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점심에 간단히 국수 한그릇 하러 가재서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뜨거운 국수 한그릇을 후루룩 말아먹고 기분좋게 일하러 서둘러 귀가했다.
낮 12시 6분, 하교 시간이 임박하여 갑자기 둘째와 셋째가 다니는 초등학교에서 단체 안심알리미 메세지가 왔다.
장황한 메세지의 내용은 우리 학교에 오늘 코로나 확진자가 두 명이 발생하여 1, 2, 3학년을지금 바로 전원 하교 조치하고 방역조사를 실시하오니 끝날 때까지 모두 자택에 머무르며 다음 연락을 기다리란 내용이다.
엥? 이게 갑자기 무슨 소리인가.
하교시간이라 아들의 태권도관장님께 급하게 전화했지만 받지 않았다. 하교하는 저학년 아이들을 태권도 노란 차에 막태우면 안 될 듯하여 맘이 조급했다.
어디론가 떠나려는 남편도 불러 잡았다.
일단 잠시 대기해보라 했다.
이내 2학년인 아들이 허겁지겁 집으로 들어왔다.
"엄마, 큰일이야. 지금 상황이 심각해." 하는 말투가 본인의 말투는 전혀 아닌 것이, 오늘 담임선생님께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나 보구나.
"2학년 확진자가 누구야? 너네 반이야?"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아니, 우리는 모르지. 근데 우리 반에 ○○이랑 □□이가 월요일부터 결석했어. 옆 반에는 결석생이 전혀 없었다구. 그럼 분명 우리반친구야."
녀석은 마치 명탐정 코난이라도 된 듯이 심각한 표정으로 손을 턱에 괴고서는 낮게 속삭였다.
"○○이가 기침 나고 목이 아프다고 월요일부터 학교를 오지 않았어. 확실해" 했다.
야, 이 녀석이 싶어서,
"그런 소리 함부러 하는 거 아니야. 아직 선생님도 조사중이라니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다려 보자." 하며 입단속을 시켰다. 다행히 태권도를 포함 학원들은 학교서 연락을 취해 동선까지 파악하고 조치를 취한 듯했다.
그사이 고학년 학부모 단톡방은 난리가 나고 아직 하교 전인 6학년 둘째가 전화가 왔다.
"엄마, 급식실왔는데, 애들이 우리 학교에 확진자 나왔대. 어떻게?진짜야? 엄마는 소식들었어?무서워~" 하며 다급하게 외쳐댄다.
"저학년이래. 너네는 동요하지 말고 하교하는 대로 곧장 집으로 와. 어슬렁거리고 동네 배회하지 말고. 오늘 친구랑 놀기로 한 거 다 취소해."
"알았어. 당연하지."하고 통화를 마무리했다.
학교의 다음 소식을 기다리자니 마음이 조급했다.
대기시켜놓았던 아이들 아빠에게 지금 바로 저 녀석을 데리고 코로나검사를 하러 가보라 했다.
급식을 못 하고 왔다고 배고프다는 아들 녀석을 대충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옷 갈아입고 손발도 야무지게 씼고 양치도 매매 하라고 잔소리해대서 아빠와 둘이 검사소로 쫓아 보냈다.
그러고 나서도 아직 2시가 되지 않았다. 급히, 공부하러 오기로 한 친구들의 부모님들께 오늘 수업은 몽땅 쉰다고 다급하게 문자를 보냈다.
'아.. 내일 중간고사인 녀석, 담주에 중간고사 치는 아이들 어쩌지.. ' 하고 고민에 휩싸였다.
중등 시험대비반 아이들에게 개별 문자를 보내 하루 10장씩 문제집 풀고 사진 찍어 답장보내기라는 숙제를 내어 놓았다.
드라이브쓰루 방식으로 30분만에 검사를 받고 돌아온 셋째를 다시 샤워를 싹~하고 방에 가두어 두었다. 그러고도 얼마가 있으니 학교서 알리미가 왔다.
역학조사가 끝나서 1, 2, 3학년 전체 학생의 전수검사가 결정 되었다며 이 문자를 받은 학생은 4시 30분부터 우리학교 운동장으로 반드시 보호자1명만 동반하여 나와서 코로나검사를 실시하랬다.
아까 학교운동장이 보이는 아파트에 사는 엄마가 운동장에 검사소를 설치하는 것 같다더니 진짜였나보다. 갑자기 비까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한다. 담임께 우리 아이는 금방 개인적으로 검사를 끝냈다고 단체검사는 가지 않겠다고 연락을 했다.
집에서도 마스크는 벗지 않도록 하고 각자 방으로 흩어져 내일 아침에나 나온다는 검사 결과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그러고 셋째 혼자 쓸쓸히 저녁을 먹고 있는데 학교에서 다시알림이 왔다.
[이 문자를 받는 학생은 코로나검사 결과와 상관없이 우리학교 확진자와 같은 반이어서 지금부터 2주간 자가격리대상자입니다.] 라는 날벼락같은 연락을 받았다.
아까 저녀석이 심각하게 추리해낸 그 ○○이가 확진자가 맞는가보다. 사실은 벌써부터 짐작은 가능했다. 그 아이가 다닌다는 태권도학원의 관장님 가족이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가셨다는 소문이 돌았고, 그 아이가 다니던 방과후 피아노반도 전수검사 대상이라는 학교 메세지도 확신에 무게를 더 했다.
