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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순호 Jul 09. 2024

키오스크

신작 시 






키오스크    / 김순호




얼핏 차창 너머로

살아있는  나무를 붙잡고 대롱거리는 죽은 가지의 위태로움이 보인다  


*<죽음의 집>에서 걸어 나온  도스토옙스키는  "돈은 주조된 자유"라고  속삭이고 


나는 신용카드를  챙겨  

붕 떠오르는 키오스크에 간신히 매달린다

손님은 왕이라더니 안내자 하나 없다 

는 기가 죽어 

스크린을 터치터치

메뉴를  선택하고 수량을 선택하고 

하라는 대로 따라 했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란다


잠깐

돈은 내가 내는데 받는 놈이 터치터치 맹훈련시키잖아

발끈  짜증이 난다

줄줄이 늘어 선 등짝을 겨눈  눈총을 모르는 척 

오늘은 겨우 따라붙었지만

조금 더  늦었다면 가차 없이 떨구고 갈 태세였다


폐쇄될 지구에서 이주하는 그들은

좀 더 까다로운 게임으로 통과를 위협할 것이고

끝내

따라가지 못할 그날은 오고야 말 것이다 


아,    난 슬픈데  저 사람은 웃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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