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 한국판 사랑과 영혼
한국판 <사랑과 영혼>이라 불리는, 최진실과 김승우 주연의 영화 <고스트 맘마>는 가수 노영심의 남편인 한지승 감독이 연출했고, 기획 1세대인 황기성 사단의 작품이다. 내가 CG 감독을 맡았다.
<고스트 맘마>가 촬영될 당시엔 영화진흥공사의 남양주 세트장이 아직 완공되기 전이었다. 원래는 CG 작업을 위한 특수촬영 분량이 있어서 나도 현장에 들어가야 했지만, 촬영기사 정광석이 CG에 대한 불신이 커서 나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그때만 해도 ‘촬영감독’이란 호칭 대신 ‘촬영기사’라고 불렀다. 그는 자기가 다 알아서 찍겠다며 아예 나를 제외하고 세트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물론 특수촬영을 위한 콘티는 내가 다 그려줬다. 그런데 막상 촬영을 시작하니 자신이 없었는지 결국 제작사로부터 나에게 세트장으로 들어와 달라는 요청이 왔다. 내가 합류한 날은 토요일이었는데, 마장동에서 남양주 세트장까지 가는 데 무려 다섯 시간이 넘게 걸렸다. 주말 트래픽이 정말 지옥 같았다.
겨우 도착해서 특수촬영을 마치고 숙소로 향했는데, 또 다른 문제가 생겼다. 내가 나중에 합류하는 바람에 모텔에 방이 모자랐던 것이다. 제작사는 미안해하면서 정광석 기사와 방을 같이 쓰면 어떻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가뜩이나 사이도 좋지 않은데, 결국 한 방에서 자게 된 거다.
정광석 기사의 별명은 ‘끌탕’이다. 외모는 불독처럼 생겼고, 성격은 불같아서 붙은 별명이다. 당시 남양주 양수리엔 모텔이 딱 하나 있었는데, 그게 바로 러브모텔이었다. 그런 양반이랑 한 방에서 자는 것도 모자라, 러브모텔의 물침대에서 함께 잠을 자게 되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 거다.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