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 유발 요소

제일 사랑스러운 노견

by Rian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대가도 없이, 헌신적인 사랑을 퍼붓는 존재. 그런 사랑을 받아본 적 있던가. 아니 그런 사랑을 줘본 적은 있던가.


호동이는 존재 자체로서 사랑받겠지만, 그 녀석의 귀여움은 그 이상의 것을 준다. 갈색의 털 사이, 이마를 중심으로 흰색의 털이 코와 입 주위를 감싸고, 짧은 콧대 끝에는 촉촉하고 까만 코가 반짝이고, 틈만 나면 혀로 핥는다. 세월의 흔적처럼 동그란 눈동자는 살짝 탁해졌지만, 그럴수록 우리의 애정은 더 깊어진다. 단발머리처럼 아래로 쳐진 귀, 토실한 짧은 다리, 시츄치고 기다란 몸, 살짝 남겨놓은 꼬리털은 깨물어 주고 싶다.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에서 제일 사랑스러운 노견이 되었다.


외모만으로도 충분한데 하는 짓은 더욱 귀엽다. 졸음에 겨워 커다란 눈을 반쯤 껌뻑거리며, 앞발을 머리에 괴고는 철푸덕 잘 때도 예쁘다. 소파를 베개 삼아 머리를 묻을 땐 앙증맞다. 가끔 배를 까집고 앞발을 접은 채 곤히 잘 때도 있는데, 깨 발랄한 것이 그만 괴롭혀 주고 싶을 정도다.


늦은 귀가에도, 꼬리를 흔들며 반겨준다. 술 냄새가 그득해도 피하지 않는다. 졸졸 따라다니며 밤새도록 쓰다듬어 달라고 한다. 잠시 외출했다 와도, 잃어버린 가족을 다시 만난 것처럼 신나서 돌아다닌다. 반짝이는 눈으로 콧김을 연신 뿜으며 다리 사이, 겨드랑이를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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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증도 내고, 놀아주지도 못했다. 큰소리로 혼내기도 했는데, 여전히 날 사랑해 준다. 호동이는 날 어디까지 사랑할 수 있을까. 아마 내가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도, 모두가 무시하고 볼품없는 사람이 된다 해도, 푹신한 몸을 내 품으로 드리 밀고, 복실복실한 털을 내어줄 것이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변명으로, 오늘은 비가 오고 내일은 눈이 온다는 핑계로, 좀 더 사랑을 주지 못했다. ‘기다려’를 들어야 하고, ‘안돼’를 이해해야 좋은 강아지였다. 그냥 좀… 다 해줄걸. 하고 싶은 놀이도 더 많이 하고, 먹고 싶은 것도 원 없이 줄걸. 너는 항상 착한 강아지였는데, 나는 항상 나쁜 아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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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괜찮은 사람이 된 것 같았는데. 어른이 된 것 같기도 했는데. 너의 빈자리에, 아직 다 크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몇 시간을 울고, 며칠을 괴로워하다. 몇 달을 슬퍼했다. 그리고 매일 그립다.

언제나 문 앞에서 기다리며, 열어주기를 기다려준 존재. 무심해도, 화를 내도 늘 나를 향해 몸을 기울이고 있던 작은 털 뭉치. 밤새도록 곁을 지켜주던 포근한 온기. 꼬숩던 발 냄새, 보드라운 털의 촉감, 앙증맞던 혓바닥. 카펫 위에 남긴 실수, 충전기를 씹던 입질, 밤새 머리를 밟고 다니던 잠버릇. 너의 모든 게 애정 유발 요소였다.


호동이가 떠난 지 1년이 되어간다. 조그만 너가 무척이나 보고 싶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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