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

부제: 산 자와 살려는 자

by 이슬

가을 들판

고개 숙인 억새는

합장하는 비구니를 닮았다


가을 바람에 흔들리는

고독한 꽃

하얗게 발효된 외로움 같다


산 정상에서 터지는

은빛 찬란한 독경소리

천상의 아침, 연다.


꿈꾸는 새벽 여명

두드려서 깨우면

수천수만의 생명, 일어선다.


산자와 살려는 자는

흰파도 굽이치는 물결 위로

갓 지은 돛단배 하나 띄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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