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일상의 기록

by 이혜주

한가한 오전나절이다.

큰 아이가 가방을 사달래며 거금 29만원 짜리 가방 사진을 쳐해서 아무렇지도 않게

"엄마, 이거로 주문해 줘." 하고 카톡이 기 전까지.


흠... 나한테 가방을 맡겨 두었던가, 가방을 사라고 돈을 었던가, 하다 못해 오늘 먼 날인가? 잠시 생각했지만 아무 일도 없는 무신날이다.

아, 잠시 기억을 떠올려 보니 지난주 어느 날엔가 다음 주에 학교에서 코로나로 취소된 수학여행 대신에 당일로 어딘가를 간다고 가방을 뭘 들고 가지? 하긴 것 같다.

'아... 그거 였구나. '하며

'아 놔, 이 아이는 학교서 공부는 안하고 먼 쇼핑질이람.' 어이가 없어 하지만

또 보내준 카톡 사진을 열어서 유심히 본다.

취향도 차암 나랑 맞지 않으시다.

요즘 아이들은 참으로 예쁘고 발랄하던데, 그 발랄함을 너에게 기대를 하면 안되는 것이니? 이건 마치 새색시가 시집가기 전에 과하게 단정해 보이려고 준비한 신혼예물용 혼수가방 같은 것을 18세 소녀가 들이민다.


카톡메세지로 거니 저거니, 예쁘니 촌스럽니 한참을 실갱이를 하다 보니 직접 눈으로 확인을 야지, 한번 들고 치울거면 안 사줄 꺼라고 참으로 의미없는 다짐을 하며 급하게 지하철을 잡아 탔다.

마침, 언니가 시내에 어느 피부과에 홀로 쓸쓸히 대기중이라고 백화점에서 합류하기로 했다.

-엄마인 내 말에는 신뢰가 1도 없지만 이모의 선택이라면 살짝 믿더워 하는 딸에게는 이모가 골랐다고 뻥을 쳐야 한다.

한일극장이 없어진 지가 10년이 넘었을텐데 우리는 아직도 한일극장이라 하면서 언니는 라져버린 한일극장 5층으로 올라오라 다.




한일극장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 할일없이 멍때리고 있다보니ㅡ지하철 안에서는 참 할일이 없다. 바쁜 척하며 휴대폰을 보는 일말고는 딱히 집중할 것이 없는 지하철 안이다.ㅡ 갑자기 '따루뚜따뚯~'하며 휴대폰 알림음이 울린다.

'머지? 낮설지만 언젠가는 들어 본 듯한 이 알림음은...?'하고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다 보니 얼마전 작정을 하고 가입한 브런치에서 온 알림음이다.

그러고 보니 브런치를 가입하고 작가 신청을 하라하기에 흠... 작가는 아닌데 작가 신청 해도 되나? 하면서 내 정체성에 대해서 한동안 고민을 하다가, 나름 주의사항도 야무지게 읽고

매뉴얼에 따라 서랍에다 혼자 써놓았던 글도 하나씩 나씩 발행이라는 것을 해보았는데,

종종 한번씩 요런 알림음과 함께 라이킷 이라는 메세지가 떴었던 것이 기억이 났다.


문득 할일없는 지하철 안에서 이 라이킷의 정체가 과연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처음 브런치라는 얘기는 들은 것은 작가지망생의 길을 가겠노라고 적잖이 10여년이 넘게 잘 하던 일을 그만 두고 글쓰기에 매진하고 있다는 친구가 브런치에 글을 쓴다다.

그때는 사실, 브런치를 먹으며 한가롭게 글을 쓰고 있다는 얘기로 알아 듣고 참 여유로운 인생이구나 싶었다. 마침 시간도 딱 브런치타이밍이었.


전문가들께서 고심해서 만들어 내신 네이밍이겠지만 나는 한동안 헛갈려서 다른 곳으로 돌아가기를 거듭했다. 나는 왜 브런치가 브릿지로 받아들여졌는지, 한참을 브릿지를 찾았다.

어릴적에는 꽤나 영특하고 얼리어답터에 가까운 사람이었는데 어느새 신문물에 반응 속도가 더뎌지는 나이가 되었다.

