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난 사람을 고를 때, 대화가 잘 맞고 시간 가는 줄 모른다면 그것은 연인으로서 잘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대화라는 것은, 서로가 맞추고 싶을때 작용하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원하는 것이 있을때, 컨디션이 좋을때 등 환경이 만족스러울 때를 포함하기도 한다. 하지만 친구관계든 연인관계든 중요한 것은 서로가 너무나 다름을 인지하게 되었을때의 행동 방식이다.
하물며 가족이라는 존재도, 그안에서 무조건적인 사랑이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살아올만큼 행복했다하더라도, 서로의 고착된 사고방식과 행동 속에서 안 맞는 부분들이 발견되기도 한다.
단지 그것이 큰 문제인지, 작은 문제인지의 차이다.
나는 그걸 알기에, 연인 관계에서도 내가 맞춰나갈 수 있을 줄 알았다. 내가 하기에 따라 달려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예외가 있다. 맞춰줄 줄만 아는 사람은 병든다.
상황이 흘러 아무리 후회해도 상처를 받은 사람은,
시간이 지나도 안 풀리더라.
다 하나하나 가시같이 마음속에 남아있더라.
그래서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은, 맞춰주지 말라는 거다. 맞출 줄만 알지 말고, 맞춰나갈 줄을 알아야 한다.
이 사실들을 인정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어려웠다. 상대방에게서 문제를 찾는 것보다, 나만의 문제를 찾고 인정하고 고치는 것이
더 빠르다고 생각해왔으니까.
어쩌면 난 다른 사람에게서 나 자신으로 회피했던 것 같다.
그렇게 회피해온 나에게는 더 아픈 채찍질을 하면서.
난 워낙 내 성격이 예민하니까, 마음에 꾹 담아두고 뒤끝 있는 성격이니까, 쿨하지 못하니까,
그래서 이런 문제가 생겨왔다고 생각했다.
물론 객관적으로 봤을 때 연애라는 상호적인 관계에서 헤어짐이 어느 한 쪽의 잘못이라고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난 이제와서 생각한다. 내 잘못은 나를 돌보지 못했다는 것.
왜 다른 사람의 상처는 돌보면서, 내 자신을 잃어가야만 했을까. 그것은 옳지 못하다.
나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나 하나겠지만,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충분히 많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래서 난 그 사람들에게 말해주고싶다.
자기 자신을 잃어가면서까지 유지해나가야 할 관계는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