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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28. 2021

제03화. 야 너도 할 수 있어, 어학연수 -캐나다-

3. 어학원의 첫날(레벨테스트, 반배정, 도시락, 픽업 서비스 등)



01. 첫 수업을 하러 가다(픽업 서비스, 레벨테스트)


월요일 아침이 밝았다.

밝진 않았다. 4월임에도 불구하고 자고 일어나니 눈이 쌓여있었다.

줄리는 오늘 폭설로 인해 수업이 취소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다행히 수업이 취소되지 않았다.

나는 새 친구들을 만날 생각에 들떠있었다.


SACLI라 불리는 어학원은 시내에 위치해있었고 줄리는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나를 학원 앞까지 데려다주었다.

보통 호스트 부모님들이 데려다주시고 오후에 수업을 마치고 또 데리러 오신다.


*집이 가까운 친구들은 걸어 다닌다.


첫날에는 반배정을 위한 레벨테스트가 있어 나는 로비에서 대기를 해야 했다.

로비 앞에는 티브이가 있는데 거기엔 새로 온 학생들의 이름이 나온다.

물론 내 이름도 있었다.


학생들이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난 혼자 로비에 멀뚱멀뚱 앉아있었다.

그때 갑자기 바로 앞에 한 여학생이 다가왔다.

나를 보며 웃더니 말을 걸었다.


오늘 처음 왔냐, 어디서 왔냐 등 많은 질문들을 하였다.


나와 처음 말을 한 그 친구는 Mai(마이)라고 불리는 일본인 친구였다.

성격은 엄청 착했고 나는 영어가 서툴렀는데 마이는 대화를 잘 이끌어 나갔다.


그래서 그런지 처음에 나는 마이가 되게 높은 반에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높은 반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고, 나보다 한 단계 낮은 반에 있었다. (나중에 친해져서 이걸로 엄청 놀렸다.)

(마이는 나를 따라잡기 위해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하여 최고로 높은 반까지 가게 된다. 믿거나 말거나.)


이번주 새로 온 학생들의 이름이 이렇게 뜬다.


02. 제일 궁금한 영어 테스트 진행방식


테스트는 문법, 쓰기, 말하기 이렇게 3가지로 간단히 진행된다.

처음 문법 테스트는 컴퓨터에 앉아서 정해진 시간 안에 맞춰 풀면 된다. 이때 나는 긴장 때문에 문제를 버벅거리면서 풀어 마지막 한 10문제 정도는 그냥 찍었다. 긴장 탓이라고 말하고 싶다.


다음은 쓰기 테스트다.

아무도 없는 방으로 들어가 종이 한 장을 준다. 주제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에 대해 영어로 쓰는 것이었다. 내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한글로 쓰는 것도 힘든데 영어로 쓴다는 건 쉽지 않았다.

난 최대한 쉬운 문장으로 내 인생을 풀어썼다. 내 인생 가운데 영어로 쓰기 어려운 것들은 잠시 기억에서 없앴다. 영어 문장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잠시 없애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내 머릿속 지우개가 필요할 때이다.


쓰기 테스트가 끝난 후 주디(어학원 원장 선생님)가 들어왔다.

그녀는 내가 쓴 내용을 바탕으로 말하기 테스트를 진행하였다. 테스트라기보다는 그냥 내가 쓴 내용을 입 밖으로 내면 되는 것이었다. 긴장이 몹시 되었지만 “주디는 내 친구이다.”라고 최면을 걸었다.  


그렇게 모든 테스트가 끝난 후 반을 배정받았다.

나의 반은 High Intermediate 반으로 위로는 두 개의 높은 반이 존재하였다.



03. 나의 반 친구들과 첫 수업


드디어 나의 반에 들어갔다.

처음 본 친구는 마사였다. 이 친구 역시 일본에서 왔는데 오묘하게 한국인 같기도 하고 일본인 같기도 했다. 정말 얼굴이 아리송하게 생겼었다.

그 옆에 앉은 친구는 노아라고 불리는 한국인 친구였고, 나와 동갑이었다.

이 둘과 나는 제일 친해지게 된다.


수업시간이 되니 반 친구들이 다모였다.

나의 반에 한국인 친구들이 다모인 느낌이었다.


“어.. 이게 아닌데”


다른 반에는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이 있었던 반면 우리 반은 거의 한국인이 주로 이루었다.

서로 안 좋아하는 눈치였다.


오전 수업은 주로 문법 수업과 듣기 수업이었다.

나의 선생님은 베네사였고 그녀는 스포츠 광이었다. 정말 리액션도 너무 좋고 수업 스타일도 딱 내 스타일이었다. 가끔 졸리긴 했지만 말이다.





04. 점심시간


오전 수업이 끝난 후

우리는 각자 집에서 가져온 도시락을 들고 식당으로 향했다.

도시락은 보통 전 날 저녁에 먹은 음식들을 도시락통에 담아서 왔다.

