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伏날 즈음에, 삼계탕 한 그릇의 행복

by 윤석구

[伏날 즈음에 삼계탕 한 그릇의 幸福 <좌충우돌 인생이막, 처절해야 우아하다. 2024.7.18> ​

초복 중복 말복의 복자 한자로는 엎드릴 복(伏) 자를 쓴다. 즉, 사람 인(人) 변에 개 견(犬) 자다. 아마도 충청도에서 우수게 말로 일컫는 ‘개 혀(?)’의 견공이 최고의 보양식이 되어 끌려가지 않으려고 납작 엎드린 모습을 빗대어 엎드릴 복으로 사용한 것 아닌가 미소 지으며 네이버 복(伏) 자 사전을 찾아보니 그 뜻이 정말 빗나갔다.

''더운 날 기력을 회복하기 위해 몸 보신하는 것은 좋지만 伏 자에 犬 자가 들어갔다 해서 보신탕을 먹는 날을 의미하지 않고 복날은 엎어질 듯이 매우 더운 날 뜻의 伏 날'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꿩 대신, 아니 犬公 대신 닭이 보양의 최고 음식으로 매김하고 있다. 그 옛날 선조님들은 아마도 이른 봄부터 씨앗 뿌리고 보리 타작하고 모 심고 살구 복숭아 수확하는 등 농사에 온 진력을 다 쏟느라 기운이 다 소진되었을 것이고,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하는 소서(小署)와 대서(大署)를 맞이하는 伏날 즈음에, 영양보충 차 꼬끼오 닭들을 보양 음식으로 드시며 여름을 나시지 않으셨을까!

하지만 닭백숙 한 가지만으로도 영양이 듬뻑 하겠지만, 대추도 넣고, 잣도 넣고, 은행도 넣고, 통마늘도 넣고, 인삼도 넣어 진한 최고의 보약 삼계탕으로 만들어 보양하지 않으셨을까?

토속촌


자랑스러운 W은행 동우회 Y회장님은 지난 16일 동우회원 500여분을 11시 30분, 1시, 2시 30분 세 파트로 나누어 효자동 그 이름도 유명한 토속촌 인삼 삼계탕집을 통째로 빌려 회원님들을 초대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결산 겸 총회 등 12월에는 자하문 중국 음식점으로, 여름에는 토속촌 삼계탕집으로 초대, 근황과 안부를 나누며 삼계탕 한 그릇 맛있게 드신다.

인삼주 석 잔의 효과는 수십 년 함께 근무했던 동기 간, 선후배 간, 때로는 상사로 때로는 부하 관계로 "그때 참 멋있는 상사님이셨습니다, 맞아 그때 참으로 마케팅을 잘했지"

"맞아, 그때 우리 KPI 1점 차이로 2등 해서 참 속 쓰렸지, 그래도 당직 있을 때가 좋았어, 수십 년 전 당직근무가 있을 때 시제 1원이 맞아 않아 찾느라고 퇴근 못하고 있다고 집에 핑계 대고 당직실에 모여 고스톱 두 판 돌고 돈 떨어지면 터벅터벅 집으로 갔었지"

"그래도 그때는 정이 통하고 낭만이 있었지, 지금은 그 뭐 블라인드 그 뭐라나 회식도 한번 제대로 못 한다나 어쨌다나..."

보양 삼계탕 맛있게 드시며


무용담 한 가지 추가할게요.

"아 글쎄 지점장 실에서 고스톱을 치고 깨끗하게 정리한다고 정리하고 퇴근했는데, 아 글쎄 다음날 출근하신 지점장님이 어젯밤 고스톱 친 다람들 누구냐? 큰 소리 호출하시지 않았겠어요.

하지만 다들 고개 숙이고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으니까, 화가 잔뜩 난 대신 살며시 미소 지으며 고스톱을 치더라도 똥은 싸지 말아야 할 것 아녀? 설령 똥을 쌌으면 표시 나지 않게 잘 정리하던지, 피 껍질이나 흘려놓고,,,,"

아 글쎄, 화투 똥 피 한 장이 지점장께서 앉는 중앙소파 바닥 구석에 떨어진 증거물을 보여 주시며 "그래도 똥 화투니까 좋아, 똥 주웠으니 확실히 오늘 예금 좀 늘려봐"

그날 화투 똥 피 덕분인지 웃으며 말씀하신 그 결과인지 오후 결산하니 수백억 예금이 들어왔던 거 아니겠어요!"

지점장은 퇴근하시며 "똥 피 대신 이왕이면 다음부터는 똥 광(光)으로 흘려놔 봐! "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셨던 이야기 등 다양한 무용담은 점점 많아지며 인삼 삼계탕은 모처럼 역전의 용사들 입호강 행복한 복날 점심이 되었다.

'처절해야 우아하다.' 인생이막 좌충우돌, 30년 다닌 직장에 멋지고 신나는 同友會 조직이 있다는 그 자체가 행복하다. 동우회원들이 마음껏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서실이 있고, 붓글씨 서예반도 개강되어 있다. 최근에는 당구 열풍이 불어 당구 대회도 개최되며, 매월 한 번은 원거리로 또 한 번은 서울 인근 지하철 노선 역 부근에서 출발 등산과 트레킹 모임이 번갈아 개최되는 등 신체건강 최고의 프로그램을 제공 중이고, 두 달 전부터는 공자 왈 맹자 왈 논어 공부도 개강되어 한문 실력도 늘 뿐 아니라 선현들의 고귀한 말씀도 듣게 되어 이제야 철을 들게 만든다.

자랑스러운 동우회원님이시여, 은퇴 이후의 다양한 프로그램이 많겠지만 년 2회 동우회 전 회원을 대상으로 자장면 탕수욕과 연태 고량주를, 여름에는 보양식 인삼 삼계탕을!, 어디 가서 이렇게 맛있는 보양식을 드실 수 있을까요?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우리 동우회가 있기에 삼계탕으로 보양했으니 멋지게 올여름 보내지 않을까요.

갑진년 복날, 뜨거운 여름을 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신 유중근 회장님께 감사드리며, 특히나 1989년 입행당시 참으로 인자하시며 늘 직원들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입행 시 K 지점장님을 30여 년 만에 토속촌에서 인사드리며 안부드리게 되어 伏날, 분명 福 받은 날이다.


충과 효


기쁜 마음으로 인사를 드리고 토속촌 대문을 나서는데,
"예로부터 충과 효는 백행의 으뜸인데 덕을 심고 사랑 베풂 오래지킨 가범이요, 큰 꿈 이루러면 예의먼저 지키고 홍익인간 정신을 후손에 이어야지" 족자의 멋진 한시 읽으며 문을 나선다.

2024.7.16. 景福宮 옆 효자들이 사는 서촌 토속촌삼계탕 집에서, from sk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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