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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은 시선 Nov 05. 2022

"가을"을 생각하며

적막하지만 따뜻한 공기가 감도는 거리에서 나는 생각했다.

내가 느낀 감정과 이 거리를 함께 사진으로 담아두고 싶다고

시간이 지나 이 사진을 바라볼 때면 그때의 감정이 살아 움직일 수도 있으니깐

그렇게 나는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그 거리를 빠져나왔다. 누군가를 느린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을은 나에게 깨우쳐 주었다. 여름이 지나 가을이 찾아오면 언제 가을이 왔느냐는 듯이

겨울이 금세 찾아온다. 그렇지만 가을은 왠지 모르게 느린 마음과 어울린다. 




워낙에 수줍음이 많고 용기가 없던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을 여름을 지나 가을 그리고 겨울의 반이

지날 때까지 품고 있었다. 그중에 가을은 나의 마음이 진실한 마음으로 자리를 잡도록 만들어 주었다.

바람이 피부 곁을 잠깐 스치고 갈 때, 샛 노랗게 물든 낙엽들이 저마다 방향을 정하지 않고 자유롭게 

땅과 닿는 그때 나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리고 설레는 마음을 글이든, 사진이든 어떤 방법을 통해서라도 나의 곁에 머물게 하고 싶었다. 


먼저 글을 써보며 나의 마음을 남기려고 해 보았다. 나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온갖 비유와 표현들을

적절히 섞어가며 최대한 묘사해보려고 했지만 결국 감정을 이렇게 밖에 담아낼 수 없는 힘없이 가느다란

연필의 촉에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은 사진을 찍는 순간과 동시에 나의 마음은 그 사진에서 살아 움직이지 못했다


어떤 것으로도 마음을 담지 못한다는 현실에 아쉬움만 가득했다. 이렇다 할 방법을 찾지 못해

결국 잠깐이나마 함께했던 거리를 느리게 걸으며 그때의 마음을 떠올렸다.

하늘도 바람도 마음도 가을의 느림에 기대어 머물렀다.




4년 전 가을의 느림에 머물던 마음이 이제는 또 다른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함께 걷고 싶은 길이 생겼다. 내가 너를 그리던 그 길을 느리게 걸으며,

잠깐 멈춰 서서 그 길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서로를 향한 시선으로 돌릴 때, 나에게 가을이 어떤

의미였는지 이야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앞으로의 가을까지 함께하자는 말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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