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랑 싸우고 아이랑 단둘이 체험 갔던 날

by 정담


체험단을 하며 신랑과 참 많이도 싸웠던거 같아.
다들 블로그 하면 맛있는 것도 먹고 새로운 제품도 받는다며 부러워하는데
우리 신랑은 요상(?)하게도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니야.


이날은 가족의 영양보충을 위해 집 근처의 흑염소맛집을 가기로 한 날이었어.
집에서 차로 10분 이내였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나섰지.


운전석에는 내가, 보조석에는 신랑이, 내 뒤 카시트에는 아이가 타고 있었거든.


어디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를 말다툼으로 아이와 신랑이 싸우는데……
내가 보기엔 신랑이 너무하다 싶은거야.


그래서
“그만해. 맛있고 즐겁게 먹으러 가는 건데.”
하며 살며시 이야기 했더니


화를 벌컥 내며 중간에 내려버린거야.
그것도 4차선 2번째 차선에서.


운전하다 당황한 나와 아이.
아이는 막 울기 시작했고
유턴만 하면 바로 식당인데 차를 중간에 세울 수도 없었어.


어쩔 수 없이 식당 앞 주차장으로 가서 신랑에게 전화를 걸었지.


본인은 걸어서 집에 갈 거라며
잘 먹고 오라고 하고 전화를 끊더라.


메뉴가 흑염소 전골인데
아이랑 둘이 먹을 수 있냐고.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다가
우선 식당에 들어섰어.


그리고 상황을 이야기했지.


죄송하다, 오다가 신랑이랑 싸워서 그냥 가버렸다.
체험 일정을 미뤄야 하나 고민하다가 시간이 다 돼서 우선 왔다고.


그러자 사장님께서 웃으시면서 말씀하셨어.


“그럴 수도 있죠. 저도 예전에 남편이랑 싸워서 기차 타고 와버린 적 있어요.”


그러면서 편안하게 체험하고
남으면 포장해 주시겠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덧붙인 한마디.


“먹고 힘내서 2차전 잘 하세요.”


그 말에 괜히 마음이 놓였어.

아이와 단둘이 체험은 처음이었거든...


아이 챙기랴 사진 찍으랴 동영상 촬영하랴 정말 정신도 없었지만
그래도 정확히 맛보고 글을 잘 써야겠다는 마음은 강했지.


사장님은 아이를 위해 계란프라이도 주시고 김도 챙겨주셨어.
덕분에 아이는 밥을 잘 먹었고
생각보다 흑염소 전골도 잘 먹어 다행이었어.


결국 남은 음식은 포장해 왔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정말 잘 먹었다고 인사를 했지.


그리고 그 집은
지금까지도 가끔 생각나면 들르는 단골집이 됐어.


블로그를 하다 보면
눈살이 찌푸려져 다시는 가지 않게 되는 곳도 있고
좋은 인연처럼 오래 기억에 남는 곳도 있어.


이날의 체험은
사실 조금 엉망인 하루로 시작했지만
이상하게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억으로 남았지.


어쩌면 블로그라는 건
맛집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그날의 마음과 상황까지 함께 기록하는 일인지도 모르겠어.


그래서 가끔은
이런 날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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