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26 시작 15화

40살 여전히 모르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혹

by 쏜맹

불혹 :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


검색을 하면 마흔을 불혹이라 하고 불혹은 위의 글로 표현되어 있다. 나도 당연히 마흔이 되면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건지 마흔이 되지 못한 건지.. 나는 여전히 세상 일에 정신을 빼앗기고, 나의 판단은 여전히 또렷하지 않다.


30이 되던 그해는 사실 별생각이 없었다. 아이를 키우기 바빴고 내 인생을 오롯이 내 것으로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근데 40은 달랐다. 아이들이 컸기에 몸이 예전만큼 바쁘지 않았기 때문일까 내 인생에 대한 고민이 드디어 내 것이 되었다. 물론 그 사이사이 아이들의 미래 남편의 건강 등 생각해야 할 것들이 있지만 나는 40이 되고 내 인생에 대한 깊이 있는 고민을 시작한 것이다.


20살에 만난 남편이랑 벌써 20년을 알고 지냈다. 그 기간 중 남편은 본인의 몫을 해내느라 15년 넘게 회사생활을 하고 있다. 나 또한 아이를 낳고 키우고 나를 찾기 위한 여러 가지 들을 해보는 중이다.


월급을 꼬박꼬박 잘 받아오는 남편덕에 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시도해 볼 수 있었다. 그 월급을 받아오는 사람이 지치기 시작한 게 눈에 보인다. 남편을 위해서라도 좋은 일자리나 사업거리를 찾고 싶은데 실상은 쉽지가 않다.


핑계도 있고 진심도 있다. 핑계는 아이들이다. 6학년 4학년 아이들.. 다 컸다면 다 컸지만 여전히 엄마의 손이 필요한 아이들. (이 또한 그저 내 생각인 것도 같다.) 이 시간이 곧 끝날 거라 생각하니 사실 아이들과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싶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이들은 이미 내 손을 조금씩 벗어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늘어가고 있고, 나의 도움보다는 친구들과의 놀이가 점점 즐거워지고 있는 게 보인다.


그렇다고 돈 벌기를 그만하고 아이들을 100프로 케어하고 싶냐 물으면 그것도 아니다. 나란 사람은 육아와 집안일 만으로는 만족감을 느끼기 어렵고 일을 해야 한다. 그렇다면 그건 무었을까?


남편도 아이들도 다 제 몫을 해내고 있다. 그럼 남은 사람은 나다.


내가 내 몫을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떻게 하면 1인분의 몫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끝난 줄 알았던 나의 사춘기는 40이 되고 깊이가 더해졌다.


단순히 일을 구하고 돈을 벌면 괜찮을 줄 알았으나 그 또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나는 다음을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잘 모르겠는 상황이 왔다. 나는 끈기는 없지만(?) 시작과 끝맺음은 잘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않은가 보다.


시작한 일을 마무리하고 싶은데, 과연 그건 옳은 일일까? 그게 맞나?라는 생각을 하다 보면 잘 모르겠다는 답이 나온다. 사람이 힘들고 벌이가 시원찮아서 그만두고 싶은 그 일은 막상 그만두자 마음먹으니 지금까지 나와 같이 수업을 진행한 아이들이 눈에 밟혔고, 또 회사에 알리고 나니 나를 괴롭혔던 그 사람의 행동이나 말도 더 이상 괴롭힘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저이도 힘들겠다 싶기까지 하다.


일을 더 진행하고 싶은 건지 그만하고 싶은 건지 확실한 방향이 정해지지 않는다. 그저 나의 이런 선택들이 우리 아이들이 미래에 무언갈 선택하고 이어나갈 때 끈기 없음을 가져갈까 봐.. 그게 두려울 뿐이다.


1년은 지내보자 마음먹었던 일은 딱 1년 하고 한 달이 지났다. 어쩌면 그만하고 싶은 이유만 찾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이 많다.


내가 원하는 나의 미래는 무엇인지.. 나는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잘할 수 있는지를 찾는 40이라니..


60을 바라보는 주변의 선생님들이 참 좋은 나이라고 한다. 그 좋은 나이를 나는 이런 고민들로만 보내고 있다. 여전히 기대했던 멋진 어른이 되지 못한 채로..


더 재미있고, 더 즐거울 내가 잘할 그 무언가를 찾아야 한다. 이미 여러 가지 들을 시도해 봤으니 그중에서 잘 맞았던 일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도 좋을 것이고, 다시 정말 새로운 무엇가에 도전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남편의 눈이 총기를 모두 잃기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만 유의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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