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을 신청할 때, 전에 다녔던 학교의 성적증명서를 첨부해야한다.
"내일 졸업한 학교에 가볼까?" 하는 올드한 생각을 잠시 했다.
시간 낭비, 체력 낭비 하지 않고 책상 위에 놓인 노트북을 켰다.
네모난 검색창에 커서가 깜빡거린다.
"어느 학교 이름을 써야 하나?"
나는 @@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5년도 채 안되었을 때 학교 이름이 변경되었다는 안내문을 받았다.
원래 @@대학- **재단이었는데 **대학교와 통합되어 2년제 대학이 4년제 대학교가 된 것이다.
가만 기억을 더듬어 보면 졸업생들에게 편입을 권유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난다.
그 안내를 받았을 때의 나는 노는 게 재미있는 20대 중반의 철없는 직장인이었다.
"편입을 무슨~ 됐어." 하며 단칼에 거절했었다.
@@대학을 검색하니 **대학교로 안내가 되었다. 낯선 링크를 클릭했다.
'휴~'
다행히 학교 로고는 바뀌지 않았다.
모르는 집에 억지로 들어가다가 마주친 집주인이 아는 얼굴일때- 지금 내 기분일것같다.
어렵지 않게 20년 전 나의 성적을 마주했다. 말없이 눈으로 훑어 내렸다. 다시 맨 위로 올라가 다시 찬찬히 보았다. 그리고 또 보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내가 이랬었지."
백분위 93%
알바도 하고, 공부도 하고, 연애도 하는 뭐든 열심히 하는 학생이었다.
(CC였던 그 아이는 어디서 잘 살고 있으려나~)
지금도 하는 일에 열정을 쏟는 건 별반 다르지 않지만 그땐 세상이 온통 긍정뿐이었다.
안되도 좋고 되면 더 좋은 그런 세상이었다.
그때 내 모습이 떠오르며 그리움인지 외로움인지 이상하고 요상한 눈물이 흘렀다.
마흔 넘은 나는 잘 울컥하는 주책바가지가 되어있다.
성적증명서를 노트북 메인 화면에 꺼내 놓았다.
나에게 용기를 주고 싶을 때 꺼내 보아야겠다.
중고등학교 때 나는 반푼이었다. 대학도 간신히 들어갔고 입학 때 목표는 제때 졸업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을 다니며 나의 많은 가능성을 옅보았다.
"어라? 공부를 하니까 되네? 성적이 나오네?"
나 자신이 기특하고 신기했었다. 더 열심히 하고 싶은 욕심도 났었다.
하지만 그 열정도 욕심도 졸업과 함께 사그라졌다.
'내년에 다시 불 붙일 수 있을까?'
조심스레 편입이라는 부싯돌을 준비해 본다.
나의 반푼이 이야기는 다음화에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