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딸아이에게 전자기기를 토요일과 일요일 30분씩 두 번을 사용하게 해 준다. (아이는 전화기도 없다) 부모마다 자신만의 교육 방법이 있고 아이패드로도 여러 교육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올드스쿨인 나는 직접 종이를 만지고 책장을 넘기며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물론 요즘 시대 아이패드는 육아의 필수품이지만 나는 아이에게 아무 때나 만지고 사용할 수 있는 자유를 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다른 곳에서 재미를 찾는다.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잘라 만드는 일에 몰두하다가 흥미를 잃으면 책을 집어 들었다. 아이에게 책은 큰 즐거움이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도서관에서 스무 권의 책을 빌려서 읽었다. 엄마 아빠가 목소리로 깨알 같은 연기를 하며 읽어주는 책은 아이에게 너무 큰 기쁨이었고 재미있는 책은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똑같은 책을 또 읽으라고 하면 귀찮을 때도 많았지만 단 한 번도 안된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감흥이 없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한 자 한 자 즐겁게 듣는 아이에게 또 읽어주고 또 읽어줬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까지 7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매번 읽는 책의 제목을 적고 스티커를 붙이자 아이에게는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하였다. 동물 이야기부터 이민자의 이야기까지 아이의 시선에 맞춰 쓰인 다양한 내용의 책을 읽고 나눴다. 아이는 나름의 생각과 감정으로 책에 반응했다. 지금도 아이는 하루에 1-2시간씩 책을 읽는다. 소파에 앉아서 읽다가 식탁에서 스낵을 먹으며 읽고 아침식사를 하다가도 읽고 차를 타고 가면서도 읽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라도 생기면 내게 그 작가가 쓴 다른 책을 구해달라고 한다.
2학년이 되자 3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나와 함께 읽었다. 너무 두꺼워서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을 밤마다 읽어주자 어느덧 아이는 푹 빠져 들었다. 나중에는 엄마가 읽어주지 않아도 혼자 스스로 읽더니 같은 책을 3번 더 읽었다. 물론 아이는 이제 엄마가 읽어주지 않아도 되지만 지금도 밤이면 읽어달라고 한다.
요즘 우리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 이민자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책의 95%를 읽은 아이는 세계 2차 대전, 일본과 한국의 관계, 아시아인 인종 차별 등등 궁금한 게 너무 많아졌다.
요즘은 드라마도 빨리 보기로 보는 시대다. 종이책을 읽는 게 원시적으로 보일 수 도 있는 그런 시대지만, 나는 아이가 종이 한 장 한 장을 넘기며 읽는 그 순간들을 좀 간직하길 바란다. 맘에 드는 구절은 줄도 치면서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 그 많은 이야기들이 아이에게 세상을 여러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그런 시각이 많을수록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