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는 기분으로

공부하러 가요~

by 빛의투영

소풍 가는 기분으로 즐겁게 집을 나선다. 공부를 하러 가는 게 좋아졌다.

처음에는 아직 자격이 안 되는 내가 이 자리에 있다는 생각만으로 조금은 의기 소침했던 것 같다.

사람들과 어울리며 시간을 보내고 공부를 하다 보니 어느새 이 자리가 편해지기 시작했다.

지역별로 묶어 만든 스터디 그룹이자 친하게 지내라고 만든 D조의 조장이 되었다.

7명으로 출발한 우리 조는 같이 식사하면서 친해지신 한 분을 더 추가하면서 8명이 되었다.

찬찬히 살펴보면 모두 나보다는 나이가 많아 보이셔서 내가 조장을 해보겠다고 자처했다.

떠밀려하는 것보다 먼저 하겠다고 나섰다. 막내는 엉덩이가 가벼워야 한다고 누군가에게 들은 적이 있다.

로컬푸드 보수 교육을 들으러 가면 조를 나누어서 경쟁을 시키는 프로그램이 존재했다.

남편이 바빠서 내가 가는 날엔 어김없이 나이 드신 분 사이에 젊은 사람으로서 '네가 대표해'라는 말을

자주 들어서 익숙했다. 싫다고 말할 기회는 없다. '어서 나가' 익숙하면서도 책임을 나보고 지라고 떠민다.

상품이라도 걸리면 원망은 내가 고스란히 받았다.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말이다.

이번에는 다르다. 내 년에 아들이 고3이기도 하고 한 번에 꼭 합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공부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고 교수님들이 항상 말씀하셔서 같이 해보면 의지도 되고 혼자 떨어지면 부끄러울지도 모르니 열심히 하고 싶은 마음이 들 것 같아서 내가 해보겠다고 했다. 다들 환영하는 분위기였고 이미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강의 시간에 열심히 들어서 눈에 띄었다면서.

내 앞자리에 앉으신 분과 뒷자리에 앉으신 분 어쩌다 보니 전부 근처에 앉으시는 분들로 구성이 된 느낌이었지만 우연히 만들어 준 인연 같다. 단톡방이 만들어지고 첫날 모여서 점심을 함께하며 친해져 보자고 모였는데 교수님 전용식당의 거리가 멀었고 밥 먹는데 시간을 다 쓰다 보니 부산스럽기만 했다.

뭔가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각자 싸와서 같이 먹자 했다. 단톡방에서 모두 대답을 잘해주시고

좋은 사람들 같았다. 어제보다는 오늘, 오늘 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시간들이 되어 가고 있다.

첫 도시락으로 김밥을 5줄 싸가고 후식으로 딸기를 챙겼다. 비가 내려 추울까 봐 작은 컵라면 몇 개도 챙겼다.

남편은 공부하러 가는 게 아니라 소풍 가냐며 웃었다. 나는 먹는 양은 적지만 손이 큰 편이다.

같이 먹는 사람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두 번째로는 샌드위치를 만들어 갔다.

8개를 만들어가서 나누어 먹는데 파는 것보다 너무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레시피를 물어보셔서 간단히 설명드리는데 스리라차와 마요네즈가 섞여 있는 거 사셔서 발라 드세요.

했더니 까먹을 것 같다고 하셔서 빨간 마요네즈 찾으시면 된다고 알려 드렸다.

들어가는 재료는 이렇다.


<재료>

치커리, 로메인 , 적양배추, 토마토, 홀그레인 머스터드. 바질페스토, 스리라차 믹스 마요네즈,

닭가슴살, 쌀식빵.


야채는 모두 밭에서 나는 자급자족이다. 코스트코 가는 동생에게 부탁해서 사다 준 대용량의 홀그레인 머스터드는 언제 다 먹지 했는데 요기에 사용하면서 반이나 썼다. 무슨 맛인지 궁금해서 샀던 바질 페스토 어떻게 먹어야 할지 몰라서 가지고 있다가 꺼냈고, 마침 마요네즈도 떨어지고 연예인들이 쟁여놓고 먹는다는 스리라차 소스궁금했다. 마요네즈와 믹스된 것이 있어서 구입했다. 전날에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 두고 설레는 기분으로 잠이 들었다.

세 번 도시락은 샌드위치 만들고 남은 재료를 활용해서 유부초밥을 만들어 갔다.

