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잖아. 나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건 아니야.

by 빛의투영

입을 무겁게 해야 할 것 같다. 말을 좀 적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요즘이다.

말을 많이 하다 보니 너무 가벼워 보이는 기분이 든다. 처음 보는 사람과는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지만

얼굴이 익숙해지면 오지랖이라는 것이 발동을 한다.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도움을 주지 않으면 기분이 영 개운하지가 않다.

여건이 안되거나 무리다 싶은 것은 핑계라도 될 수 있지만 할 수 있음에도 그냥 지나친 것은 문득문득

기억에서 그때 도와줬어야 했는데 라는 생각에 사로 잡힌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니긴 했다. 나의 주변환경이, 여건들이 변화게 만들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이기적인 사람까진 아니더라도 내가 손해 보는 것은 싫었다. 도와 달라고 하지도 않는데

먼저 나선다는 것은 생각도 하지 않았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일은 스스로 해결해야 직성이 풀리던 나는 남에게 손을 내민 다는 것도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살면서 배웠다.

아이들을 키우면서 좁디좁았던 내 세상은 점점 확장되고 있었다. 아이들이 자라는 만큼 나도 성장하고 같이 배워 가는 중이다. 소통이라는 것이 얼마나 소중하고 중요한 것인지 지인들에게 강조를 하고 있다.

결혼을 친구들에 비해 일찍 한 편이다. 아이들도 30대가 되기 전에 자연분만으로 낳았고 몸의 회복도 빨랐다.

아이들이 16개월 차이라서 독박 육아를 했지만 체력이 그만큼 따라 주었다고 생각한다.

40대에 출산을 했다면 지금까지 아이들과 함께 했던 것들을 같이 해주지 못했을 것이다.

독립 서점에서 개인 강연자를 모집했던 적이 있었는데 용기를 내어 내 이야기를 해보려고 계획서를 작성하고

주체자를 찾아가서 이런 주제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겠냐고 물어봤었다.

장애아이를 키우며 울고 웃었던 이야기와, 사춘기 없이 사춘기를 보낼 수 있었던 아들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사람들이 궁금해할 거라고 적극적으로 호응해 주셨다.

한 참 대본을 쓰다가 생각했다. 나보다 더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많을 텐데.. 내가 뭐라고 나서서 이야기를 해도 되는 걸까? 내면 속에 숨어 있던 소심함이 불쑥 튀어나왔다.

겉 보기에는 에너지가 많아 보이지만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사서 걱정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의심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개인 강연자의 강연을 들으러 가끔 가보면 그 사람의 추종자(지인)들이 많이 오셔서 분위기를 좋게 해 주고 지지를 많이 보내 주는 것을 보면서 더 작아지는 나를 느꼈다.

장애 아이와 비 장애 아이를 같이 키우다 보니 중심을 잘 잡야 했고 내 일상은 늘 아이들 위주로 흘러가다 보니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잘 지낼 시간이 없었다.

그동안 친구들도 만나지 못했고 나에게는 가족뿐인 시간들을 12년이나 보냈다.

그 노력 덕분에 자폐 2급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는 기능이 모두 좋아졌다. 재활센터에서 기능이 젤 좋은 아이로 통하게 되었다. 그 시간들을 후회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 앞에 나서서 할 용기가 아직은 없는 것 같다. 새로 옮긴 센터에서 소장님은 나를 엄마들에게 소개해주고 싶다고 했다가 부담스러워할 것 같아서 안 되겠다고 말을 했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아이를 처음 데려 와 아이에 대해서 설명해 주고 나는 아이를 위해서

여러 가지를 하고 있다고 말을 했었다. 나의 목표는 아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스스로의 인생을 살아가도록

지금 최선을 다해서 돕는 것이라고 했다. 눈이 동그래지면서 놀라워하셨다.

나는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다. 그냥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고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우는 중이다.

다른 부모들은 집에서도 이렇게 해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라고 말을 하면 지쳐한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너무 힘들다고 하소연을 하고 센터에서 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좋아지질 거라는 확신이 없어서 더 빨리

지치는 것 같다고.

나는 그 마음을 알 것 같아서 안타깝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은 심정일 수도 있다.

독에 더 많은 물을 채워 넘치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안된다는 생각을 베이스로 깔고 간다면 전제 조건이

이미 고정관념 같아서 의욕이 없어진다. 너무 많은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더 머리만 아프다.

가끔 머리를 비우고 당장 해야 되는 일들을 하다 보면 변화는 시작된다.

안되면 될 때까지 무한 반복을 하면 된다. 지칠 때는 나를 위한 휴식을 하고 충전 후 다시 하면 된다.

말이 쉽다고 생각하겠지만 더 좋아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그 마음부터 비워야 한다.

