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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무인간 Jul 07. 2023

유쾌한 만남

나무인간 38

2023년 3월 18일


지난 토요일, 내가 근무하는 곳에 유선태 작가님이 다녀갔다. 집이 바로 30미터 뒤 빌라인데 집 앞에 화랑이 생긴 게 흥미로워 들렸다고. 우린 제법 대화를 나눴다. 유선생님은 내 은사님과 인연이 있었다. 특강 요청도 몇 차례 받았다고 했다. 이어 안규철, 곽남신 선생님의 안부를 물었는데, 나도 얼마 전 토포하우스에서 열린 곽선생님 전시 때 몇 분과 우연히 인사 나눈 게 전부라 아는 바만 전했다. 대화는 재밌었다. 작가의 미덕인지 아니면 프랑스 유학파들의 성향인지 모르겠지만, 선생님의 화법엔 항상 위트와 조롱이 넘쳤다. 다만 우린 작가들이 작업은 관두는 이유에 대한 입장이 달랐는데. 선생님은 1순위가 철학의 부재 2순위가 생활고라고 지적하셨고, 나는 2순위가 1순위와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선생님은 좀처럼 납득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나에게 동시대 어떤 작가가 철학의 부재로 인해 작업을 그만 둔다면 그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것이 재능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활고는 재능의 문제가 아니다. 대부분 그 또래 어른들이 젊은 작가들에게 현실을 뛰어넘으라는 조언을 한다. 자신들도 그랬다고. 하지만 현실은 뛰어 넘을 수 있는 벽이 아니다. 그리고 그런 일은 소수의 경우로 제한된다. 그것이 더욱 극명해진 세상인데도 그분들의 관념은 좀처럼 변하지 않는다. 유쾌하게 세대 차이를 확인한 '작가와의 만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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