아직도 제대로 적응이 되지 않는 이 글쓰기장에서 나는 최근에서야 가운데 줄넣기를 스스로 터득했고

또 사진을 첨부하는 방법을 익혔다. 그러고 나서

'역시, 내가 안 해서 그렇지, 시작하고 나면 습득력은 빠른 편이야~'하며 스스로를 우쭐해 했다.


그런 나에게 오늘의 미션은 라이킷이다.

아마도 내가 발행한 글을 클릭해서 읽은 누군가의 발자취, 흔적? 쯤 일거라고 무심코 짐작을 해 왔다. 라이킷이 뜰 때면 혼자서

'어뢋? 그래도 누군가가 클릭을 한다리~풉~'하며 싱겁게 속으로 웃었다.

그런데 딸의 아가씨용 가방을 사러 나서는 길에, 오랜만에 할일없이 앉아 있을 수 있는지하철에서

'혹시 이 라이킷이라는 녀석의 정체가 글을 읽고 고 아래 하트를 일부러 눌러야만 뜨는 녀석인가?' 하는 의구심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어라, 이리저리 기웃갸웃 거려보니 정말 그런거 같은데, ㅡ 다시금 예전의 얼리어답터의 반응 속도로 의구심 지다 보니,

나도 짬짬이 브런치의 글들을 에법 읽었는데 왜 내 라이킷함은 비워져 있을까, 라는 합리적인 의심으로부터 시작해서 아랫쪽에 있는 줄이 들어간 마치 클립을 뒤집어 꼬아서 만든 모양의 하트를 발견했다.

먼 라이킷이랴? 했더만 이 녀석이 말 그대로

"like it"이었구나. 아하~ 이것을 눌러야 라이킷이 뜨는 거로구나. 그것, 참 재미지고 신기하구먼~


그러고 다시 주의깊게 살펴보니 신기한 기능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눈치챘다.

먼저 글쓰기약속 알람부터 등록했다. 멘트는 문문의 형식을 빌려 나 자신에게 정중하고도 다정하게 권유하는 문장으로 작성했다.

"우리, 매주 1개씩은 써 볼까?" 라고.

정신의 속도를 가다듬어 다시금 얼리어답터의 자세로 신문물을 받아 들일 마음의 준비를 해야겠다. 누군가 나이는 숫자라 하지 않았던가.


"10라이킷을 돌파하셨습니다."라는 알림멘트를 여사로 흘려 보냈는데, 가만 보니 이 라이킷이 참으로 감사한 이었다.

누군가가 눈에 띄는 글을 그냥 클릭만 해서 읽어 볼 수는... 아니지 바쁠 때면 사실 급하게 눈으로 훑고는 그냥 바로 접어 버릴 수도 있음이 여사이건만은 굳이 아랫 쪽에 하트를 찾아 눌러 주고 갔음이야 말로 이 얼마나 따뜻하고 고운 분들 일 것이야.

그닥 아름답지도 유쾌하지도 않고, 현재까지는 대부분이 우울한 나의 세계에 고운 하트 하나를 살포시 놓아두고 가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러고 또 다시 용기를 내어 주절주절 내 이야기를 찾아 나서야지.




지금껏의 정체도 모르고 받아온 모든 라이킷에 감사의 의미로다가 언젠가 보았던 무지개를 하나 살포시 놓고 가야겠다.


저 무지개를 처음 발견해서 알려 준 우리집에 사는 요정이가 -요즘은 사춘기가 살짝 와서 요정타이틀을 빼앗아뿌리까 고민중이지만은 아직까지는 요정으로 해두자.-

"엄마, 저기 무지개야." 하며 나를 불러서는

"무지개를 보면 소원빌어야 된대. 엄마 얼른 빌어~"하고 양보를 한 무지개 되시겠다.

그런 무지개에 나는 속으로

'엥? 무지개에 소원을 빈다고? 처음 듣는 소리인데...' 하고 의심을 하며 소원 빌기를 루어 두었다.


미루어 둔 내 소원 대신에 이 무지개가

누군가에게 이루고 싶은 소원 하나쯤을 꺼내서 돌아 볼 수 있는 고운 무지개가 되길 빌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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