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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김순호 시

눈의 죽음

신작 시

by 김순호




눈의 죽음 / 김순호




나는 야만의 정복자

구둣발로 숫눈을 밟는다


바람이 먼저

눈을 헤쳐 뿌리며 앞선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깊고 푸른 허공을 떠가는 코러스


도열한 아파트 벽에 장착된 총구에서

하얀 포연이 깃발 들어 환영한다


몇 잎의 햇살에 뚫린

눈 무덤이 주저앉는다


성글게 각이 선 눈의 뼈가

불붙은 플라스틱처럼 뭉그러진다


한 가닥씩 방울로 스러지는 눈의 체액

길게 아래로 미끄러지는 검은 그림자


저편 그늘

파랗게 살아 있는 눈이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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