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본 그 느낌 그대로 / 김순호
나는 하루 중 많은 시간을 나만의 공간에서 혼자 보낸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하고 있는
카톡은 물론 트위터나 페이스북 인스타그램도 하지 않고 있으니 글을 쓴다지만 시대에 많이
뒤처진 사람이라 할 수 있다.
앞에 나열한 SNS를 하지 않다 보니 자연스럽게 일상을 공유하는 사람도 적고, 시인 동
료들은 물론 누구에게도 블로그를 알리지 않아 검색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없다. 이제 막 시
작한 브런치도,
어떤 날은 전화통화 한번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기도 하는데, 그걸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다행히 없다. 가끔 지인들을 만나면 끊임없이 울려대는 카톡을 확인하느라 대화가 중단돼
불쾌함을 느끼는데 " 나는 절대 카톡은 안하리라"는 다짐을 하며 돌아오곤 한다. 어쩌다 새로
운 사람을 만날 때에도 의례 '카톡 운운' 하며 전화번호 교환을 하게 되는데 "전 카톡 안 해요"
하면 의아하게 쳐다보며 마치 백 년 전 사람을 보듯이 " 그럼 어떻게 연락하죠?" 한다 난 어이
없어 웃으며 " 그냥 전화나 문자 하시면 돼요" 하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며 " 카톡 편한데 왜 안
해요? 쉬운데 가르쳐 드려요?" 하기도 한다. 물론 됐다고 거절하지만 이런 내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눈치에 더해 마치 괴팍스러운 사람 취급을 하는 눈총을 받기도 한다. 하도 자주 겪는
일이라 어떨 땐 카톡을 열어버릴까 하는 마음이 들다가도 아직은 이 상태가 편해 유지하고
있다.
내가 브런치를 하게 된 건 비공개로 '글' 작업을 하던 다음 블로그가 지난번 갑자기 티스
토리로 자동 이동됐고 그 계기로 그동안 저장된 글들을 정리하면서 발표한 글들은 공개해도 되
겠다 싶어 일부를 공개 전환하면서. 가끔 일상의 이야기를 남기곤 하는데, 좋은 자료가 없고
유입 경로가 없어서인지 서핑을 하다 우연히 방문하시는 분들이 있는 정도다.
그러다 공개한 글 말미에 브런치 플랫폼이 자꾸 따라붙어 이게 뭐지? 하며 검색을 하다 '글' 쓰
기에 동력을 받을 수 있는 좋은 플랫폼인 거 같아 덜컥 작가 신청을 했고 또 빠르게 탈락 통보를
받았다. 첫 발행 글에서 밝힌 것처럼 자존심이 상했고 움츠러들기도 했지만 일주일 동안 작가서
랍에 글을 저장하고 재 신청해 승인을 받았다.
개인마다 다르겠지만 내가 브런치에 거는 기대는 쓰기만 하고 밀어두는 게으른 작업에 발행
이 계기가 되어 완성된 작품으로 발전시킬 수 있겠다는 것이고. 또 원하는 작품을 쓰려면 더 깊게
응시하고 수정에 수정을 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그중에 제일 큰 기대는 훌륭한 작가님들과 함
께있으니 '글'을 쓰고 싶은 의욕과 자극을 받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이다. 브런치 입성 겨우 한 달
남짓, 혼자 이것저것 시도 하면서 ( 카테고리 삼아 ) 매거진을 만들었는데. 그 외 브런치북과 연재
는 나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지금은 작가서랍과 맞춤법 검사 기능을 활용해 원고를 쌓아두는
작업실로 감사히 애용할 생각이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인정 욕구가 있다. 게다가 글을 쓰고 책을 출판했거나 출판할 예정이라면
대형서점 진열대에 명함은 못 내밀더라도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그럴 때 가장 빠른 효과를 볼 수 있는 카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매체는 탁월한 광고의 장이라 할 수
있고 최대한 활용하는 게 현명하다. 그러나 나는 선뜻 그 집착이 두려워 이용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건 전적으로 내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나는 "글은 쓰는 것으로 위안을 받았고" 발표한 '글'은 이
미 나를 떠나 독자의 것이란 생각을 갖고 있기에 그 외의 일엔 지극히 미숙하다 하겠다.
사람의 마음은 수시로 변하니, 내일이라도 지금의 생각이 바뀌면 또 그대로 하면 될 일이다.
비록 무명 시인이지만 나는 계속 쓸 것이고, 어느 곳에서 누군가가 내 '글'을 읽고 공감을 해준
다면 저자로 서의 보람을 대가로 받은 셈이라 생각한다.
내 생애 몇 권의 책을 출판할지는 알 수 없으나 오늘도 주문을 외듯 기원한다.
'내가 바라본 그 느낌 그대로 문장이여 오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