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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민생회복 소비쿠폰

by 빛의투영

9월의 마지막주. 하늘은 높고 구름이 많다. 나뭇잎들이 하나둘씩 물들어 가고 있어 가을이 더 깊어져가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 작년보다 더 일찍 찾아온 가을 느낌이라고 할까?

한 여름의 무더위 기승이 한풀 꺾이자마자 저녁으로 제법 쌀쌀해졌다. 하우스에서 일을 하다 보면 늘 여름

같지만 겨울의 추위는 한숨 돌리는 숨구멍 같다.

5개월 만에 드디어 글쓰기 모임에 간다. 좋은 결과를 가지고 갔더라면 좋겠지만 아직은 끝난 게 아니기 때문에

실망하기 이르다. 이제 공부하는 법을 조금 더 알게 된 것 같아서 잘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한 주가 하루처럼 흘러갔다. 인생의 2막 같은 작기가 시작되었다. 이제는 백수가 본업으로 돌아갈 시간

이다. 밭을 만들고 모종 심을 준비를 하고 정식을 하고 나면 본격적인 생산을 위한 작업들을 하나씩 하나씩 준비를 해간다. 올해 도전은 오이맛고추(아삭이) 그리고 백다다기 오이로 정했다.

늘 한결 같이 같은 품종을 할 수도 있고 새롭게 도전을 해보기도 하는데 어느 작물이 시세가 좋을지 눈치 싸움 같기도 하고 1년에 한 번씩 도박을 하는 기분이 든다.

농부는 농산물의 품질로 말을 한다고 하지만 제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수요는 한정적인데 공급이 많아도 안 되고 날씨도 도와줘야 하니 도박에 가깝다.


머리를 짧게 잘랐다. 미용사분과의 소통이 잘 안 되어서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아이들 어렸을 때 했던 커트 머리를 다시 하게 된 것이다. 단발에 가깝게 커트를 해달라고 했었는데 말이다.

긴 머리가 바닥에 뭉탱이로 떨어지는 순간 이미 끝났음을 직감했다. 웃고 있는데 눈물이 났다.

이제 그 미용실은 영원히 아웃이다. 아무튼 사람들 반응도 너무 궁금하고 빨리 만나서 안부를 묻고 싶다.


주제: 있었는데 없었습니다.


1차 민생회복 쿠폰을 신청하던 날이 생각이 났다. 남편과 함께 아이들 것까지 신청하기 위해서 면사무소에 도착해 주민등록 등본을 1통 떼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까지 길게 이어진 줄은 오늘 안에 집에 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반촌인 거주지에 살다 보니 아파트도 많고 공군부대도 있고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계속 이어지는 줄 서류작성을 하고 대기실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20분 걸린 것 같다.

가속도를 더 해가고 있었지만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설명하는 공무원들의 분주함이 재촉할 수 없게 했다.

4장을 받아서 남편은 자기 거라며 가져가고 나머지 세장은 내 손에 들어왔다.

혹시나 싶어서 고등학생인 아들에게 "니 이름으로 나온 거긴 한데 엄마가 학원비로 써도 될까"하고 물어봤다.

아들은 너무도 쿨 하게 "그러세요"라고 했다. 용돈이 부족하지 않다고 괜찮다고 했다.

양가에서 가끔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시기도 하고 매달 받는 용돈은 통장으로 고스란히 모여 있다고 했다.

버스비도 학생 100원으로 바뀌면서 돈을 쓸 일이 별로 없다고 했다.

가끔 학원으로 이동하는 중에 음료하나 사 먹는 게 다인 큰 아이다. 두 아이가 다니는 미술학원이 딱 18만 원이 어서 한 달 치 학원비로 지출을 했다. 깔끔하게 써버린 것 같아서 뭔가 시원 섭섭하다.

내 이름으로 된 소비쿠폰은 식비로 지출되었다. 카레라이스 재료, 김밥 재료, 바비큐용 고기 등으로 사라졌다. 그렇지만 나에게는 두 가지 더 사용할 카드가 남아 있었다.

일 년에 한 번씩 주어지는 농업인의 혜택 그것은 농업인 수당과 여성농업인 바우처이다.

농업인 수당은 30만 원, 여성농업인 바우처는 20만 원 농한기인 여름에 사용하기 좋게 나오는 것 같다.

남편도 농민 수당을 따로 받는다. 작년에는 낚시 도구를 샀다고 자랑하다가 혼이 났다.

홀랑 자기를 위해 다 쓴 것이 자랑이냐고 핀잔을 주었다. 작년에 나는 무얼 했더라?

음.. 아이들과 서점에도 가고 영화도 보고 외식을 했던 것 같다. 이번 농민 수당으로 웍 하나와 프라이팬을 하나 샀다. 적당히 쓰다 버리지 뭐 하고 샀던 것 들은 수명이 너무 짧기도 하고 잘 눌어붙어서 장바구니에 담아 두었던 것을 질러 버렸다. 비싼 것은 비싼 값을 한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너무 무턱대고 비싼 것을 사는 것보다 알맞은 소비가 좋은 것 같다. 요즘 요리 할 때마다 힘이 덜 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몇 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새것 같다.

여성농업인 바우처를 찾으러 갔던 날 10원도 남기면 안 된다고 신신당부를 들었다.

얼마나 준다고 남을 게 있겠냐 생각을 했는데 80원이 남았다.

여성농업인 바우처는 여성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서 복지 문화 건강분야에서 사용가능한 바우처를 지급하는 제도이다. 머리를 해도 되고 장을 봐도 된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밥을 한 끼 먹고 친정부모님을 모시고 밥을 한 끼 먹었더니 2만 원이 남았었다.

그걸로 마트에서 아이들 간식사고 80원이 남은 상황이다. 마지막까지 탈탈 털어 쓸 작정이다.

2차 민생회복 쿠폰을 신청하러 가야 한다. 남편이 이번에는 4장 모두 학원비로 지출하자는 말을 했다.

안 그래도 그렇게 할까 생각하는 중이었다. 이번에도 큰 아이에게 물어봤다.

"엄마 마음대로 하셔도 됩니다."라고 했다. 큰 아이에게 여자친구가 있어서 용돈이 부족하지 않을까? 생각을 했는데 괜찮다고 한다.

이제 열심히 작물 키워서 돈 벌 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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