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가르며, 안녕

by 하린

우리 집 부근 하늘은 무척이나 바쁘다. 하루에도 수십 대의 비행기가 굵고 긴 소리를 남기며 하늘을 향해 오른다. ‘가른다’는 말이 어쩐지 어울린다. 하늘은 늘 고요하지만, 그 속을 베어 나가는 듯한 비행기 소리는 단호하고 분명하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고양이 용순이는 잽싸게 창문으로 달려간다.익숙한 듯, 늘 그러는 아이처럼. 작은 앞발로 창틀에 올라앉아 고개를 쳐든다.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 순간의 모습은 때때로 나보다 더 진지해 보인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는 존재처럼.


그 소리는 제법 우렁차다.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놀라서 눈을 크게 뜨기 십상이다. 실제로 내 친구도 그랬다. 우리 집에서 며칠 머물 계획이었지만, 반복되는 비행기 소음이 도무지 익숙해지지 않는다며 계획을 접었다.

“어떻게 이 소리를 참으면서 사니?” 그 친구는 그렇게 말했지만, 나는 그 소리가 그리 시끄럽다고 느껴본 적이 없다.


아마도 어릴 적 기억 덕일 것이다. 그 시절 내가 살던 동네 하늘엔 헬리콥터가 자주 날아들었다. 땅바닥이 진동하는 듯한 그 진중한 소리도, 나에게는 자연의 일부처럼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고, 나는 그런 소리에 둔감해졌고, 오히려 익숙해졌다.


비행기가 지나갈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안녕’을 건넨다. 보이지 않는 누군가를 향한 조용한 인사.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르는 목소리지만, 나는 매번 그 말을 버릇처럼 중얼거린다.


그렇게 생각한다. 사람의 마음은, 같은 풍경 속에서도 전혀 다른 온도를 가진다고. 어떤 이는 피곤한 소음이라 여기고, 어떤 이는 그 소리 속에서 고요히 기도한다.


이제는 용순이와 나만의 작은 의식이 되어버렸다. 비행기 소리가 들리면, 용순이는 창문으로, 나는 마음 안으로 고개를 든다. 어딘가를 향해 떠나는 이들을 보며, 나도 다시금 살아 있음을 느낀다. 내가 비행기에 오르지 않아도, 그 누군가의 여정이 나의 마음을 흔든다.


삶은 그렇게, 조용한 감응으로 이어진다. 수십 대 비행기가 지나간 뒤에도, 하늘은 다시 고요해지지만 내 마음에는 아직, 그 굵은 소리의 여운이 남아 있다.


그 소리를 듣는 지금, 나는 내가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는 걸 느낀다. 조금 더, 타인을 향해 안녕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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