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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Aug 21. 2023

Never Stop Teaching

가르치는 일을 그만둘 수 없게 만든 한 마디

나는 관계를 매우 소중히 여기는 사람이다. 

한번 사랑해야겠다고 결심하면 나는 그들에게 매우 헌신적이다. 

그렇게 인연이 된 사람들은 십 년 이십 년 나와 삶을 공유한다. 


대학 때부터 알던 교수님이 있다. 

그는 누구보다 까칠한 사람이었지만 그 누구보다 재미있는 사람이었다. 

교수들 중 가장 연장자였고 가장 오랫동안 티칭을 한 사람이었다. 

매사에 정확하고 깔끔했던 그는 준비되지 않은 작품과 프레젠테이션은 쳐다보지 않았다. 

자신의 시간을 낭비하는 일에는 질색을 했던 사람이다. 

굽은 등과 곱슬곱슬한 머리가 목에 살짝 닿아있었고 옷은 늘 청바지와 셔츠였다. 

지독한 흡연은 그에게 암이라는 질병을 툭 던졌고 그는 처절하게 나가떨어졌다. 

처절하게 살기 위해 싸웠고 다행히 생명을 빼앗기진 않았다. 


그와의 만남은 아직도 생생하다. 

글자를 가지고 작업을 했던 나를 눈여겨봤던 건 그의 작업에도 글자의 역할이 컸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그에게 나의 첫인상은 꽤 가능성이 보이는 학생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교수의 첫인상에 부합하는 인간은 아니었다. 

툭하면 늦었고, 수업도 빠지기 일쑤였고,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이란 건 일도 없는 학생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어김없이 그의 수업에 늦었다. 

(그의 수업이 아침 8:30에 시작했고 나는 올빼미 생활을 할 때니 당연 늦을 수밖에 없었다.) 


벼르고 벼르다 그는 나를 불러 세웠다. 

"너 어디 살아?"

그때 당시 나는 걸어서 3분 거리에 살고 있었다. 

"XX 아파트 살아요"

내가 어디에 살고 있다는 걸 알자 그의 눈은 날 향해 쌍욕을 던지는 것 같았다.  그렇다. 욕을 처먹어도 될법한 상황이었다. 

"다음 수업에 늦지 마. 늦으면 너 결석 처리 하고 이 수업 못 들어오게 할 거야"


무서운 경고에 나는 졸았고 다음 수업에 정말 딱 맞춰 갔다. 

샤워를 하고 머리도 말리지 않은 채 푸우 잠옷 바지를 입고 잠바도 입지 않은 채 뛰어 들어오는 나를 본 그는 나를 보자 웃음이 터져 버렸다. (당시 한겨울이라 젖은 머리가 얼어서 들어왔으니.. 얼마나 기가 막히겠나)

나의 노력이 가상했는지 그는 나를 불러다 말했다. 

"옷 제대로 입고 머리 말리고 사람답게 하고 와" 


그때부터 그와의 인연은 시작되었고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나의 교수님으로 내 삶에 자리 잡았다. 

그가 은퇴하기 전, 내 대학원 작업실에 찾아왔고 나를 가르치던 교수님과 인사를 했다. 

"우리 이름은 아는데 처음 만나는군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나의 노교수는 민망하게 나를 칭찬하며 잘 가르쳐달라고 부탁을 했다. 




선생이 되야겠다고 결심하고 선생이 되었는데 막상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니 쉽지가 않았다.

쉰 목소리와 두통, 피곤함에 절어 매일 수십 번 물었다. 

"이게 옳은 길일까?"


나의 노교수에게 전화를 넣어 한 숨을 푹푹 쉬며 가르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말하자 그가 말했다. 


"쉬울 줄 알았냐?"


정신적 육체적 노동에 비해 돈이 너무 적다고 말하자 그가 말했다


"돈 많이 벌줄 알았냐?"


"아니 그럼 뜯어말렸어야죠!"


"넌 잘할 거 아니까..."


나는 이상하게도 잘 버텼다. 




나의 노교수는 가르치는 일에서 은퇴했지만  지금도 작업을 한다.   몸은 더 굽었고 체력은 후 달려도 전시를 하고 작품을 만든다. 하지만, 그의 태도와 성품에는 늘 가르치는 선생의 모습이 배어있다.

그는 나에게 매우 좋은 선생이었다. 

한없이 건조하고 냉랭한 유머를 던지지만 깨어있는 통찰력과 샤프한 생각은 나이는 숫자임을 일깨워준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나는 그의 제자이고 그처럼 늙고 싶다고 생각한다.


"넌 티칭 잘할 거니까"

나의 노교수는 너무 당연하다는 듯 나를 향해 말했었다. 


글을 쓰고 있다고 말할 때도 그렇게 말했다.

"정말 멋진 글을 쓸 거야"


내가 엄마가 되었을 때도 그는 그렇게 말했다. 

"넌 정말 좋은 엄마가 될 거야"




좋은 선생님이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 

자기가 하는 일에 열정과 사랑을 가지고 일하면 충분히 좋은 선생이라 생각했지만 나 스스로가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던 건 가르치는 일을 시작하고 한참 지나 서다.


2008년부터 지금까지 나는 4개의 학교에서 1241명을 만났다.

나는 그들에게 예술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풍요롭게 하는지를 가르쳤다. 

언젠가 학생 한 명이 학기가 끝나고 이멜을 보냈다. 


Never stop teaching


그 문장에 15년 동안 힘들었던 그 순간이 다 녹아 버렸다. 


나에 대한 그 어떤 확신도 없던 나를 끝까지 믿어준 스승아래 나는 이제 가르치는 일을 멈추지 말아 달라는 소리까지 듣는 선생이 되었다. 


그래서 이제는 가르치는 일을 그만둘 수가 없다. 


가을 학기 3일 전... 

나는 좋은 선생이 되려 시간을 쪼개 쪼개  N 잡러의 생활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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