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의 첫만남

커피 벤치 기다림

by 정담

“한입 줄까?” “ 네!”

“많이 먹으면 잠 안오고 머리 나빠지니까 정말 딱 한입만 먹어야 된다~”

“네!” 하고 대답했지만 나는 컵에서 입을 떼지 않고 홀짝 홀짝~

그렇게 달달구리 다방커피 맛에 눈을 떳다.

아마도 그때 내 나이가 지금의 내 아이 보다 더 어린 아이였으리라...

우리 엄마라면 절대!!!! 한입은커녕 잔소리와 등짝 스매싱이 있었을텐데

내게 커피를 준 이는 엄마보다 위, 큰엄마였다.


큰엄마가 나를 예뻐하지 않아 커피를 준것은 아니였다. 그저 커피 한잔 하려 하실 때

반짝 반짝한 눈으로 “그게 뭐에요?” 하고 물어대니 “이건 커피야, 아이는 먹으면 안돼!” 라고 대답했지만

아이는 호기심에 “한입만 먹어보면 안되요?” 라며 한입만!을 시전했고

성공했을 뿐이였다.

“엄마한테는 비밀이다?” “네! 헤헤~” 그렇게 둘만의 비밀을 간직했고

유독 잘 웃고 사람을 잘 따르던 나는 큰엄마를 무척이나 좋아했다.

무릎 앞에 앉히고 “우리 달덩이” 하며 예뻐해주셨기에 더더 큰엄마가 좋았다.


어제 뭐했더라~ 하고 전날의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놀랍게도

뇌리에 박혀버린 사건으로 어릴적의 기억이 박제되었다.


어떤 이유로 큰집에 있었는지는 후에 알게되었는데 엄마는 3살 차이 나는 동생을

낳으려 나를 큰집에 한달간 맡기었다고 했다. 2살차이 나는 언니는 데리고..

할아버지가 날 돌봐주셨고 놀이터에 데려갔던걸 기억한다.


그리고 할아버지가 화장실에서 쓰러지시던날, 처음으로 목격한게 그 어린 나였고

뭔지 모를 그 상황에서 울며 큰엄마 큰엄마를 부르며 할아버지 할아버지!!

그렇게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그에 얼마 지나지 않아 앰뷸런스가 와 큰엄마마저 데려갔다.

울며 큰엄마 언제 올까 밥도 먹지 않고 문앞 벤치에 기대어 앉아 큰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렸던 나..

할아버지처럼 돌아오지 않을까 그저 겁이 났던거 같다.

그렇게 커피 동지는 한참의 시간이 흘러 돌아왔고 나는 자라났다.


어릴적 뭣모르고 커피의 달콤함을 맛 보았다면 이후 먹게 된 커피는 학생 때였다.

맛 보다는 벼락치기를 위한 잠이 들지 않게 하기 위한 목적의 커피.

그러나 천하태평의 나의 잠은 커피 따위에 꺽이지 않는다. 졸려웠고 잤다.

시험 결과는 뭐... 기본실력으로 ㅎㅎ


성인이 되어 누군가를 만날 약속이 있게되면 카페 벤치에 앉아

커피를 마시지 않았던 엄마의 영향인지, 커가며 맛본 커피의 쓴맛이

인생의 쓴맛처럼 느껴져서 일까, 굳이 왜 먹어야 하는지 모르니

몸에 좋은 생과일 주스를 마신다.


쓴 커피맛을 모르던 그 어린 날의 달달한 커피맛를 알게 했던 큰엄마는

어느덧 구순을 바라보고 있다.

등이 굽으셨고 다리도 아프고, 여기저기 아프시다 하시며 아직까지 커피를 드셨다.


커버린 나는 자유의지로 커피를 마실수 있음에도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

하지만 아주 가끔 신랑이 내미는 스위트아메리카노를 홀짝 홀짝 마신다.

어릴적의 뭣 모르는 아이였던 나처럼. 그리고 웃는다.

커피에는 인생의 쓴맛도 있지만 달디 단 행복이라는 맛도 있기에....

조금 다른 커피맛을 알려주는 이 사람과 함께하며 인생의 또 다른 맛을 알아가봐야겠다.


ChatGPT Image 2025년 8월 28일 오전 12_53_24.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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