모든 음식들이 반응 좋았고 함께해서 즐거운 점심시간이었다. 도시락 통이 텅 비어 버리는 걸 보는 건 꽤나

즐거운 일이었다. 남편이 소풍 가냐고 놀리면서도 가져가서 먹으라면서 알맞은 크기의 오이와 오이 고추를

씻어서 담아 주었다. 남편이 챙겨줬다고 자랑도 하고. 어깨 뽕이 아주 조금 올라가는 것 같았다.

모두 부르는 호칭은 '선생님'이었다.

다음 주는 어떤 도시락을 싸 올까 기대하시는 것 같아서 살짝 고민이 된다. 뭘 싸가야 하려나?

검색이라도 해볼까 싶다.


점심을 먹고 바로 시작되는 강의는 식곤증으로 눈꺼풀이 무거워진다. 잠이 오면 뒤로 나가 서서 들어도 되고 커피를 마셔도 되고 사탕을 먹어도 된다고 했다.

미리 준비해 둔 차도 마시고 허벅지도 꼬집어 가며 겨우 졸음을 이기기도 했다.

교수님의 농담 들으며 웃기도 하고 원예작물 시간에는 아는 것이 많아서 대답을 계속하다 보니 강제 아이컨텍이 되었다. 1:1 수업 같은 느낌이라서 뭔가 머쓱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다들 졸린 시간이라 조용했던 것인지 나도 눈에 힘을 계속 주고 있었던 건지 수업 끝나고 눈이 뻑뻑해서

인공 눈물을 넣어야 했다.

강의가 일찍 끝나서 집에 보내 주려나 했더니 종이 꺼내서 기출을 적어서 풀어 보라고 불러 주는 바람에 모두 아~ 했다. 뭔가 빠르게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교수님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제를 내주시고 1분도 기다리지 않고 답을 불러 주시며 "여러분 어제 배운 겁니다. 이게 기억 안 나면 모두 시험 불합격 하겠는데요."

너무 빨라서 문제도 다 적지 못 했다. 그럴 줄 알고 녹음을 했지만 집에 와서 몇 번을 돌려 적으면서 단톡 방에 공유해 주었다. 이 번 한주도 참 빠르게 지나갔다.

자격증 시험이라기보다는 수능을 준비하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외워야 할 것도 많고 서술형으로 문제를 만들어 가면서 공부를 해야 될 것 같다. 1차를 준비하면서 2차를 같이 준비하는 것이다.


1권이 끝나고 쪽지 시험을 보긴 했었다. 모두 경악을 하는 동시에 종이를 계속 넘기는 소리만 들렸다.

오픈북으로 전환되고도 어디서 나왔는지 한참을 헤매다 다 적지 못하고 제출 후 답지와 함께 돌려받았다.

2권이 끝나면 또 시험을 본다. 3권이 끝나면 전체 적으로 모이고사를 본다고 했다. 이건 수료증을 받는데

영향이 있단다. 수료증을 받아야 자격증 시험 응시자격이 주어진다.

어떻게든 공부는 해야 한다. 수료증만 있어도 국가에서 지원은 해준다고 하니 분위기는 또 다른 국면을 맞이할 것이다. 기왕 시작한 거 자격증은 따야지.

우리 조 선생님들께 "낙오 있으시면 안 됩니다. 선생님들 아시죠?"라고 자주 말씀드린다.

쳇 지피티와 함께 책을 스캔해서 같이 예상 문제를 만들어 보고 있다. 따로 정리를 하는 것보다 모두 문제를 만들면서 공부하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책만 잘 보면 된다고 했으니까.

시험지가 유출이 안되는데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책이 믿음이 없다며 사지 말라는 교수님들이 많으셨다.

시험의 유형은 바뀔 수도 있다. 1회, 2회 때와 3회, 4회 시험은 완전 다른 유형이었다고 했다.

날이 갈 술록 시험은 더 체계를 갖춰가고 어려워질 예정이라는 것이다.

사실 1회 때 2차 시험이 서술형이라서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단답형과 약술형으로 바꿔서 조금 할 만하다고 한다. 작년 합격율은 1차는 70% 2차는 20%라고 했다. 1차를 합격해야 2차에 떨어져도 1번의 기회가 더 주어진다. 1차에 떨어지면 다시 돈 내고 수강을 다시 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건 안 된다. 피 같은 내 돈 백삼십만 원이 아까워서라도 꼭 합격을 해야 만 한다.


오늘도 나를 만나러 와 줘서 고마워.

꼭 합격하고 싶으니까 열심해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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