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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Dec 26. 2023

뭐야, 나 크리스마스 좋아하쟈냐?

23-12-23



1.

요가 원장님의 말씀

애(愛) = 고(苦)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여 사는 일, 아이를 키우는 일, 요가 수련 등 사랑과 고통은 함께한다. 요가가 너무 좋아서 더 잘하고 싶은데 여기도 아프고 저기도 아프지만 하기 싫은 것도 참아내며 수련하는 고통스러운 과정이 있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근면과 성실‘ 수련의 기본이다. 근면함과 성실함이 없다면 그것은 수련이 아니고 연습일 뿐이다. (연습 :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계속해서 하는 행위)




2.

아쉬탕가 Full Primary Led Class를 오랜만에 들으니 조금 힘들었다. 이렇게 추운 날 요가를 하다 땀이 뚝뚝 떨어지는 건 오랜만이다. 나와 다른 클래스에서 마이솔 수련하시는 고수 회원님들이 많이 오셨는데 기본부터 고난도 동작까지 역시 잘 해내셨다. 그들이 쏟은 노력과 시간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움직임과 탄탄한 근육이 멋졌다. 아직까지 범할 수 없는 레벨에 있는 사람들이어서 그런가, 예전보다 잘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는 마음이 덜하다. 그냥 지금처럼 즐겁게, 때론 고통스럽게 요가를 배우다 부면 언젠가 나도 저렇게 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더 컸다. (물론 우리 요가원을 6개월이라도 더 빨리 다녔다면 정말 좋았을 거란 아쉬움은 지울 수가 없다 흑흑)


10년 동안 우리 요가원을 다니신 회원 두 분이 떡과 주스를 돌리셨다. 한 분야에서 10년이면 거의 뭐 전문가 아닌가. 언젠가 탈의실에서 어떤 회원님의 복근과 성난 근육들을 보고 속으로 입이 떡 벌어지게 감탄한 적 있었는데, 역시 예상대로 둘 중 한 분이 이 회원님이셨다. 멋졍... 나도 다리 얼른 낫고 더 열심히 해서 언젠가 나도!! 나도!!! 뒷방(마이솔 클래스)으로 수련하러 가야지.. 히히


2023년 12월의 끝자락, 지금 요가원에서 아쉬탕가 수련만 딱 1년 6개월째다. 지금보다 더 요가를 사랑하게 된다면 더 많은 인내와 고통이 따를 것이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기 위해 내 몸과 마음을 잘 살피고 달래야 한다. 더 이상 다치지 않았으면 한다. 과하게 힘을 들이기보단 유연한 마음으로, 동시에 근면하고 성실하게 매트 위에 오래오래 서있길 바란다.


p.s. 나도 10년 차에 떡 돌릴래! (버킷리스트 +1, 뚜둥!)




3.

레드 클래스 후 요가원에서 준비한 특별 이벤트, 경품 추첨을 매우 매우 기대했으나 역시나 난 꽝이었다. 그래도 오늘 특별 수업 덕분에 많은 사람들과 함께 땀 흘리며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었고 당첨된 분들께 부러움의 함성과 함께 박수도 힘껏 보내며 많이 웃었다(특히 만두카 핸드타월, 매트 받으신 분들 넘 부럽). 게다가 모두를 위해 준비해 주신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나게 포장된 쿠키를 선물로 받으니 기분이 아주아주 좋았다. 마칠 때 즈음 원장님께 케이크를 전달하며 다 함께 감사인사를 전하는데 내가 괜히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했다. 나의 F스러운 모먼트다. 내가 원장님이면 그 자리에서 눈물 조금이라도 훔쳤을 것 같은데 그녀는 확신의 T인 것으로 추정된다.


요가 수업이 끝나고 내가 티쳐로 자리한 수업에서는 예쁜 꽃바구니와 편지를 받았다. 선물로 주신 오르골 노래도 들어보고 맛있는 케이크도 먹고 커피도 마시며 즐거운 마음으로 수업을 마쳤다. 역시 집 가는 길 내내, 그리고 꽃바구니를 옆에 두고 글을 쓰는 지금도 기분이 아주아주 좋다.


‘나에게 크리스마스는 별 의미가 없다고, 어느 휴일 중 하나일 뿐이며 연말에도 들뜬 마음 크게 없이 일상은 늘 비슷하게 흘러간다’고 학생들에게 덤덤히 말했었는데. 뭐야, 나 크리스마스 좋아하쟈냐? 들떴쟈냐?


어느 학생이 내게 그랬다. 자기는 크리스마스에 거리의 사람들 표정을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해지는 게 있다고. 나도 오늘은 그들 중 한 명이었을까. 마음이 몽글몽글한 하루를 보냈다. 크리스마스이브, 크리스마스까지 별다른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남자친구랑 맛있는 거 해 먹고 보일러 따따시 틀어 영화 보고 시시덕대며 웃는, 그런 몽글한 시간을 보낼 생각을 하니 조금 들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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