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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메밀 Jul 17. 2024

통증이 내게 알려주는 것

24-07-11 | 아쉬탕가 요가일지


약 3주 전 이야기.


수련 빈도가 높아지자마자 손목에 무리가 왔는지 기분 나쁜 통증이 느껴졌다. 아쉬탕가를 처음 시작할 때 즈음엔 손바닥이 아프더니 이번엔 손목이다. 내 키와 덩치에 비해 손이 작고 손목이 약하긴 한데, 이렇게 또 아플 줄이야. 절망이다.


서울여행을 가는 도중에 통증을 알아챘다. 이럴 땐 수련을 쉬어주는 게 좋다는 걸 알지만, 서울에 아쉬탕가 원데이클래스를 미리 예약해 두었고 전날 취소하기가 좀 그래서 그냥 하러 갔다. 결국 여행 내내 찌릿한 느낌은 더 심해졌고 오른쪽 어깨까지 미세한 통증이 이어졌다. 생수 뚜껑도 따기도 힘들 정도였으니 뭐. 일요 마이솔은 이미 신청해 뒀고 부산에 오면 주 6일로 차투랑가 하며 굴려야 되는데 이러다 손목 관절염까지 얻는 거 아닐까 별 걱정이 다 들었다. 더 절망인 건 최근 선생님의 피드백도 받으며 완벽하진 않아도 나름 차투랑가를 제대로 한다고 했는데, 손목과 어깨가 이렇게 아프다니. 얼마나 허접하게 하고 있었나, 허탈했다.


어쨌든 요가를 쉬는 건 내가 생각한 선택지에 없었으니, 차투랑가를 평소보다 세 곱절 신경 써서 해보기로 했다. 무릎을 대고 내려가보기도 하고, 손가락 끝의 힘, 손바닥을 누르는 모양 그리고 발가락 끝까지, 온몸에 신경을 더더더 바짝 세워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론은?

3주의 시간이 지난 지금, 그때의 지릿한 손목 통증은 사라졌지만 완전히 깨끗한 느낌은 아니고, 언제든 재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예민하게 살피며 조심조심 수련을 해나가고 있다. 덕분에 차투랑가-업독-다운독 연결을 보다 차분하게, 신중하게 하게 된 것 같다. 현재까지는 해피엔딩!


부산으로 돌아온 후 Y선생님과 잠시 이야기 나눈 적 있다. 갑자기 수련 빈도가 높아지니 손목이 아픈데, 매일 수련하고 계신 선생님은 어디 아픈 곳 없으시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셨다.


“어휴, 안 아픈 곳이 없죠. 돌아가면서 아파요. 그런데 그럴 때는 오히려 다른 부위를 더 신경 써서 쓰게 돼서 좋은 점도 있어요.”



아래는 최근에 우리 학생이 제출한 영어일기다. 주된 내용은 감정에 관한 것이지만, 감정적 고통과 신체적 고통은 결국 우리 몸에서 같은 역할을 한다는 걸 알 수 있다.


I have been reading a book by Harris, an ACT therapist. The author asks us, the readers, “Why do these painful thoughts and feelings come to us? Do they just make us miserable? Or do they have some other useful purpose?” Essentially, emotions act as messengers carrying important information and come to us for a reason. Just like physical pain helps us escape from danger, emotional pain also conveys important information. When our minds generate painful thoughts and feelings, they are actually trying to protect us.



Y선생님의 말과 학생의 글을 바탕으로 긍정회로를 돌려보자면, 앞으로 요가를 하며 계속 마주칠 ‘통증’은 내 몸을 보호하기 위한 하나의 신호로써 받아들이면 된다. 게다가 원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 수련을 통해 매일 깨지고 한계에 부딪혀봐야 계속 성장하며 오랫동안 요가를 할 수 있다고.


그래그래, 몸도 마음도 아픈 곳 잘 살피며 즐겁게 요가하는 할머니가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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