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미안하다

느낌

by 김순호



그냥 미안하다 / 김순호




독립해 혼자 살고 있는 큰 딸에게 하루 전 미역국을 끓여주는 걸로 생일 축하를 대신하기로

하고 기다리는데 비번을 누르고 들어오는 딸애는 언뜻 봐도 내 모습을 하고 있어 당혹스럽다.

젊었을 때야 사람들이 엄마랑 꼭 닮았다 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웃고 말았던 것을 늙은 지금

의 나를 보는 딸의 느낌은 어떨까 싶어 남들이 엄마를 닮았다고 하면 난 민망해 얼른 말머리를

돌린다 나 역시 부모로부터 받은 것이기에 어쩔 수 없지만 내심 내 탓인 거 같아 억울하기도 하고

한 편으론 마치 내가 창작해 물려주기라도 한 것처럼 미안한 것이다. 나라고 예쁘고 멋지게 낳기

싫었겠는가?


인간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동식물 까지도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종'은 없다 결함이 많은 만

큼 자식에게 무언가 상쇄될만한 조건이라도 물려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무엇 하나 내세울 것 없

는 부모라서 그저 미안하다. 넌지시 팔자라는 운명론으로 피해 갈 수밖에, 딸아 평범하고 가난한

내게 와줘서 고마웠고 특히 오늘은 무력한 내가 엄마여서 부끄럽고 미안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내가 바라본 그 느낌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