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없는 집,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

by 정담

체험단 어떻게 하는 건지 궁금해? 맛없는 집, 솔직하게 쓸 수 있을까?


블로그를 시작하고 체험단으로 가장 쉽게 도전할 수 있는 건 역시 맛집이야.

각 지역에 새로 생긴 식당이거나, 기존 식당이 홍보가 필요할 때 체험단을 통해 블로거를 찾거든.

처음 체험단에 선정됐을 때는 설렘이 반, 긴장이 반이었어.
식당 앞에 서면 괜히 한 번 더 숨을 고르게 되고 ‘이제 뭘 어떻게 해야 하지?’ 싶어지기도 하고.

그럴 때 나는 이렇게 시작했어. 전화 예약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업체나 사장님이 바쁠 수 있으니까

보통은 문자로 인사를 남겨.


‘○○체험단에 선정된 블로거 ○○○입니다.
○월 ○일 ○시, 성인 2인 아동 1명 예약 가능할까요?’


답장은 대부분 와. 그렇게 날짜랑 시간을 조율하고 예약한 날에 방문하면 돼.

체험단이 처음인 업체도 많아서 괜히 내가 더 긴장할 필요는 없어.
의연하게, 그렇다고 무례하지 않게 그 정도면 충분해.


업체에서 예약 가능한 시간을 제시해 주긴 하지만 되도록이면 손님이 몰리는 시간대는 피하는 편이야.
너무 바쁜 시간엔 제대로 된 서비스도 받기 어렵고 식당을 천천히 볼 여유도 없거든.


나는 체험단을 갈 때마다 이렇게 생각해.

‘오늘 나는 그냥 손님이 아니라 이 식당을 처음 만나는 사람의 시선이다.’

어떤 메뉴를 주력으로 내세우는지, 음식을 먹으면서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공간 분위기는 어떤지, 언제, 누구랑 오면 좋을지. 단순히 홍보 글을 쓰기보다는

이곳을 찾을 사람들이 궁금해할 만한 이야기를 적으려고 해.


위치나 영업시간, 주차 여부 같은 정보도 여전히 누군가에겐 도움이 되고.
물론 요즘 네이버 기준으로는 정책이 바뀌면서 혼란스러운 부분도 많지만 말이야.


매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간판이랑 외부 전경부터 찍어.
영업시간이나 휴무 안내가 있으면 그것도 같이.

안으로 들어가면 보이는 인테리어, 테이블, 룸이 있다면 룸도 남기고 메뉴판도 꼭 찍어둬.

음식이 나오면 위에서 한 번, 옆에서 한 번. 탕 종류라면 보글보글 끓는 모습도 동영상으로 남겨.
반찬이 많을 땐 메인 음식이랑 같이 담고, 인테리어가 인상 깊으면 그 공간도 영상으로 기록해 두고.


이 모든 장면이 나중엔 다 글의 재료가 돼.

모든 게 만족스러웠다면 사진도, 글도 크게 어렵지 않아.
개인 접시에 덜어 먹는 모습도 중간중간 찍고 맛있게 먹고 인사하고 나오면 끝이야.


그런데.

그런데 말이야. 맛이 없다면?

보통은 우회해서 써. 음식 맛보다는 분위기가 좋았다거나, 직원이 친절했다거나,
유독 기억에 남는 반찬 이야기를 꺼내는 거지.


그래서 가끔 다른 사람의 글에서 메인 메뉴 이야기는 없고 반찬 칭찬만 가득한 글을 보면
조금 의심이 들 때도 있어. ‘동치미 맛집’ 같은 표현을 보면 특히 그래.

메인 메뉴는 맛이 없다는 건가 하고 말이야


체험단 고인 물인 내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적은 딱 두 번 있어.

한 번은 가족이랑 같이 갔는데 탄맛인지 뭔지 알 수 없는 맛이 계속 나더라고.
도저히 먹을 수가 없어서 중간에 식사를 멈추고 나왔어.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양심상 도저히 쓸 수가 없었어.

지금이라면 사장님께 맛이 좀 이상한 것 같다고 말했을 텐데
그땐 체험단을 막 시작했을 때라 어떻게 이야기해야 할지도 몰랐지.


결국 글을 못 썼어. 체험단 측에 설명도 제대로 못 한 채 조용히, 정말 조용히 사라졌어.

페널티 안내 문자랑 포스팅 독촉 연락이 오긴 했지만 나는 끝내 답하지 못했어.
지금도 그 일은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어.


또 한 번은 김치 체험단이었어. 정말, 정말 맛이 없었어.
먹지 못하고 버릴 정도로. 이번엔 체험단 측에 먼저 연락했어.

죄송하지만 맛이 맞지 않아 글을 쓰기 어렵겠다고,
대신 제공받은 부분은 변상하겠다고. 그때 생각했어.

체험단이 늘 정답은 아니라는 걸.


그래도 체험단은 여전히 나에게 새로운 경험을 줘.
가끔은 좋은 물건을 만나고, 가끔은 정말 맛있는 집도 알게 되고.

그래서 나는 아직도 블로그를 하고 있고, 글을 쓰고 있어.


체험단 글쓰기는 경험과 정보를 나누는 일이지만 동시에 홍보라는 이름의 책임도 따라와.

무작정 맛있다고 쓸 수도 없고, 그렇다고 맛없다고 쓰기도 어렵고.
특히 음식은 사람마다 입맛이 다르니까.

그래서 오늘도 나는 그 사이 어딘가에서 적당한 말을 찾고 있어.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계속 쓰게 되는 이유가 거기에 있는 것 같아.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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