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남았다. 진짜 내일이면 끝이야.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내일을 기다리는 건지, 내일이 안 오길 바라는 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기말고사 하루 전날에 나는 대학병원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저기 이름 봐봐. 다음이 우리다."
진료실 앞에 띄워진 화면을 가리키며 엄마에게 말했다.
아침 8시에 피 한 통 뽑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대기 중이었다.
지난주에 받은 항암 치료 경과를 확인만 하고 빨리 집에 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엄마를 집에 모셔다 드리고 도서관으로 가 공부해야겠다는 계획도 있었다.
담당 의사 쌤을 만나고 외투를 입는 우리 둘에게 간호사가 잠깐 기다리라 했다.
작성된 종이를 건네주며 소화기 내과와 호흡기 내과를 들려야 한다고 했다. 다행히 점심시간 전에 봐주실 수 있다고 했으니 빨리 가서 서류를 내야 접수가 된다는 것이다.
지난번 9시에 도착해서 4시 넘어 집에 갔던 날이 떠올랐다.
혹시 오늘 또 그 상황인가.....?
이런.. 내 마음처럼 되는 게 없다.
'이럴지 알았으면 전공 책을 가져올걸.'
후회해 봤자 헛일임을 알기에 학교 앱을 켜고 단원 마무리 문제를 보려는 찰나,
"환자분-요기 앞에서 키, 몸무게 혈압을 재고 오세요."
또 문제를 보려는 찰나,
"여기 대기시간이 많이 남았어요. 다른 과에 대기 인원이 적으니 거기 진료를 먼저 받고 오세요."
여기서도, 저기서도 기다림의 연속이다.
병원에서 5시간을 꼬박 있으려니 지친다. 사실 나보다 엄마가 더 힘이 들것이다.
엄마는 내 어깨에 기대었다.
집에서 누운 엄마의 베개를 고쳐드리고 혹시 잠이 깰까 싶어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나는 도서관으로 가지 못하고 내가 사는 집으로 전력 질주했다.
애들 올 시간이 다 되어간다.
저녁 준비를 해야 하고, 아침에 일찍 차려 놓고 나온 밥상 모습도 궁금했다.
아이들은 잘 먹었다는 표시로 싱크대에 설거지가 산더미처럼 쌓아놓았다.
식탁 위에 그릇이 그대로 놓여있을지 알았는데 치워준 것만으로도 쌩유베리감사다.
기특한 나의 베이비들!
우유 한 잔을 가득 따라 들고 책상이 있는 끝방으로 들어갔다.
갑작스런 엄마의 치료와 입원으로 정신없이 병원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그만큼 집에 신경 쓸시간도 기말고사를 준비할 시간도 줄었다.
그래도 책을 펼칠 때만큼은 정신 바짝 차렸다.
1학기 기말시험 때는 과목마다 형성평가 안에 있는 단원마무리 문제는 전혀 보지 않았다.
사실 안 봤다기보다 못 봤거나, 몰랐다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다.
그걸 봐야겠다는 생각을 아예 못했다. 단원 마무리 문제의 존재를 잊었다고나 할까. 하하하하하
대신, 교과서 문제와 자료실에 있는 기출을 프린트해서 두세 번씩 외우듯 풀었다.
물론 결과적으로 점수가 나쁘지는 않았지만 뒤늦게 단원마무리의 존재를 알고
'이걸 풀었다면 더 좋은 점수를 받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뭐든 잘 까먹는 나지만, 이번에는 잊지 않고 기출과 단원 마무리를 같이 정리는 하며 또 필승을 다졌다.
"엄마, 밥 먹자."
"응 먼저 먹어. 엄마 내일이 기말이라서 이게 쫌 급해. 다 먹으면 말해줘 엄마가 치울게."
오늘 내 저녁은 우유 한잔이다. 밥 먹는 시간이 아깝다.
시험 잘 봐서 내가 나라를 살리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하는 데까지 열심히 해야지.
저번보다는 점수가 쬐~~~끔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혹시 또 알아?
내가 지구를 구하게 될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