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날 잘못될 게 뭐가 있겠어?
잔잔한 분위기가 나를 안심하게 만든다.
이 카페를 들어오기 전에는 몰랐다.
그저 넓고 큰 창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보일 뿐이었다.
매번 카페 앞을 지나갈 때마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쉽사리 들어오지는 못했다.
혹시나 옆에 앉은 사람들이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지는 않을까,
아니면 내가 딴짓하는 모습을 보지 않을까 부끄럽게 느껴졌다.
한참을 미루다 오늘도 카페 앞을 지나가는데 왠지 모르게 겁나는 마음이 수그러들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진한 원두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늘 아메리카노를 마신 사람은 몇이나 될까,
셀 수 없이 많겠지.
향만 맡아서는 오늘 몇 명이나 이 카페를 들렀는지 알 수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에 잔잔한 팝송이 커피향과 겹쳐 떠다녔다.
흘러 나오는 노래를 들어오기 전에는 몰랐다.
그저 넓고 큰 창에 공부하는 사람들이 빼곡하게 보일 뿐이었다.
매번 카페 앞을 지나갈 때마다 가보고 싶다는 생각만 했지 쉽사리 들어오지는 못했다.
혹시나 옆에 앉은 사람들이 내가 공부하는 모습을 보지는 않을까,
아니면 내가 딴짓하는 모습을 보지 않을까 부끄럽게 느껴졌다.
한참을 미루다 오늘도 카페 앞을 지나가는데 오늘은 왠지 모르게 겁나는 마음이 수그러들었다.
카페에 들어서자 진한 원두 냄새가 코를 찔렀다.
오늘 아메리카노를 마신 사람은 몇이나 될까,
셀 수 없이 많겠지.
향만 맡아서는 오늘 몇 명이나 이 카페를 들렀는지 알 수 없었다.
조용한 분위기에 잔잔한 팝송이 커피향과 겹쳐 떠다녔다.
흘러 나오는 노래의 결을 따라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 있는 어린 아르바이트생은 나를 보며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어서 오세요."
나는 아르바이트생의 말을 뒤로 카운터 뒤에 있는 커다란 메뉴판을 보았다.
이 카페의 메뉴들은 꽤 비쌌다.
나는 궁금해졌다.
이 가격의 커피를 마시며 공부를 할 가치가 있는 카페인가.
나는 가장 무난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주세요."
왠지 조용히 말해야 될 것 같은 분위기에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커피를 받아 2층으로 향했다.
2층으로 들어서자 묵직하고 조용한 분위기에 들리는 소리라고는 책을 넘기는 소리와 노트북 키보드를 두들기는 소리였다.
나는 창가 쪽으로 향했다.
이곳은 숲 속처럼 조용하지만 왠지 창가 쪽이 더 조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의자에 가방을 걸어두고 소리가 나지 않게 의자를 조심스럽게 당겼다.
의자를 다시 책상 쪽으로 당길 때는 저절로 눈치를 보게 되는 분위기였다.
나는 가방에서 조심스럽게 노트북을 꺼냈다.
흐릿한 하늘이 눈에 들어왔다.
하늘에 떠 있는 구름이 솜사탕을 해 집어 놓은 것처럼 거의 보이지 않았다.
회색에 검은색을 정말 조금, 한 방울 떨어뜨려 놓은 것 같은 색이었다.
금방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았다.
창밖에 사람들은 곧 비가 내릴 것을 아는지 하늘을 한 번씩 올려다 보고는 빠르게 걷기 시작했다.
지금 내 옆에 있는 아메리카노가 3분의 1이 줄어들 때쯤,
비가 내리기 시작할 것 같았다.
그리고 아메리카노의 얼음이 녹아 줄어든 양을 다시 채우기 시작할 때쯤,
비가 한참 동안 내려 벚꽃 잎이 다 떨어질 것이다.
아마 아메리카노의 양이 점점 줄어들고 투명한 갈색을 띄워 바닥이 보일 때쯤,
벚꽃 잎은 다 떨어져서 하수구로 흘러가 방향을 잃은 채 물에 둥둥 떠다닐 것이다.
나는 곧 쏟아질 비를 생각하며 창밖에 흔들리는 벚꽃 나무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왠지 봄의 마지막 날인 것 같았다.
커다란 창문에 빗방울이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생각한 것보다 비가 빨리 시작됐다.
벚꽃 나무는 바람에 힘없이 흔들렸고,
벚꽃 잎은 함박눈처럼 바닥에 가볍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는 떨어지는 벚꽃을 바라보며 웃음이 절로 나왔다.
벚꽃 잎이 떨어지는 걸 보면 전에 쌓였던 것들이 모두 떨어지고 새로운 시작이 오는 느낌이 좋다.
떨어지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벚꽃이 떨어지는 순간은 매번 새롭다.'
한참 동안 벚꽃이 떨어지는 것을 보다 보니 밖은 점점 어두워지는 것 같았다.
노트북을 바라보니 이미 화면이 꺼져 있었다.
점점 억세진 빗줄기에 벚꽃잎들은 제멋대로 둥둥 떠다니고 하수구 길을 따라 억지로 흘러갔다.
사계절 중, 가장 짧게 느껴지는 봄은 벚꽃으로 시작해서 벚꽃으로 끝이 난다.
벚꽃이 피기 시작했을 때, 봄이 시작되고 벚꽃이 전부 빗물에 떠내려 가면 사람들은 말한다.
"벌써 끝이야?"
봄이 끝났다는 생각에 다들 아쉬워한다.
사람들이 우산을 쓰고 가는 거리 사이에 잎이 다 떨어진 가지는 외로워 보였다.
새하얗던 나무는 가지만 남아 이제 평범한 나무가 되었다.
크게 뻗어 있는 나뭇가지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