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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Jan 10. 2024

책 읽는 아이

나는 딸아이에게 전자기기를 토요일과 일요일 30분씩 두 번을 사용하게 해 준다. (아이는 전화기도 없다)  부모마다 자신만의 교육 방법이 있고 아이패드로도 여러 교육앱을 이용할 수 있지만 올드스쿨인 나는 직접 종이를 만지고 책장을 넘기며 읽기를 바라는 마음이 더 크다. 물론 요즘 시대 아이패드는 육아의 필수품이지만 나는 아이에게 아무 때나 만지고 사용할 있는 자유를 주지는 않았다. 


그렇게 자란 아이는 다른 곳에서 재미를 찾는다.  그림을 그리고 종이를 잘라 만드는 일에 몰두하다가 흥미를 잃으면 책을 집어 들었다. 아이에게 책은 큰 즐거움이다.  학교에 입학하기 전부터 일주일에 한 번씩 동네 도서관에서 스무 권의 책을 빌려서 읽었다. 엄마 아빠가 목소리로 깨알 같은 연기를 하며 읽어주는 책은 아이에게 너무 큰 기쁨이었고 재미있는 책은 읽고 또 읽고 또 읽었다. 똑같은 책을 또 읽으라고 하면 귀찮을 때도 많았지만 단 한 번도 안된다고 하지 않았다. 나는 감흥이 없지만 초롱초롱한 눈으로 한 자 한 자 즐겁게 듣는 아이에게 또 읽어주고 또 읽어줬다. 


딸아이는 초등학교 1학년까지 700여 권의 책을 읽었다. 매번 읽는 책의 제목을 적고 스티커를 붙이자 아이에게는 큰 성취감을 느끼게 하였다. 동물 이야기부터 이민자의 이야기까지 아이의 시선에 맞춰 쓰인 다양한 내용의 책을 읽고 나눴다. 아이는 나름의 생각과 감정으로 책에 반응했다. 지금도 아이는 하루에 1-2시간씩 책을 읽는다. 소파에 앉아서 읽다가 식탁에서 스낵을 먹으며 읽고 아침식사를 하다가도 읽고 차를 타고 가면서도 읽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라도 생기면 내게 그 작가가 쓴 다른 책을 구해달라고 한다. 


2학년이 되자 3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을 나와 함께 읽었다.  너무 두꺼워서 엄두가 나지 않는 책을 밤마다 읽어주자 어느덧 아이는 푹 빠져 들었다. 나중에는 엄마가 읽어주지 않아도 혼자 스스로 읽더니 같은 책을 3번 더 읽었다. 물론 아이는 이제 엄마가 읽어주지 않아도 되지만 지금도 밤이면 읽어달라고 한다. 

요즘 우리는 미국에서 살고 있는 중국 이민자 역사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 책의 95%를 읽은 아이는 세계 2차 대전, 일본과 한국의 관계, 아시아인 인종 차별 등등 궁금한 게 너무 많아졌다. 


요즘은 드라마도 빨리 보기로 보는 시대다. 종이책을 읽는 게 원시적으로 보일 있는 그런 시대지만, 나는 아이가 종이 장을 넘기며 읽는 순간들을 간직하길 바란다. 맘에 드는 구절은 줄도 치면서 말이다. 그래서 언젠가 그 많은 이야기들이 아이에게 세상을 여러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으로 컸으면 좋겠다.  그런 시각이 많을수록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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