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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찾은 보물 같은 식재료들 4.

특별한 사과와 배 이야기

by 해바라기

첫 만남, 어머니가 챙겨주시던 사과

처음 특별한 사과를 만난 건 친정어머니 덕분이었다. 어머니께서 우연히 알게 되어 겨울마다 1~2상자씩 구매해 드시기 시작하셨다. 첫째 아이를 임신하고 산달이 가까웠던 겨울, 나는 친정에 머물면서 매일 아침 어머니가 챙겨주시는 사과를 먹었다. 신선하고 달콤한 향이 입 안 가득 퍼졌던 그 사과의 맛은 지금도 생생하다. 임신한 나를 위해 정성스레 내어주시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었기에 더 특별했다.


그 사과는 GAP 인증을 받은 농장에서 재배되었다. 농장 주인은 품질 관리에 엄격하여 사과의 품질이 좋지 않은 해에는 판매하지 않을 정도였다. 덕분에 우리는 항상 일정한 품질과 맛을 믿고 주문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이제 매년 11월 말이면 이 농장에 주문을 넣고, 아이들은 10월 말부터 기다리며 설레한다. 마트에서 다른 사과를 사 먹어도 그 맛을 만족하지 못하고, 결국 "우리 사과"를 기다린다. 최근 몇 년간은 이 특별한 사과를 시부모님께도 겨울마다 한 상자씩 보내드리고 있다. "하루 사과 한 개면 의사가 필요 없다"는 말처럼 시부모님께서 건강하시길 바라는 진심을 담았다.



어릴 적 성당에서 먹던 화산배

배에 얽힌 특별한 추억도 있다. 내가 어릴 때 성당에서는 매년 추석 즈음 특별한 배를 판매했었다. 일반적인 신고배가 아닌, 초록빛일 때 수확하는 작은 크기의 화산배였다. 크기는 작지만 향이 풍부하고 단맛이 강해 매년 기다려질 정도였다. 성인이 된 후에는 그 배를 어디서도 찾을 수 없어 늘 아쉬웠다. 그러다 몇 해 전, 인터넷을 통해 수없이 검색한 끝에 그 특별한 화산배를 재배하는 농장을 마침내 찾게 되었다. 9월 초 주문이 시작되면 빠르게 품절되어, 놓치지 않기 위해 달력에 미리 알람을 맞춰 두었다가 곧장 주문을 넣는다.


화산배는 초록빛일 때 따 먹는 특별한 배다. 일반적인 신고배와 달리 과육이 연하고 신선한 단맛이 풍부하다. 우리 아이들은 일반적인 신고배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 화산배만큼은 아주 좋아하며 금방 다 먹어버린다. 아이들이 배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릴 적 성당에서 가족과 함께 먹었던 추억도 떠오르고, 그때의 행복감이 다시 되살아난다.



아이와 함께 걷고 싶은 길

언젠가는 아이들과 함께 이 사과와 배 농장을 꼭 방문해 보고 싶다. 봄이면 분홍빛과 하얀 꽃이 가득 피어나는 아름다운 풍경을 함께 걷고, 가을에는 탐스럽게 열린 사과와 배를 손으로 직접 만지며, 그 안에 담긴 농부의 정성과 자연의 시간을 함께 느끼고 싶다. 아이들이 자연의 고마움을 배우고, 우리가 매일 먹는 식재료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마음이 담겨 있는지를 직접 보고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어릴 적 내가 좋아했던 몽고메리의 소설 『빨간머리 앤』에는 초록 지붕 집 옆 사과 과수원이 나온다. 다이애나와 함께 사과나무에 올라 잘 익은 사과를 따먹던 앤의 모습은 어린 시절 내게 늘 동경의 대상이었다. 소설 속 앤처럼, 나도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사과나무 아래서 웃고, 손수 사과를 따서 함께 먹는 순간을 꿈꾼다. 아이들이 “이 사과, 우리가 직접 딴 거야!”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며 웃는 모습을 상상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우리가 매년 기다리는 사과와 배가 자라는 과수원이, 아이들에게도 책 속 이야기처럼 친근하고 특별한 장소가 되면 좋겠다. 그곳이 단순한 농장이 아니라, 마음속 고향처럼 오래 기억되는 풍경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에게 먹거리는 단순히 영양 섭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가족의 사랑, 농부의 정성, 우리의 소중한 추억이 담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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