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쓰자생존 - 100세를 위한 BMW 운전법

읽고, 만나고, 걷고 쓰는 삶의 기술"

by 윤석구

[쓰자생존 - 100세를 위한 BMW 운전법] 읽고, 만나고, 걷고 쓰는 삶의 기술"

(東行人最3)


동국대 행정대학원 인문학 수업, 세 번째 강의의 주인공은 손관승 교수였다. 손교수님은 기자 출신으로 전 세계 특파원을 거쳐 iMBC 사장을 지낸 뒤, 지금은 명품 교수이자 작가 겸 강사로 제2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월급쟁이라면 누구나 CEO로 마무리하고 싶어 하겠지만, 계열사 대표로 마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는 듯했다. 그러나 오히려 그 아쉬움이 오늘의 강의에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수업 중 역경을 거꾸로 발음하면 경력이듯 역경을 딛고 인생 2막을 열어가는 손 교수의 모습은 그 자체로 뜨겁게 응원의 박수를 드린다.

강의는 방송 기자 출신답게 그는 세계 곳곳을 누빈 경험과 여행에서 체득한 내면의 지식을 적당한 높낮이의 여유 있는 목소리로 풀어냈다. 특히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괴테의 삶을 조명하는 대목은 살아 있는 명심보감 같았다.

오늘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질문은 "100세 시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였다. 인문학 과정을 듣는 우리 학생들에게도 중요한 화두다. 전반기의 인생이 도전과 열정의 시간이었듯, 후반부의 인생은 어떤 길을 걸어야 할 것인가. 손 교수의 강의는 괴테를 모델로 삼았지만, 결론은 분명했다. 지금 우리가 동국대 행정대학원 24기로 인문학 과정을 밟고 있는 그 자체가 답이라는 것이다.

장수 기술발전 사회적 변화


교수는 인문학의 본질을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가?"라는 물음으로 정의했다. 눈부신 기술 발전과 복잡해진 삶 속에서, 인문학은 단순한 교양이 아니라 삶의 나침반이다. 길을 잃지 않기 위한 안내서인 셈이다. 그러면서 우리가 삶의 방식을 바꾸어야 하는 특히 100세 시대의 그 이유를 세 가지 '거대한 파도'로 설명했다. 장수, 기술 발전, 그리고 사회 변화가 그것이다. 18세 대학 입학, 30대 결혼, 60세 은퇴라는 공식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제는 노후 준비가 아니라, 인생 전체를 새롭게 설계하고 시간의 개념까지 재구성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

그렇다면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 그는 오마에 겐이치의 말을 빌려 '나를 바꾸는 세 가지 방법'을 소개했다.

첫째, 시간을 바꿔라. 하루 24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지만, 어디에 쓰느냐에 따라 인생은 달라진다. 작은 집중의 순간이 삶 전체를 바꾼다. 수요일 저녁 늦은 시간, 우리가 캠퍼스 강의실에 모여 공부하는 이 시간 활용이 바로 그 실천이다.

둘째, 장소를 바꿔라. 집과 직장만 오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제3의 장소를 찾아야 한다. 스타벅스 같은 공간은 단순한 커피숍이 아니라 새로운 영감과 경험을 주는 곳이다. 현직 시절 잠깐의 미팅 장소였던 카페가 이제는 신문을 읽거나, 유튜브를 보고 책을 읽는 몇 시간을 보내는 나만의 공간이 되었다. 물론 단골 화정역 스타벅스 매장에는 늘 미안한 마음이지만 그 소중함을 새삼 깨닫게 해 준 강의였다.

셋째, 사람을 바꿔라.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은 기존 사고를 깨고,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준다. 17~18세기 유럽의 청년 지도자들이 '그랜드 투어'를 통해 예술과 문화를 배우며 성장했듯, 경험과 장소, 사람의 결합이 인생을 바꾼다. 손 교수는 유럽을 렌터카로 달리며 수천 km를 여행했던 사진을 보여주며 강의를 이어갔다. 그리고 마치 우리가 우리 24기 원우가 되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며 가꾸어가듯이.

결국 시간, 장소, 사람. 이 세 가지가 맞물릴 때 삶은 움직인다. 오늘 우리가 인문학 수업이라는 공간에서, 동기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인연을 쌓고 있는 것 자체가 변화의 출발이다.

100세시대 BMW 3가지
박영희 지도교수님


그리고 강의 후반, 손 교수는 또 하나의 삶의 지침을 내비게이션처럼 제시했다. 바로 BMW였다. 처음엔 은퇴 후 자가용 키는 완전 금고에 보관하고 버스·지하철·걷기로 생활하는 내 모습에 속으로 미소 지었지만, 교수의 BMW는 훨씬 멋진 의미를 담고 있었다.

B는 Brain(Book). 곧 독서다. 읽어야 생존한다는 '읽자 생존'의 원칙처럼, 꾸준한 독서는 사고력을 날카롭게 하고 정신을 맑게 한다. 이날 박영희 지도교수님은 서점에서 직접 엄선한 책을 학생들에게 선물했다. 필자에게는 헌재 소장 대행을 지낸 분의 '호의에 대하여'라는 인문학적 에세이가 선물로 주어졌는데, 두물머리 걷기 행사 장소 이동 버스안과 스타벅스 커피숍에서 읽을 생각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설렌다.

M은 Meet(Meal). 곧 만남과 식사다. 사람은 사회적 존재다. 함께 먹고 대화하며 웃는 시간은 고립감을 지우고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 수업 뒤 조별 모임에서 갑장 그 이름도 거룩한 (주)태창 장기현 회장님 등 A조 B조가 한 덩어리 되어 소폭과 감자 닭튀김을 곁들이며 새로 만난 뉴페이스 동급생간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은 '먹자생존'의 지혜 그대로였다.

W는 Walk(Write). 걷기와 쓰기다. 걷기는 몸을 살리고, 쓰기는 마음을 정리한다. 독서 후 독후감을 쓰고, 하루의 중요한 순간을 기록하는 것, 그리고 마음이 7년 전 그토록 꿈꾸었던 넥스트 포지션에서 좌절되었을 때 푸른 바다 의지삼아 8일간 240km 제주 한 바퀴를 걸었던 것처럼 걷기를 통해 계절을 느끼고 다리를 단단히 하고 또 다른 호연지기를 꿈꾸누 것. 이것이야말로 '걷자생존, 적자생존'의 길이다. 오늘 이렇게 강의 노트를 쓰는 일 역시 그 실천의 하나다.

결국, 100세 시대의 성공적인 항해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꾸준히 읽고, 즐겁게 만나고, 부지런히 걷고 쓰는 것. 이 소박하지만 강력한 BMW 습관을 지켜나갈 때, 우리는 시간의 무게에 눌리지 않고 세월의 깊이를 더하며 품격 있는 삶을 완성할 수 있다.

그래. 읽자!
그래, 먹자!
그래, 걷자!
그리고 적자 아니 쓰자!

여기서 교수님은 Write를 '적자'라고 하셨지만, 나는 이를 '쓰자' "쓰자생존"으로 바꿔 부르고 싶다. '쓰자'는 글쓰기의 쓰자이기도 하지만, 후배나 동료를 위해 기꺼이 밥값을 내는 베풂의 쓰자이기도 하다. 나눔과 베풂이야말로 진정한 생존 전략이 아니겠는가.

그 길이 生存의 길이다.

동국대 인문학 강의실에서, 나는 오늘 BMW의 시동을 다시금 힘차게 건다.

2025.9.14 꽃우물에서 by skyoon


keyword
작가의 이전글雲友之情,, 벨라게 유별라게 벨라 45cc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