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나는 야만의 정복자
구둣발로 숫눈을 밟는다
바람이 먼저
눈을 헤쳐 뿌리며 앞선다
슈베르트의 겨울 나그네처럼
깊고 푸른 허공을 떠가는 코러스
도열한 아파트 벽에 장착된 총구에서
하얀 포연이 깃발 들어 환영한다
몇 잎의 햇살에 뚫린
눈 무덤이 주저앉는다
성글게 각이 선 눈의 뼈가
불붙은 플라스틱처럼 뭉그러진다
한 가닥씩 방울로 스러지는 눈의 체액
길게 아래로 미끄러지는 검은 그림자
저편 그늘
파랗게 살아 있는 눈이 바라본다
인생은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지만, 은둔의 '글'쓰기 의식으로 나를 만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