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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주 Sep 28. 2021

참치

일상의 기록

 금요일 PM. 6:45

일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펴니가 문 앞에 바랏코 섰다.

"배고프다. 빨리 가자. 아직 덜 끝났나?"

그저서야 나도 배가 고프다. 들고 있던 휴대폰을 내려 놓으며

"잠만, 옷만 좀 갈아 입고 출동하자."


 얼마만의 참치집인가.

그저께 받은 재난지원금을 먹어 제끼는 데에 몽땅 쓰기로 한 우리들의 간만에 외출이다.

물론 집에 있을 아이들에게는 또 다른 카드를 쥐켜 주며 '만나서 카드결제'로 지혜로운 재난지원금 사용법을 알려 주고 나섰다.


금요일이지만은 요즘 같은 때에 사람이 있겠어?

하며 예약 따위는 생각도 안했는데 방방이 구조인 참치집의 방 자리는 벌써 만석이라고 해서 남아있

는 다찌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 가려고 한 옆옆동네 2층에 단골 참치집은 어제 남펴니가(저 냥반은 늘 그렇듯이 유일하게 먹는 일에는 몹시도 치밀하다.) 1번의 학원 픽업 길에 지나다보니 저녁 8시인데 불이 꺼져 있더라며 요새 영업을 안 하는 거 같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서 몇 번 배달 참치로 접한 옆동네 참치집으로 나선 길이다.


 간만에 외부 술자리이기도 하고 하나씩하나씩 바로바로 썰어 올려 주는 꼬슙은 참치 조각을 생 김에, 또 내가 좋아하는 묵은지에 살포시 싸 먹다보니 한 , 두 , 한 병, 두 병... 소주병이 늘어갔다.

 게다가 내 주변 인물들 중에 가장 수시로 없다고 볼 때마다 꽁시랑거리 투정을 하는 울 형님네가 재난지원금을 못 받는단다.

 놔, 있는 분들이 더 무섭다고, 그동안 상위10프로이신 분들이 그렇게 칼같은 뿐빠이 정신으로 집안의 경조사를 함께 똑같이 부담하자고 하셨네, 그려.

그것이 억울하여 없는 형편인 나는 소주 한 병을 더 자셔야겠다고 또 한 병을 추가했다.


 평소 둘이서 딱 소주 3병이 흡족한 정도의 주량인데 4병이 되는 날은 먼 사단이 나도 낀데.. 싶은 걱정일랑 고이 어두 나라꽁으로 -절대 꽁일리는 없겠지만은- 주는 돈으로 마신 소주는 참 달았다.



 토요일 AM7:35

이상하다. 이상하게 이상하다.

분명히 먼가 하나 놓치고 온 기분에 눈을 번쩍 떴다.

우산? 아니 어제는 우산을 안 들고갔지.

가디건?  9월 밤의 바깥 날씨는 분명 쌀쌀할거라는 기대에 들고 갔다가 짐만 되었던 내 가디건도 세탁바구니에 고이 들었고

세수를 했나? 거울을 들여다 보니 팅팅 붓기는 해도 간만에 꺼낸 마스카라는 야무지게 지워져 있었다. 

편의점? 또 홀로 2차를 외치며 진상나 싶어 집구석을 샅샅이 뒤져 봐도 어디에도 빈 병, 빈 캔 없고 2차의 흔적 없다.


 다 잘 챙겨 왔고 집안도 평소와 다름없는 토요일 아침 분위기인데, 왜 나는 기억이 나지 않을까?

"북엇국 끼리주까?"하는 남펴니에게 어제 우리 어떻게 집에 왔어?하고 물어 보면, 또 종일정신이 있네, 없네... 내없이 술먹고 돌아 댕길 때도 이카나... 하며 잔소리를 해댈 것이 분명하여

 "어, 북엇국... 좋지. 밥 없지 싶은데... 좀 앉히야되는데..." 하고 착하게 대답 놓고

내가 무엇을 놓친 것인지, 이 찝찝한 기분의 원인이 무엇인지 다시 고뇌에 빠졌다.


..서서설마... 하며 핸드폰을 찾아 통화 내역, 전날 밤의 카톡질, 인스타그램까지 꼼꼼히 확인했다.

없네, 없어... 어제 저녁 8시 이후에 업데이트가 하나도 없음에 안도하며 다시 눈을 붙였다.

째 아무 헛 짓이 없는 것이 더 서운한 일인냥,

  달만에 마신 소주 2병 반에 이렇게 불안해  일인가. 그동안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내가 이렇게 나약해져 있었나.

놓친 것도, 실수한 일도 없는데 왜 나는 불안한 것인가. 과연 내가 잃어버린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기에 이다지 무의식의 일상이 불안하단 말인가.


 이렇게 한 달에 서너  정도 남펴니와 술 한잔 하고, 가끔씩 있을 여러 모임에도 아무렇지 않게 나서면 될 일이고.

정확히 딱 열흘간 쉬었던 도 요번 주부터 다시 열정적으로 시작했고, 아이들도 여느 때처럼 학교 챙겨 보내고 난 후, 한가한 에는 내 친구 가전4종 세트들과 함께,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 집구석의 일도 매일처럼 게을리하지 않았다.

특히 요번 주는 더 빈틈없이 움직이며 미루어 두었던 창고 정리도 끝냈다.


 이렇게 일상에 다시 적응해가며 나는 나를 치유하

고 있었다.  사실, 치유라는 말 정확하지 않다.

사람을 잃어버린 상처를 온전히 치유하기 위해서는 잃어버린 그 사람을 다시 되 찾는 방법 말고는 다른 수가 있겠는가. 

어디서나 문득문득 떠오르는 사람을 어떻게 치유를 한단 말인가.

정확히 말하자면 치유를 가장한, 잊어버리기 작업을 수행 중이다.

다시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잃어버린 사람 오르지 않게 하기 위해 내 몸을 더 바쁘, 더 활기차게 움직이면서 잊어버리기 작업.

그 안에서 달라질 일상을 다시 기록하, 소중한  사라져도 속 써 나가야 하는 일상을 로워질 기록법에 도록 적응하는 작업을 계속 진행야 한다. 가끔 무의식중에 사라진 누군가를 찾아내려 애쓰는 나에게도 무덤덤해져야 한다.


알코올이 강력한 무의식의 힘을 발휘해 잊어버리 방법으애써 치유중인 나를 느닷없이  흔들어 놓아도 일상은 계속 써 나가야 하기에 작업을 중단할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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