과일과 초콜릿바도 항상 챙겨주셨다.


그중에 써니라는 한국인 친구가 있었는데 이 친구는 항상 라면을 들고 다녔다.

이유는... 그녀의 도시락은 우리 집 홈스테이 강아지 올리버의 밥보다 더 빈약해 보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는 조금씩 말라갔다.


불쌍한 써니..


점심시간은 한 시간이다.


진지한 써니의 홈스테이 식단. 농담이 아니었다.나는 써니의 밥을 보자마자 줄리에게 감사함을 느꼈다.




05. 오후 수업


점심시간이 지나고 오후 수업이 시작되었다.


모두들 식곤증이 몰려와 선생님은 최대한 활기찬 수업을 진행하려고 노력하였다.

그래서 그런지 오후 수업은 뭔가 딱딱한 분위기가 아닌 자유로운 토론 분위기에 가까웠다.


선생님 이름은 아리엘로 되게 파이팅이 넘쳐 보였다. 그녀의 밝은 성격은 정말 우리 모두를 즐겁게 해 주었다.


오후 수업은 보통 스피킹 수업으로 진행된다고 보면 된다.




06. 수업이 끝난 후 무엇을 할까?


보통 수업이 끝나면 집이 가까운 학생들은 걸어가거나 홈스테이 부모님이 데리러 오실 때까지 기다렸다.


나는 어학원 바로 맞은편에 있는 헬스장으로 갔다.

어학원에 다니는 학생들은 무료로 사용이 가능하였다.


헬스장이 그렇게 크지는 않았지만 운동을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운동을 마친 후 나는 5시 10분에 집으로 가는 막차를 타야 했다.

보통 저녁은 6시쯤에 먹는데 늦거나 못 먹게 되면 미리 호스트 부모님께 말씀을 드려야 한다.


이곳의 유일한 단점은 교통편이 정말 안 좋다는 것이다.


가끔 저녁을 친구들과 함께 먹을 때도 있다. 보통 펍에서 맥주와 함께 허기진 배를 채운다.

치킨, 피자 여기에 맥주까지 보통 펍에서 이런 세트구성으로 먹는다. 치킨은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치킨은 없고 윙만 존재한다. 피자는 솔직히 한국보다 맛있다.




07. 첫날에 버스를 잘 못 타다. 버스기사님과의 데이트


처음 버스를 타고 가는데 이상하게 아무리 가도 집 근처가 보이지 않았다.

본능적으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나는 이곳에서 핸드폰 사용을 최대한 안 하려고 개통조차 하지 않았다. 근데 이런 문제가 생길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버스를 잘못 탄 것이었다. 나의 버스는 반대로 가고 있었다.

어느덧 버스 종착역에 도착하였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내려야 했고, 처음 보는 월마트 앞이었다.

해는 어두워졌고 나는 국제미아가 될 위기에 처해있었다.


마침 앞에 어떤 아주머니 한분이 계셨다. 나는 그분께 겨우 핸드폰을 빌려 줄리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다.

줄리는 나를 안심시키며, 기다리라고 하였다.


30분 후 줄리의 벤이 보였다.

눈물이 났다.


다음 날

줄리는 나에게 버스를 타는 곳, 버스 번호, 내리는 곳을 친절히 알려주었지만 또 문제가 생겼다.


버스 타는 것까진 완벽했다. 다만 나는 내리질 못했다.

정신 차려보니 내가 탔던 곳에 다시 도착했다. 한 바퀴를 삥 돌은 것이다.


너무 당황하여 버스기사님께 나의 주소를 보여드리며 여기 가야 한다고 했고, 기사님이 뭐라 뭐라 말씀을 하셨는데 하나도 못 알아들었다.

그렇게 두 번째 국제미아가 될뻔했다.


하지만 정말 운이 좋게도 그 버스기사님은 정말 좋으신 분이었고, 나 때문에 퇴근도 못하시고 집 앞까지 버스로 둘만의 데이트를 했다.

우린 서로 대화가 안되어 나는 크랙(호스트 파더)의 번호를 넘겨드렸고, 그분은 크랙과 통화를 하면서 어디에다 내려줄 테니 거기로 크랙을 불렀다.


크랙은 약속 장소에 나와있었고, 집으로 가는 동안 나에게 내리는 곳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었다.


나는 그 버스기사님 덕에 생존을 할 수 있었다.

그 이후 그분은 나를 기억하셨고 항상 이곳에서 내리라고 말씀을 해주셨다.

그렇게 점점 우리는 친해갔다.


샬럿타운에는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많다.

소규모 마을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정도 있고 남 일이라 생각하지 않고 잘 도와주시는 착한 사람들이다.


버스 기사님과 나 / 어느날 갑자기 집 가는 길에 버스가 고장나서 버스기사님하고 둘만 남은 적이있는데 이때 내가 사진을 같이 찍자고 했다.
진정한 나의 은인. 버스기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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