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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Nov 28. 2023

결혼이 진짜 미친 짓이 되기 전에

나랑 가장 잘 맞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24살...

가장 예쁘고 가장 빛이 나는 나이에 결혼을 했다. 내년이면 결혼 20주년을 맞는 우리 부부는 종종 24살 정도 돼 보이는 앳된 청년들을 보며 이런 얘기를 주고받는다

"우리가 저 나이에 결혼을 했던 거야? 미쳤었구나"


그렇다. 우린 미쳤었다.

돈도 없고 직장도 없는 학생이었다. 게다가 신학생과 미대생의 만남이었으니 밝고 탄탄대로의 미래는커녕 손가락 쪽쪽 빨며 살아야 할 미래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  우린 절실히 사랑했지만, 절실히 현실을 몰랐다. 하지만, 절절한 사랑은 현실을 이겨냈고 우린 결혼을 하였다. 그런 우리를 보며 주변 사람들은 쟤네 둘이 정말 사랑하나 보다고 했지만 동시에 불안한 눈으로 바라봤다.

"과연 잘살까?"


Alex Katz, Wedding Dress 3


Alex Katz는 매우 단순하고 선명하게 요즘 그림을 그린다.  요즘 그림이라 하면, 지금 현시대를 대표하는 패션과 정서와 표정을 담는다. 너무 과하지 않고, 단순하게 하지만 너무 심플하지 않게끔 세련되게 그림을 그려낸다. 그가 그리는 사람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뭔가 있어 보인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까도 까도 모르겠는 양파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은가! 작가가 그려내는 사람들은 속을 알 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는 머리를 하나로 단정하게 묶고 심플한 귀걸이를 하고 그 어떤 장식도 화려한 레이스도 없는 드레스를 입고 관객을 쳐다본다. 저런 드레스는 정말 날씬하고 마른 사람만이 소화할 수 있는 드레스 아닌가! 그녀의 유난히 도드라진 쇄골은 그녀가 충분히 마른 체형을 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런데 여자의 표정은 어딘가 묘하다. 결혼을 앞둔 그녀는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생각이 많아 보이는 표정에는 어딘지 모를 불확실한 감정이 느껴진다. 어쩌면 여자는 이 결혼에 대해 확신을 가지지 못한 것인지도 모른다.


결혼이 얼마나 대단한 노력을 요하는 것 일인지 안다면, 사람들은 쉽게 결혼을 선택하지 못할 것이다. 평생 나랑 다르게 산 사람이랑 살을 섞고 살아야 한다는 것은 매일매일 수행을 하는 것과도 같은 일이니까. 하지만, 인류는 일생일대의 경사는 곧 결혼이라 여기는 풍습을 다양한 문화로 남기고 있다. 남녀가 만나 한 가정을 이루는 이 어마어마한 일을 어떻게 대충대충 할 수 있겠는가?

Fridan Kahlo, Frida Kahlo and Diego Rivera's Poetic Wedding Portrait

Frida Kahlo의 결혼식 초상화는 그녀와 Diego Rivera가 얼마나 달랐는지 보여준다. Diego의 거대한 몸집과 많은 나이차이는 Frida를 더욱 작아 보이게 했다. 아빠의 손을 잡은 어린 딸아이 같은 모습으로 자신을 그린 Frida는 그에게 모든 걸 맞추겠다는 마음가짐이 엿보인다.  붓과 빠레트를 들고 있음으로써 Diego는 이미 남편으로서가 아니라 위대한 작가로 표현되었고 그녀는 그런 그를 향한 존경과 사랑을 담아 이 그림을 그린 듯하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끝까지 가지 못했다.   어린 Frida Kahlo는 몰랐다. 혼자만의 노력과 사랑으로는 결혼이라는 체제를 지탱할 수 없다는 걸 말이다.


사랑만으로 결혼이 가능할까?

종종 이런 질문을 받을 때 나는 곰곰이 생각해 본다.

20년이 다되어가는 우리 부부는 지금 사랑만으로 이 결혼을 지탱하고 있는가?


사랑만으로 결혼은 지탱이 될 수가 없다. 결혼이란 것은 훨씬 더 복잡한 속내를 가지고 있다. 사랑은 서로를 위하고 아끼는 마음이지만, 그 사랑이 유지되기 위해선 희생이 필수이다.  하지만, 부부관계에서 50:50은 절대 존재하지 않는다. 늘 누군가는 절반 이상을 주고 희생한다. 그 희생을 상대가 알아주면 관계는 지속되지만 그게 당연한 것이라 여기는 관계에서는 억울함이 쌓일 수밖에 없다. 억울함이 계속 쌓이면 그 관계는 어떻게 되겠는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같을 수밖에 없다.


같은 목표와 가치관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사람과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고 또 사랑하고 싸우고 화해하다가 어깨동무하고 걷다가 그중 한 명이 넘어지면 같이 넘어지고 같이 일어서는 걸 반복하는 게 결혼이다. 나랑 잘 맞는 사람은 나 자신 말고 없음을 알아야 다름을 틀림으로 칭하지 않을 수 있다. 자신보다 날 더 사랑해 주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알아야 상대의 사랑 방식과 표현 방법에 익숙해질 수 있다.  환상이 깨진 결혼이야 말로 제대로 된 결혼생활이다.  환상은 없지만 서로를 향한 존중하는 마음을 지키고 있어야 건강한 결혼 생활을 할 수 있다. 


남편의 얼굴표정과 숨소리에도 그의 마음상태가 읽히는 경지에 이르는데 20년 가까이 걸렸다.

서로의 코 고는 소리에 잠이라도 깨면 발로 툭툭 찬다.

아침에 손을 잡고 산책을 하고 아침밥을 함께 먹다가도 어느 날 저녁에는 다투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또 사이좋게 영화를 보러 가고 커피를 마신다.


그렇게 우린 20대 30대 40대를 보내고 있다.

우리의 관계를 건강하게 잘 지키기 위해 매번 피나는 노력 하면서 말이다.

결혼이 미친 짓이 되지 않으려면 피나는 노력을 매번 퍼부어야 한다. 그래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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