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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혜주 Dec 16. 2021

일상 찾기

처음 보는 서울의 오빠방.

한번도 가 보지 않은 서울의 오빠방이다.

오빠는 프레임없이 매트리스만 깔린 침대에 누워 이불을 푹 덥어 쓰고 곤히 자고 있다.

작은언니는 침대 발치 쪽에 조그만 브라운관 텔레비젼으로 어느 가수가 노래부르는 것을 신나게 쳐다보는 등이 들썩인다.

큰언니는 내가 아무렇게나 누워 졸고 있는 발치에 쪼글시고 앉아서 엄마의 뒷통수에다 대고 머라고 머라고 쫑알거리며 둘이서 수다를 떨고 있다.


엄마는 오빠 방이 너무 춥다고 네모진 방문 문틈 테이프를 붙이며 등돌리고 서 있다.

그러면서 큰언니가 가져온 새 오빠 이불이 아주 맘에 든다고 흡족해 한다.

"이불 잘 샀네, 잘 샀어. 역시 이런 거는 경이, 니가 맘에 들게 잘 골라. 인자 이불은 무조건 경이가 사래이. 폭닥폭닥하이 따슙것네. 됐다. "

하는 엄마한테 큰언니는, 그런데 자기 집에 사는 두 아들 녀석은 이 이불이 싫다고 했다고, 별난 녀석들이라며, 잘 되었다며. 우야한테 딱 좋다며. 엄마한테 일러 주면서 수다를 떤다.


어떤 이불이기에 엄마가 저런 극찬을 하는가 한참을 정신을 집중해서 이불의 패턴을 떠올려본다. 짙은 남색의 극세사이불이다. 한눈에 봐도 뽀송뽀송하고 폭신해 보인다. 색깔이 짙어 어두워 보일까봐서 네 모퉁이마다 진한 핑크색과 선명하고 세련된 야광 주황색이 번갈아 손바닥보다 작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무늬가 그려져 있다.

음, 세련되고 고급져 보이기는 하네.

하긴 큰언니가 그런 취향이긴 하지. 하고 생각해본다.


방문가장자리 테이프 돌리기를 마무리지은 엄마는 쉬지 않고 다시, 나와 작은언니 사이로 건너와서는 방문의 반대쪽에 있는 창문의 창틀 틈에도 테이프를 돌려 감으려는 준비를 한다.

그런 엄마의 모습을 올려다 본다. 엄마의 시선은 텔비젼에 정신 팔린 작은언니의 뒷통수에 머물고 그 뒷모습 엄마 환하게 웃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엄마에게 작은 언니가 고마 사부작대고 고마 앉으라고 한다. 디니까 좀 쉬라는 얘기다.

엄마는 "알았다." 하면서도 손에 테이프를 않고 창문 옆을 서성인다.


이게 꿈인가 진짜인가

꿈 속에서도 잠시 생각해 보았다.

꿈 속에서도 자다가 깬 내가 울집 막내의 이불이 요새 너무 맘에 안 든다고 투덜댄다.

그 소리를 들은 엄마가 미소를 지으며 나에게

"니는 머 잘 몬 고른다. 니는 혼자 이불 사러 가지 마라. 엄마랑 경이랑 같이가가 골라주야 된다. 같이 사러 가자." 한다.

그러고는 나와 오빠, 작은언니. 그 중간 어드메쯤에  곤히 자고 있는 오빠의 매트리스 끝에 걸터 앉는다.

나는 그대로 누운 채로 엄마를 올려다 보며 확인을 했다.

진짜 아프지가 않다. 

엄마표정이 하나도 아프지가 않다.

그게 신기해서 엄마한테

"이제 안 아프나?" 했다.

엄마가 작은 미소를 지으며

"그라마 내가 언제까지 아플 줄 알았나" 하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평소처럼 시크하게  자고 있는 우리들을 하나씩 돌아다본다.


따스하다.

너무 따스해서 꿈이라도 깨고 싶지가 않다.

눈을 감고 있어도 엄마의 따스한 눈빛이 내 온몸을 파고 드는 것 같다.


눈을 뜨자 말자 생각했다.


엄마다.

 아프다.

엄마가 아프 않다.


눈물이 났다.

자다가 깬 새벽녁에 얼른 휴대폰을 손으로 더듬어 찾아 메모한다.

이 순간을 모두 기억하리라.

이 따스함을...


따뜻하다.

너무 따스하다.

꿈에서라도 같은 방안에서 우리들과 겨울 일상을 나누며 이야기하는 엄마의 등더리올려다 봐도  따뜻하다. 너무 따하다.

깨고싶지않다.

아니 잊어버리고 싶지않다.

이 따뜻함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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