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웨비 May 19. 2023

Back to the Old House

RIP 

조지 해리슨의 A Hard Day’s Night로 시작한 찰랑거리는 기타 사운드를 완성한 밴드. 비틀즈 이래로 영국의 밴드 문화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친 그룹. 음악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밴드.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앨범 The Queen Is Dead를 만든 밴드. 처음에는 의무감으로 스미스를 플레이리스트에 넣었다.


아직도 처음 The Queen Is Dead를 들었던 때가 기억난다. 종로로 가기 위해 1호선 지하철에 몸을 맡겼을 때였다. 1호선 특유의 소음과 비릿한 내음 속에서 듣는 모리세이의 목소리는 참 감미로웠다. 사실 긴 트랙과 앨범이 끝났을 때는 별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공간계 이펙터를 참 잘 사용한 사운드네”, “어디서 이런 보컬을 구했을까” 정도였다. 


카페, 거리 밖 가게들의 스피커, 인스타그램 등 우리는 일상 속에서 정말 많은 음악을 듣지만 그 음악을 다 기억하기란 참 어렵다. 보통은 전부 휘발되기 마련이니까. 좋은 영화는 두 번 상영된다고 이동진 평론가가 그랬다. 영화를 보고 나왔을 때 계속 그 영화가 머릿속에서 맴돌아야 좋은 영화라는 뜻이다. 음악도 그렇다. 더 스미스의 음악이 썩 내 취향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맴돌았다. 그렇게 나는 다시 플레이리스트에 더 스미스를 넣기 시작했다.


2번, 3번 듣다 보니 새로운 것이 들리기 시작했다. 모리세이는 사랑을 속삭이듯 잔혹함과 분노를 노래하였다. 조니 마의 기타는 화려하진 않지만 아름다운 화음을 들려주었다. 그렇게 스미스의 음반을 사모으기 시작했고 그들의 음악에 푹 빠져들었다. 아니 그들의 미학에 빠져들었다. 


언제나처럼 더 스미스를 듣던 중, Barbarism Begins At Home이 유난히 진하게 들리던 날이 있었다. 조니 마의 화음은 여전히 아름다웠고 모리세이의 목소리는 언제나 그렇듯 맑았다. 하지만 그날 내가 들은 것은 그들 뒤를 조용히 받쳐주던 앤디 루크의 베이스 라인이었다. 모리세이의 보컬처럼 청량하지도, 조니 마의 화음처럼 아름답지도 않았지만 그들은 앤디 루크의 베이스 위에서 미학을 펼쳐갔다. 


며칠 후 나는 베이스를 구매하였다. 앤디 루크가 사용하던 검은색 프레시전 베이스로 결정했다. 언젠가 앤디 루크처럼 기타와 보컬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무대를 만들어주는 상상을 하며. 더 스미스 때문에 처음 음악을 시작하기로 한 것은 아니지만, 처음으로 음악을 시작했을 때 내가 떠올린 것은 더 스미스였다. 


오늘 앤디 루크가 죽었다. 오늘 듣는 더 스미스에서는 새로운 것이 들릴까 모르겠다. 

https://www.youtube.com/watch?v=y_T1NE4Q2BI

작가의 이전글 Lost In The Supermarke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