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욕심 내지 말자.

천천히 가도 괜찮겠지?

by 빛의투영

아직은 걷기가 참 좋은 계절이다. 잎이 무성해진 나무들은 여름의 향과 빛깔을 담아낸다.

지금은 이 모든 것을 즐기라 말하고 싶다. 곧 무더위가 엄습해 따가운 햇살에 산책은 엄두도 못 낼 테니.

장마 기간이 길다고 하니 이래 저래 걱정반 그래도 시원하려나 안도감 반정도다. 마른장마가 아니길.

작년 여름의 뜨거웠던 열기를 몸은 기억했다.

하우스 안은 입하를 시작으로 여름으로 돌입하는 중이다. 고추나무는 무성하게 자라 정글이 돼 간다.

몇몇의 나무는 까치발을 하고 손을 쭉 뻗어야 수확할 수 있다. 요즘 내게 여유가 뭐냐고 묻는 다면 '먹는 건가요?'라고 대답할 지경이다. 아침에 눈 뜨면 애들 챙겨 학교에 등교시켜 주고 고추를 따러 간다.

이번 주는 화요일부터 따기 시작해서 목요일인 오늘까지 수확을 했다. 100박스 오랜만에 수확 물량의 증가로 지갑이 두둑해진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후딱 지나간다.

아이들 학원에 픽업하고 돌아와 청소하고 밥하고 세탁기 돌리고 저녁 식사하면 보통 일과는 끝나지만

아들하고 하루 15분 영어공부를 한다.

고2 아들은 영어를 싫어했다. 한국 사람이 한국말만 잘하면 된다는 마인드다. 해가 바뀌면서 유튜브에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 중요성에 대해서 나왔었다. 같이 봤지만 아들은 시큰 둥 했다. 나는 뭐든 배우는 게 좋은데 천하태평인 아들 때문에 속이 터진다. 내가 하는 일에 뭐든 지지해 주고 응원해 주는 아들이지만 소귀에 경 읽기 하는 기분이다.

그래서 전략을 바꿔봤다.

"아들 네가 그림 그리잖아. 만약에 니 그림을 해외에서 전시하게나 판매를 할 때 계약서에 쓰여 있는 영어를 몰라서 사기당할 수도 있어. 아는 만큼 보이는 거다."

귀의 팔랑 거림이 느껴진다. 반응이 온다.

뭘 생각하는지 한 참을 말이 없었다. 싫다는 말은 안 나왔다.

"네가 유명해지지 말라는 법이 없잖아. 너는 상상력과 창의력이 좋아서 학원 선생님이 칭찬하셨잖아. 너는 무한 가능성이 있어.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지 안 그래?"

걸려들었구나.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쐐기를 박기 위해서 "영어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에 살고 있어. 엄마랑 같이 하자."

뭔가 달라진 눈빛 설득 성공이다. 중학교 선생님이 만드신 영어책을 하나 사서 매일 하루 15분 함께 영어 공부를 한다. 너무 길면 힘들어진다. 4개월 차 하루도 안 빠지고 열심히 하는 중이다. 아는 지식을 통틀어 재미있게 쥐어짜는 나다. 세상에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이제 제법 자신감이 붙었는지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고

아는 단어가 많아져 학교 영어 시간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책 한 권이 거의 끝이 나고 있다. 한 권이 끝나면 영어 동화책 읽기를 해볼까 한다. 작은 아이는 영어를 좋아해서 원어민 수준이다. 같이 하기도 하고 혼자서 유튜브에서 애니메이션을 많이 본다. 노래도 부르고

대사도 따라 하고. 아이마다 장단점이 있으니까 비교는 안 하려고 노력 중이다.

큰 아이한테 물어봤다. 영어공부하는 게 어떴냐고?

"이제는 영어가 조금 좋아져요. 엄마랑 해서 더 좋아요" 너의 영어 공부 파트로서 잘해보자 오래 쭉~


다크서클이 턱까지 내려오는 중이다.

첫 쪽지 시험에서 망한 기분이 들었다. 수업에서 들은 것은 기화되어 날아가버렸다. 요약정리 했던 것은 기억이 나는데 상담이랑, 기타 실행법을 정리를 못 했더니 백지상태.

큰 아이가 했던 말이 생각났다. 사람의 뇌는 컴퓨터보다 더 많은 것을 저장할 수 있지만 마음대로 불러오기가

안된다고 어디에 뭘 저장했는지 알 수만 있다면 좋을 것 같다고.

핵심 키워드를 잘 기억해 내야 하는데 어렵다. 2권도 거의 끝이 나고 있다. 3주(6일)에 1권을 끝 내기는 했지만 2권은 더 빠르게 끝날 지도 모르겠다. 외울 것이 산더미로 쌓여 간다.

일과를 마친고 하루 3시간씩 요약 정리하면서 문제도 만들고 공부를 하고 있다.

시중에 파는 문제집은 교수님께서 살 필요가 없다고 강조하셨다. 시험 치는 사람들의 기억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고 정확하지는 않다고. 책에서 나오니까 책대로만 글자 토씨하나 안 틀리게 보라고 하셨다.

특히 법률에서. 동물 파트에서는 2~3문제 나온 다는데 너무 많다. 2권의 반이 동물이다.

법률은 어렵고 동물은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 짧다. 1년은 공부해야 할 것 같은데..

3개월 만에 수업을 듣고 자율 공부 시간이 한 달 반 정도만에 시험을 봐야 한다니. 열심히 안 하면 안 된다.

체험 농장은 만들고 싶으면 가능하지만 치유농장은 치유라는 단어를 붙이기 위해서 자격증이 필요하다.

대통령령에 의해 만들어진 치유농업사. 기존 체험 농장이나, 교육 농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치유라는 단어도

이제 곧 제제가 생길 수 있다고 한다. 만약에 치유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면 치유농업사 자격을 가진 사람을

고용해야 한다는 법률에 명시가 되어 있다.


일은 많고 공부도 해야 하고 중앙 도서관에서 주관하는 책 만들기 프로 젝트로 해야 하는데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너무 욕심을 부린 것 같아서 후회가 밀려온다.

그래서 책 만들기 프로젝트에서 빠지기로 했다. 돈을 내고 공부를 하는 치유농업사는 포기할 수 없으니.

다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내가 너무 오만했다.

공부하는데 체력이 많이 필요하다. 올해 계획한 것 들에서 자꾸 벗어나고 있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다 보니

이 것도 저것도 아닌 것이 되어 가는 기분이 든다.


이번 연도에는 꼭 치유농업사를 따야지만 생각하기로 했다.


오늘도 나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너무 욕심 내지 않고 한발 한발 앞으로 나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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