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 시
얼핏 차창 너머로
살아있는 나무를 붙잡고 대롱거리는 죽은 가지의 위태로움이 보인다
*<죽음의 집>에서 걸어 나온 도스토옙스키는 "돈은 주조된 자유"라고 속삭이고
나는 신용카드를 챙겨
붕 떠오르는 키오스크에 간신히 매달린다
손님은 왕이라더니 안내자 하나 없다
나는 기가 죽어
스크린을 터치터치
메뉴를 선택하고 수량을 선택하고
하라는 대로 따라 했는데 뭐가 잘못된 건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란다
잠깐
돈은 내가 내는데 받는 놈이 터치터치 맹훈련시키잖아
발끈 짜증이 난다
줄줄이 늘어 선 등짝을 겨눈 눈총을 모르는 척
오늘은 겨우 따라붙었지만
조금 더 늦었다면 가차 없이 떨구고 갈 태세였다
폐쇄될 지구에서 이주하는 그들은
좀 더 까다로운 게임으로 통과를 위협할 것이고
끝내
따라가지 못할 그날은 오고야 말 것이다
아, 난 슬픈데 저 사람은 웃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죽음의 집의 기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