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없는 신앙을 넘어
2024년 12월 3일
지난 몇 달간, 한 달에 한 번씩 기도원에 다니며 말씀을 들었다. 그곳에서 주로 구약의 모세오경, 특히 복과 저주에 관한 설교를 반복해서 들으면서, 내 마음은 점점 세상에서 누리는 복이나 성공을 신앙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산상수훈을 비롯한 예수님의 말씀은 내 시각의 균형을 바로잡아 주었고, 사랑과 온전함을 향한 새로운 길을 열어주었다.
구약의 율법을 누구보다도 잘 지킨 대제사장과 바리새인들의 누룩을 조심하라고 하신 예수님이 산상수훈에서 강조하신 부분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사랑'이었다. 대제사장과 바리새인은 '사랑'이 없었다.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하나님의 말씀을 지킬 것이라고 하였지만, 대제사장들은 사랑없이 형식적으로만 하나님의 말씀을 따랐기 때문에 예수님이 이들을 정죄하신 것이다.
구약의 복과 저주는 하나님과의 언약 관계 속에서 주어진 것이지만, 예수님은 고난을 통해 믿음을 연단하신다(욥기 23:10). 예수님은 우리 대신 십자가에서 고난을 받으시고 부활하셨으며, 하나님의 나라를 여셨다(히브리서 9:14). 우리는 이 땅에서 성공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하늘에 보물을 쌓아두고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바라보아야 한다(마태복음 6:20).
산상수훈에서 예수님은 당시 사람들이 오해하거나 잘못 알고 있던 신앙의 모습을 대조법으로 교정하셨다. 예수님은 단순히 새로운 교훈을 제시하신 것이 아니라, 잘못된 신앙의 길에서 벗어나도록 하셨다(마태복음 6:1-18). 예수님은 "대제사장과 바리새인의 누룩을 조심하라"(마태복음 16:6)고 경고하시며, 이들의 잘못된 가르침이 제자들까지도 오염시킬 수 있음을 말씀하셨다.
예수님은 율법을 폐하러 오신 것이 아니라, 온전하게 하러 오셨다(마태복음 5:17). 율법을 형식적으로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고, 마음에서부터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삶을 요구하셨다. 이는 신명기 30장에서 "온 마음과 뜻을 다해 하나님을 사랑하라"(신명기 30:6)는 말씀과도 연결된다. 바리새인들과 대제사장들이 실천했던 신앙은 사랑이 결여된 신앙이었다. 그들의 신앙은 주로 물질적 축복과 외적인 행위에만 집중되었고, 하나님을 향한 진정한 사랑이 부족했다.
이웃에 대한 사랑없음은 너무도 분명했다. 그들은 날 때부터 소경인 사람에 대한 무시에서부터, 창녀와 세리와 같은 사회적 약자들을 경멸하는 모습에서 명백히 드러난다(요한복음 9:34).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에서도, 강도당한 이스라엘 사람을 돕지 않는 제사장과 레위인의 태도는 그들의 사랑 없는 신앙을 보여준다(누가복음 10:31-32). 이는 율법의 핵심이 사랑임을 망각한 결과였다.
바울은 고린도전서에서 "사랑이 없으면 울리는 꽹과리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린도전서 13:1). 이는 아무리 뛰어난 신앙의 행위나 지식을 가졌더라도, 사랑이 없다면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뜻이다. 사도 요한은 요한일서에서는 "하나님은 사랑이시다"고 선언하며(요한일서 4:8), 신앙의 본질이 하나님의 사랑을 닮아가는 데 있음을 강조했다.
당시 유대인 중심의 신앙은 이방인, 장애인, 세리, 창녀를 배제했다. 그러나 예수님은 원수를 사랑하라고 가르치시며(마태복음 5:44), 하나님께서 의인과 악인 모두에게 해와 비를 주신다고 말씀하셨다(마태복음 5:45). 하나님은 유대인뿐만 아니라 이방인도 그리고 악인들도 사랑하시니 예수님은 우리도 하나님처럼 온전하라고 하셨다(마태복음 5:48).
예수님은 이를 구체적인 실천적 지침으로 알려주셨다.
원수를 사랑하라: "너희 원수를 사랑하며 너희를 박해하는 자를 위하여 기도하라" (마태복음 5:44).
희생적 사랑: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마태복음 5:41).
용서의 사랑: "너희가 사람의 잘못을 용서하면 너희 하늘 아버지께서도 너희 잘못을 용서하시려니와" (마태복음 6:14).
예수님의 사랑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직접 보여주신 삶의 방식이었다. 십자가에서 원수들을 위해 기도하신 예수님의 모습은 사랑의 완성이다(누가복음 23:34). 사랑 없는 믿음은 단순히 형식적인 종교 생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예수님이 보여주신 실천적 사랑을 따라갈 때, 나의 믿음은 비로소 참된 열매를 맺을 것이다. 나는 예수님의 사랑을 본받아 살기를 결단한다.
하나님 아버지,
레위기와 신명기를 읽으면서 제 부족함을 깨닫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겠다고 약속하셨는데도, 저는 왜 자꾸만 하나님의 말씀을 온전히 따르지 못할까요? 제 연약함을 고백하며 회개합니다.
주님, 하나님께서 복을 주시지 않으셔도, 제가 믿지 않는 가정에서 태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늦은 나이에 주님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감사합니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저는 이제 교회를 다니고 성경을 읽으며 기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최근에는 기도원에도 다니며 주님을 더 깊이 만나고자 했습니다. 주님의 은혜가 아니었다면, 저는 지금도 세상적인 성공과 명예를 쫓아 아둥바둥 살고 있었을 것입니다. 저를 주님께로 이끌어 주신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하나님, 제가 바리새인처럼 성경 지식만 쌓는 신앙인이 되지 않게 하시고, 대제사장처럼 형식적으로 예배드리는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주님을 더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며, 심지어 원수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제 힘으로는 이 마음을 가질 수 없음을 압니다.
예수님, 저를 만나 주시고, 성령의 불로 제 마음을 새롭게 하여 주옵소서. 주님의 사랑으로 제 삶이 변화되고, 온전한 믿음 안에서 살아가게 하소서. 모든 것을 주님께 맡기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