나는 앞만 보고 달려왔다. 뒤를 돌아보면 비교라는 것과 좌절이 함께 찾아온다.

희망이라는 단어는 참 좋은 거다. 앞으로 좋아질 거라는 여지를 담고 있어서 더 열심히 살게 한다.

처음엔 마음을 비우는 것보다 지금 처해진 상황이 더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나에게 왜라는 무수한 물음표만이 존재했었다. 시간이 해결해 준다는 말은 허황된 꿈같은 거다.

아무 노력을 안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더 나빠진다.

부모님의 성실함이 나에게도 있었던 모양이다. 꾸준히 성실히 내 아이를 지켜온 내가 요즘은 참 기특하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지면 내 시간도 늘어나고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많아진다

지금 당장 힘들다고 해서 포기하지 말았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들에게 먼저 다가갈 때가 있는데 엄마들은

네 아이는 그 정도는 아니잖아 하는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정확히는 눈으로 욕을 하는 것 같다. 복지카드를 쓰윽 내밀면 두 눈을 비비고 다시 카드를 보다가 아이를 바라본다. 나는 미소를 한 번 지어주고 아이와 손을 잡고 그 자리를 나서곤 했다.

동병상련 같은 마음이지만 오지랖이라는 것을 안다.

인사도 잘하고 사람에 대한 관심도 많고 묻는 말에 대답도 곧 잘한다. 소통이 조금 느리지만 아이는 늘 행복해 보인다. 장애인인지 모르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다.

내가 그렇게 키웠다. 나의 노력이 말이다.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분명하고 그 능력을 발견해서 키워주는 것은

부모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집에서 촉감 놀이와 미술 놀이를 많이 했고 미술관도 많이 다녔던 것들이 아이들에게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두 아이다 입시 미술 학원을 다니면서 그림 실력을 키워가고 있는 중이다.

좋아하는 것이 있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다.

아이의 입장에서 공감해 주고 좋아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주며 함께 해주는 것이 사춘기를 평화롭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지인은 사춘기 아이가 악마 같다는 표현을 한 적이 있다.

어쩜 네 아들은 저리 다정하니 애가 참 착하다는 말도 했었다.

지랄총량의 법칙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검색해 보며 '사람이 살면서 평생 해야 할 지랄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는 의미'라고 나온다.

아들은 어릴 때 좀 힘들었던 것 같다. 외가 쪽 첫 손주라 손을 많이 탔다고 할 수 있다.

비강은 또 왜 그렇게 좁은지 바로 누워서는 잠을 잘 못 자서 늘 내 배 위에서 엎어서 잤다.

좀 자라서는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사고란 사고는 다 쳤다고 할 수 있다. 눈에 멍이 떠날 날이 없었고

화분의 흙은 제다 퍼내고 침대에서 뛰어내려서 머리로 떨어지기도 했었다.

앞으로 가자고 내려놓으면 뒤돌 달아나 잡으러 다니기 일 수였다. 자기 핫도그 다 먹고 동생 핫 도그 뺏아서 먹고 울리곤 했다.

지금은 그 이야기를 하면 "제 가요?"라고 하면서 웃는다. 지금은 세상 젤 젠틀한 청소년이라고 할 수 있다.

아들은 내가 젤 무섭고 젤 좋다고 했다. 무슨 의미냐고 물으면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능청스럽게 말한다.

그건 아빠를 빼닮았다.

아이 키우는 이야기를 글로 써 달라는 요청이 가끔 들어온다. 예전 센터에서도 지금 센터에서도.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고 할 여유가 없었다. 기록도 없고 사진으로 남겨 둔 것이 있지만 앞만 보고 달렸고

매 순간 최선을 다 할 뿐이다. 사람마다 양육 방식이 달라 조언을 해주고 싶어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안 하기로 했다. 가끔 발동되는 오지랖도 말을 아끼기로 했다.

평화로워 보이는 호수에 돌을 던지는 기분이 든다. 기존에 방식을 바꾸라고 말할 자격은 없으니.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는 건 더더욱 싫다.

센터에서 피드백 시간에 내 방식을 검증받고 싶어서 이렇게 하고 있는데 괜찮은지 물어보면 어머니 보다

열심히 하는 사람이 없어요. 라며 기록을 하시면서 엄마들에게 들려주고 싶다고 하셨다.

난 아직도 모르겠다. 내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지. 치유 농업사를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방법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아.. 공부해야 하는데 시간은 왜 이리 부족한 걸까?

머리가 안 돌아간다. 교재를 달달 외우라는데 큰 일이다. 2권의 끝 쪽지 시험이 내일이다.


오늘도 나를 만나러 와줘서 고마워.

시험 걱정에 도망가고 싶은데 그래도 공부하러는 가야겠지?

조장을 맡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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