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캐나다의 작은 섬마을, 샬럿타운으로 떠나다
2019년 4월 나는 한국을 떠났다.
나라와 도시를 선택하기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한 끝에 나는 캐나다의 작은 섬마을인 샬럿타운으로 떠나기로 결정하였다.
내가 샬럿타운을 결정한 이유는 대도시에 비해 한국인의 비율이 적다는 것이었다.
어학연수를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영어를 사용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인데 이곳이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생각했다.
나는 20kg짜리 캐리어 두 개와 10kg짜리 기내용 캐리어와 백팩을 메고 공항에 들어갔다.
캐리어 하나에는 10kg짜리 단백질 보충제가 들어있었다. 캐나다에서는 보충제를 구할 수 없을 것 같아 넉넉히 들고 갔는데 내심 마약으로 오해를 받을까 봐 걱정하였지만 다행히 아무 문제가 없었다.
캐나다에 2년 정도 있을 계획으로 짐을 챙겨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캐나다에서도 충분히 구할 수 있는 물품들이었다.
비행기 출발 시간은 아침 10시.
도착시간도 같은 날 아침 11시.
총 13시간의 비행이었다.
캐나다와 한국의 시차는 12시간 차이다. 한국이 12시간 빨라 나는 캐나다에 도착했을 때 어제와 같은 날 같은 시간을 다른 나라에서 다시 살게 되었다.
나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기대를 가득 안고 가족들에게 인사 후 비행기에 올랐다.
대한항공 기내식은 정말 맛있다. 훈제 연어 닭고기 볶음밥인데 아쉽게도 연어는 찾기 힘들었다.
토론토에 도착하다.
지구 반대편까지 가본 적이 없어서 정말 신이 났다.
13시간의 비행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먹고 자고 쉬고 먹고 자고 쉬고 하다 보니 어느덧 나는 토론토에 도착하였다.
사실 영어 공부를 위해 단어장을 들고 탔지만 결국 짐만 되었다.
인천공항에서 샬럿타운까지 한 번에 가는 비행기가 없어 나는 토론토에서 경유를 해야 했다.
토론토에 내리니 나와 다르게 생긴 사람들이 많았다.
“여기가 캐나다구나!”
너무 기뻤다.
하지만 이제부터 진짜 생존이 시작되었다.
샬럿타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 위해 나는 다른 터미널로 이동해야 했다.
길 찾기가 생각보다 너무 복잡하였다. 열차를 타고 다른 터미널로 가야 했는데 길을 잃을까 봐 한참을 망설였다.
망설이던 중 엘리베이터 앞에서 어떤 인도분이 나에게 길을 물어봤다. 나는 길을 몰랐지만 빨리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 내 고개는 그 길이 맞다고 끄덕이고 있었다. 젠장.
역시나 그 길은 잘못된 길이었고, 우리가 다시 만나게 되었을 때 그분이 나를 무섭게 째려보셨다.
나는 재빨리 도망갔다.
이때까지 나는 영어가 입 밖으로 절대 안 나왔다.
그냥 말할 수 있는 건 생존 영어일 뿐..
다행히 샬럿타운으로 가는 비행기 출발시간이 아직 10시간이나 남아있는 상태였다.
나도 이제 길을 찾아 나서야 했다.
나는 무거운 짐을 이끌고 청소하고 계신 분께 혹시 샬럿타운으로 어떻게 가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그분은 나를 차이나 타운으로 안내하였다.
젠장.
나의 발음은 샬럿타운이 아니라 차이나 타운이었다.
나는
“노노노! 샬럿타운! 샬럿타운!” 이렇게 외쳤지만
그분은 끝까지 “오케이, 차이나타운”을 외치며 나를 차이나타운으로 안내해주셨다.
그렇게 나는 차이나타운을 갈 뻔했지만 우여곡절 끝에 샬럿타운으로 가는 터미널을 찾을 수 있었다.
영어 어렵다..
비행기 타기 전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일단 밥을 먼저 먹기로 했다.
“역시 캐나다는 햄버거지” 하고 옆에 있던 서브웨이를 두고 어느 햄버거집에 들어가 햄버거를 시켰다.
내가 생각했던 맛과 정말 달랐다. 너무 짜고 맛이 오묘했다.
특히, 햄버거에 들어있던 왕피클은 바닷물에 절여진 맛이 났다.
이걸 나는 살기 위해 꾹 참고 먹었다. 그래서 이 버거를 나는 생존 버거라 불렀다.
밥을 다 먹고 비행기만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어느덧 아침에서 밤이 되었고 저녁 10시에 오기로 했던 비행기는 오지 않았다.
나는 뭔가 잘못된 걸 느꼈다. 비행기가 연착된 것이다.
토론토 공항에서 14시간을 기다린 끝에 나는 샬럿타운으로 가는 비행기를 탈 수 있었다.
생긴 건 그럴싸하게 생겼지만 맛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특히 저 피클은 태평양 한가운데서 절여진 맛이랄까?
샬럿타운에 무사히 도착하다.
잠깐 잠든 사이 어느덧 샬럿타운에 도착하였다.
블로그에서만 보던 젖소 마네킹이 보였다. 잘 찾아온 것이다.
그리고 나의 호스트 마더인 줄리가 Joohan이라는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고 계셨다.
그녀는 약간 통통한 체형의 인상 좋은 아주머니였다. 새벽 4시가 넘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밝게 나를 맞이해주셨다.
그녀의 벤에 내 짐을 싣고 공항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집으로 가는 동안 나에게 이것저것 많은 질문을 하였다.
음식 알레르기가 있냐, 못 먹는 게 있냐 등 다행히 나는 가리는 것이 없었다.
집에 도착하니, 뭔 사자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그건 바로 ‘올리버’라는 이 집의 강아지였다.
종은 골드 리트리버인데 사이즈는 사자만 했다.
올리는 사료보단 초콜릿, 케이크와 같은 사람이 먹는 음식을 좋아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사이즈가 남달랐다. 체중이 50kg이 넘었다.
다행히 올리버는 정말 순한 강아지였고,
그는 총 6개 국어를 할 수 있었다.
한국어, 일본어, 영어, 스페인어 등 여기에 머물렀던 학생들이 자신의 모국어로 그와 대화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손에 먹을 것이 있으면 천재견이 되고, 빈 손이면 바보견이 된다.
똑똑한 강아지였다.
줄리는 나의 방을 보여줬고, 나는 그 방이 마음에 들었다. 일단 너무 피곤하여 빨리 샤워를 하고 잠을 잤다.
다행히 시차로 인한 불면증 없이 깊은 잠에 빠져버렸다.
샬럿타운의 명물 젖소 마네킹
이건 실존하는 강아지의 뒷모습이다. 앞모습은 나중에 공개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