 매일 쓰는 사람이 되자. 더 이상 일부러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하지 않도록.”


1월 1일에 썼던 글의 한 부분이다. 50일간의 모임을 두 번 연속 참여하면서 100일간 꾸역꾸역 어떻게든 써냈다. 모임이 끝나며 느슨한 연대감과 약간의 강제성이 사라지자 짧은 글조차 써내는 일도 다시 힘들어졌다. 그렇게 어영부영 시간이 흐르고 8월의 어느 월요일, 1번에 등장한 친구와 단둘이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다. 지나고 보니 참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고 나니 내가 그렇게 바라던 ‘글을 쓰는 사람‘에 꽤 가까운 모습이 되어 있다. 외출을 할 때면 글을 쓰든 쓰지 않든 항상 무선 키보드를 챙겨 다닌다. 글을 쓰고 싶은 마음이 드는 언제든지 마음껏 그 순간을 남길 수 있도록 말이다. 별 다른 일이 있지 않다면 이렇게 글쓰기는 내 앞으로의 삶에 동반하는 일상의 행위로 쭉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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