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상여의(吉祥如意) 1편 - 일일향 강남에서

우신당원 대만여행 후 뒤풀이 오찬

by 윤석구

[우신당원 대만여행 후 뒤풀이 오찬]

"길상여의(吉祥如意) 1편 - 일일향에서"

대만 여행의 뒤풀이는 강남 삼성그룹 마천루 코앞 일일향(日日香) 중국집에서 열렸다. 여행의 기쁨을 다시 나누고 다음 일정을 논의하며 만사여의(萬事如意)를 기원하는 자리였다.

일일향(日日香), 날마다 향기 나는 집이다.
대만에서 만난 천향(天香)이 하늘이 낸 향기였다면, 서울의 일일향은 날마다 피어나는 향기다. 천향에서 진수성찬을 맛보았으니 귀국 후에는 일일향에서 그 여운을 이어가는 것 긍촌(肯村) 선생님의 탁월한 선택이었다.

더욱 특별했던 것은 날짜였다. 병오년(丙午年) 2월 2일. '2'가 두 번 겹치는 이 날은 특별히 龍이 머리를 들어 올리는 상서로운 날로 일일향(日日)에서 龍 머리 상표의 KAVALAN을 마시는 행운은
우연이 아니라 천재일우였다.

우정과 신뢰로 모인 우신당(友信黨)의 같은 뜻을 품은 당원들이 모여 속속 입장한다. 사전 예약된 홀의
룸 안으로 들어서자 벽면의 그림이 눈을 사로잡았다. 분홍빛 목단(牡丹)이 만개한 수묵화의 목단은 부귀(富貴)의 상징이다. 그림 아래에는 여덟 글자가 적혀 있었다.
"富貴吉祥如意 (부귀길상여의)" 즉 재물과 명예를 누리고 모든 일이 길하고 상서로우며 바라는 바가 뜻대로 이루어지기를 의 뜻으로 특히 여의(如意)는 '뜻대로 됨',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짐'의 의미다.


그 글자를 보는 순간 내가 오래 활동해 온 여의포럼이 떠올랐다. 처음에는 '여의도포럼'이었다. 금융인 동문들이 모여 있는 여의도라는 지명에서 출발한 이름, 하지만 '포럼'이라 부르기엔 거창했다. 그저 동문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는 자리였고 추후에 '여의도'에서 '여의(如意)'로 바뀌었다.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만사여의(萬事如意)를 기원하는 뜻으로 승화된 것이다. 20년 가까이 이어온 이 모임은 그렇게 여의도에서 출발해 如意로 완성되었다.

그 如意의 의미가 일일향 벽면의 부귀길상여의(富貴吉祥如意) 글자 속에서 다시 살아났다. 음식이 나오며 시야는 창밖의 마천루가 푸른 하늘을 향해 솟아 있었다.
부귀길상여의(富貴吉祥如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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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사여의(萬事如意) 2편 - 정(鼎) 술잔을 찾아서"

'독서삼매경'이 아닌 90부작 삼국지 '드라마 삼매경'에 빠져 있다. 넷플릭스로 정주행 하며 보다 보니, 영웅호걸들이 충성을 다짐하는 장면마다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있다. 세 발 달린 술잔이다.

도원결의에서 유비, 관우, 장비가 의형제를 맺을 때도, 조조가 천하통일을 다짐하며 장수들과 건배할 때도, 제갈량이 출사표를 올리기 전 술잔을 기울일 때도, 그들이 든 것은 세 발 달린 청동 잔이었다.

그 술잔의 원형을 대만 여행 첫 방문지인 고궁박물관에서 만났다. 바로 세 발의 솥 정(鼎)이다.
고대 중국에서 정(鼎)은 단순한 조리 도구가 아니었다. 권력의 상징이자 나라의 운명을 담은 그릇이었다.

대만 고궁박물관의 설명문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군주는 자고로 솥이 없다면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다."

백성을 먹일 수 없는 군주는 군주가 아니라는 뜻이다. 정(鼎)은 곧 백성을 살리는 힘이었고 그 힘이 있어야 천하를 다스릴 자격이 주어졌다.


정(鼎)의 세 다리는 각각 하늘(天), 땅(地), 사람(人)을 의미한다. 천지인(天地人) 세 개의 다리가 균형을 이루어야 솥이 서듯 하늘의 뜻과 땅의 이치, 그리고 사람의 도리가 조화를 이루어야 세상이 바로 선다는 철학이 담겨 있다.

삼국지 영웅들이 세 발 달린 청동 잔에 술을 가득 채워 맹세를 다짐한 것은 단순히 술을 마시는 행위가 아니었다. 천지인의 조화 속에서 하늘에 맹세하고 땅을 딛고 사람과 함께 뜻을 이루겠다는 다짐이었다.

고궁박물관에서 정(鼎)을 보고 넷플릭스 삼국지를 시청하며 결심했다. 대만 여행 뒤풀이에 그 술잔을 구해 가져가야겠다며 인사동으로 향했다. 두꺼비 조형물이 있는 북단에서 종로통 남단까지 골동품 가게를 샅샅이 뒤졌다.

한 집에서 딱 한 개를 발견했다.
TV 속 그 술잔 세 발 달린 청동 잔, 내부에는 중국에서 제작되었음을 나타내는 한자가 새겨져 있었다. 마치 고궁박물관의 정(鼎) 내부에 청동기시대 반(盤)처럼 1,800자가 새겨진 것처럼.

문제는 딱 한 개뿐이었고 가격은 5만 원이었다.
한 개로는 부족했다. 당원이 여섯 분이기에 구매를 포기하고 다른 기념품점을 헤맸다.

꿩 대신 닭이라고 다른 가게에서 도자기로 만든 세 발 술잔을 발견했다. 고궁박물관 마지막 전시실이 옥과 도자기였던 것을 떠올리며 도예의 전통을 담은 이 술잔들이 눈에 들어왔다.

조금씩 기울어진 술잔들, 문양도 제각각이지만 본질은 같았다. 鼎을 본뜬 솥, 세 발의 다리 천지인(天地人)의 균형과 조화.

케이스에 다섯 개가 담겨 있었다. 한 개를 더 추가했다. 여섯 개의 잔, 깨지지 않게 뽁뽁이로 조심스럽게 감쌌다.


2월 2일 일일향, 대만에서 구매하지 못한 술잔을 서울 인사동에서 구입하고 장박사가 소중히 간직해 온 카바란(KAVALAN) 위스키를 따라 세 발 달린 정(鼎) 술잔으로 길상여의(吉祥如意) 건배를 할 줄 누가 생각이나 했겠는가.

상자를 여는 순간 용이 그려진 라벨이 눈에 들어왔다.
"카바란. 대만 싱글 몰트입니다."
역시 박총장이다. 금문고량주에 이어 또 한 번의 명쾌한 해설, 병오년 적토마의 해에 용의 위스키라니 이 또한 천재일우가 아닌가.

구리금빛 찬란한 위스키가 세 발 술잔을 채웠다.
黨 총재님의 덕담과 여행을 주관한 용정(龍井) 선생에 대한 치하 속에 술잔을 높이 들어 건배를 외치며 그렇게 그렇게 목을 달구고 위장을 태우기 시작했다.

2026.2.2. 오후 2시 2분
강남 일일향에서..

3부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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