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에서 다시 만난 기업가정신]
〈좌충우돌 인생2막 86호 · 2026. 2. 26〉
강의안을 펼쳐놓고 한참을 앉아 있었다.
'삶을 가꾸는 인문학', K사이버대학교 교양학부에서 맡은 강좌다.
30강의 긴 여정 속에서 5주 차 주제는 기업가정신. 연강 두 시간의 수업이지만 막상 강의안을 준비하려니 손이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어떤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어떤 마음으로 전해야 할지 고민이 깊어졌다.
그제야 비로소 알았다. 매 학기, 매 주차, 수십 년을 이 무게를 감당해 온 기존 교수님들의 노고가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인지를. 더불어 이 글이 올라가는 미래학당을 수 년째 열정으로 이끌어온 김광호 원장님의 헌신이 얼마나 값진 것인지를. 강의는 그냥 서는 것이 아니었다. 한두 시간의 강의 뒤에는 보이지 않는 수십 시간의 고민과 준비가 쌓여 있었다. 역지사지(易地思之), 그 자리에 서보니 비로소 알았다.
기업가정신 강의의 중심에는 세 명의 거인을 세웠다.
첫 번째는 이병철 회장님이다. 소시절 삼성 인연을 가슴에 품은 분이기도 하다. 모두가 안 된다고 손사래 칠 때 무한추구(無限追求) 마음으로 홀로 결단을 내렸다. 반도체, 그 한 단어가 이건희 회장에 이은 무한추구(無限追究) 경영철학으로 오늘의 대한민국 산업을 세웠다. 오늘 KOSPI 6000을 달성한 대한민국 산업 창의정신(創意精神)의 출발선이 바로 여기였다.
두 번째는 정주영 회장님이다. 빈손으로 영국을 방문 은행장 앞에 앉아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 들었다. "우리는 이미 500년 전에 철갑선을 만들었소." 그 배짱 하나로 조선소 건설 자금을 따냈다. 중동건설의 신화를 창조했고 남북경제협력사업의 DMZ를 뚫었다. 도전정신(挑戰精信)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 개인적 인연도 깊다. 그 꿈의 땅 개성공단에서 나는 1,188일을 살았다. 남북을 가로지른 첫 창구 앞에서, 나도 내 방식의 도전정신을 배웠다.
세 번째는 김홍국 하림 회장님이다. 현역 재임시절 팬오션 1조 2천억 인수금융 주선으로 인연이 닿은 분이다. 백마강 고향에서 그리 멀지 않은 익산 망성마을 외할머니한테서 병아리 열두 마리로 시작한 소년이 어느덧 연 매출 12조 원대의 하림그룹을 일궜다. 그것도 모자라 나폴레옹의 이각모(二角帽)를 25억 8천만 원에 경매로 사들이며 말했다. "불가능은 없다는 그 정신을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다"라고. 안전지대를 떠나는 용기와 도전과 열정과 실행력, 바로 이런 것이다.
나는 이 강의를 통해 학생들이 모두 경영자가 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다. 거창한 성공 신화를 꿈꾸라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것 하나만 가슴에 품고 나가주길 바란다. 세 거장도 처음엔 그냥 평범한 한 사람이었다는 것을. 반도체를 결단한 그날의 이병철도, 500원짜리 지폐를 꺼내든 그날의 정주영도, 병아리 열두 마리를 품에 안은 그날의 김홍국도. 그 한 걸음이 삶을 가꾸는 시작이었다. 교양학부 강의실에서 이 이야기를 듣는 여러분도, 오늘 바로 그 한 걸음 앞에 서 있다.
그런데 강의를 준비하고 강단에 서는 그 과정에서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세 거장의 이야기를 고르고 다듬고 학생들에게 전하는 동안, 정작 가장 뜨겁게 달아오른 것은 나 자신이었다. 창의와 도전과 열정이 다시 솟구쳤다. 가르치려다 내가 먼저 불탔다.
어쩌면 이것이 강의의 진짜 선물인지도 모른다. 학생들 가슴에 작은 불씨 하나 피워주려 마이크를 잡았는데, 정작 활활 타오른 것은 나 자신이었으니.
공교롭게도 '좌충우돌 인생2막 86호'를 쓰는 이 시간, 바로 그 앞에서 열강이 한창이다. 그 주인공은 미래학당 톡방의 대장 방장, SERI 최우수강사 김광호 원장님이시다.
박세리의 헤저드에서의 투혼, 박지성과 추신수의 고통과 영광, "I have a dream"을 외쳐 대통령에 오른 오바마까지. 수십 년을 저 빛나는 열정으로 수만 명의 가슴에 불을 지펴온 김광호 원장님. 오늘도 동국대 행정대학원 박영희 주임교수의 성장인문학 최고경영자 과정 오픈강좌에서 열강 중이신 그분의 목소리를 들으며, 나의 가슴은 다시 청년이 된다.
좌충우돌 인생 2막, 오늘도 강의실에서 나는 배운다.
2026.2.26. 20시 26분
D대 성장인문학 오픈강의에서 슈퍼강사 김광호 원장님 특강을 들으며...
윤석구 (경영학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