"내말이 맞지?"하는 녀석에게
"그렇다고 그 친구 놀리면 돼, 안돼?"하며 단속을 시키려니, 옹졸한 어른들의 생각보다 훨씬 더 해맑은 아이들이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9세 녀석이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코로나 걸린 친구를 왜 놀려?많이 아팠을텐데... 위로를 해 주어야지." 해서 할 말이 없게 했다.
가만보자. 저녀석이 2주간 자가격리자가 되면 이제 어찌 되누... 우리들도 집에 있어야하나, 누나들 학교는 어쩌지... 하는데 갑자기 뒷통수를 맞은 듯이 번쩍,어라?
"울집 고딩이?그라마 다음 주에 중간고사인 쟈도 등교를 못 하나?그라마 시험은 우찌되나?" 갑자기 남편이랑 눈이 마주치며 이거 진짜 상황이 심각해졌다. 아직 귀가하지 않은 고딩이에게 연락해 집으로 오지말고 바로 독서실로 가고 담임선생님께 동생이 자가격리자가 되면 어찌되냐 물어보랬다.이내, 큰 애 전화가 왔다.
"엄마, 거소분리를 해야 된대. 당장. 안그럼 나도 학교오면 안 되고 시험도 못 친대." 하고 바로 연락이 왔다.
"시험을 못치면 중간고사 점수는 빵점이냐?"
"아니, 빵점은 아니고 뒤에 칠 기말고사점수의 80프로만 준대. 나 올백맞아도 80점인거지. 헐, 대박. 생각만해도 지린다." 하는 큰아이의 얘기에 다시, 보통 심각한 상황이 아니구나 싶었다.
큰아이는 요번 시험에서 내신 0.2등급을 더 올릴 목표로 1인실 밀폐형? 독서실을 왔다갔다하고 있었다. 물론 지난 성적도 우리는 나쁘지 않다고 했지만 안전하게 in서울을 하겠다고 큰 아이는 목표치를 스스로 조금 더 높여두었다.
최종 목표는 무엇인지 모르겠으나 지금 현재의 목표는 오로지 'in서울' 뿐인 아이라서 80프로의 점수를 얻거나 시험을 못 치게 되면 벌써부터 in서울은 접게 될 것이 분명했다.
(사실 나는 그 아이가 스스로 원하는 일이니 표면적으로는 in서울을 응원하지만, 속으로는 그냥 적당히 공부해서 우리지역에서 이렇게 나와 함께 계속 지지고 볶으며 살기를 간절히 바란다. )
얼른 언니와 오빠한테 연락했다. 내가 지금 엄마집으로 가야겠다. 지금 엄마집에 있는 오빠는 당분간 언니집에서 생활을 좀 하라고 했다. 어차피 두 아파트는 마주 보이는 위치였고 두집이 한집처럼 생활하던 터라, 큰 아이의 대입이 걸린 일이라니 모두들 흔쾌히 지금 바로 움직인다했다.
엄마집이 비어 있어서 이런 용도로 활용할지는 생각도 못했다. 저녁을 먹다말고 저녀석과 나의 옷가지를 대충 챙겨 담고 있으니, 오빠도 가게 문을 일찍 닫고 2주치 짐을 싸서 언니네로 떠났다는 연락이 왔다.
그저서야큰애에게
"담임선생님께 지금 엄마랑 동생이랑 거소분리한다그래~" 하고서는 남편에게 두 딸을 잘 부탁한다하고는 부랴부랴 집을 나섰다.
다행히 다음날, 아들과 아들학교의 다른 친구들은 모두 음성판정이 나왔고 담날 혹시나해서 실시한 우리 가족들도 모두 음성판정을 받고 첫째와 둘째는 등교가능 연락을 받았다.
이제 거소분리한 아들은 자가격리자로써, 나는 자가격리자의 보호자로써의 역할만 충실히 수행하는 것으로 이 심각한 상황은 해결이 되는 듯 했다.
한동네 사는 초2학년이 쏘아 올린 코로나 확진으로 우리집은 졸지에 2주간 이산가족이 되었지만 누나들과 아빠는 정상생활이 가능했으니 되었다.
2주간 아니, 정확히는 13일간이다.
그동안 엄마 집에 머물러야 하는 이 길고 긴 시간에 나는 뭘하나. 하루 하루를 분 단위로 쪼개서 바쁘게 움직이며 살고 있는 나에게 13일간의 코로나백수 기간은 생각도 해보지 못 한 무계획의 낯설은 휴가인 셈이다.
그 덕분에 나는 3일째 아침마다 엄마의 자리에 앉아 벼가 노래지고 있는 들판을 내다보며 커피를마셨고, 엄마가 사용하던 세탁기를 돌리고 해어진 엄마이불을 새 이불로 교체하려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해 두었다.또 아들의 간식을 구입하러, 엄마가 불친절하다고 맹날 욕하던 아파트입구에 하나뿐인 슈퍼를 다녀오며 주인아줌마가 생각보다 친절해서 놀랬다.
어제 밤에는 엄마의 앨범에서 어린 시절의 싱그러운 미소를 담은 엄마의 모습을 나는 처음으로 보았다.
엄마가 이렇게 예뻣던가, 한참을 바라 보았다.
그동안 짬짬히 끄적거려 두었던 엄마의 이야기를 엄마 집에서 마무리하라는 코로나신의 계시인가. 엄마의 임종도 쉬이 함께 하지 못하게 한 이 코로나신의 의도는 무엇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