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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maZ Mar 17. 2024

낯을 가리지만 명랑한 INFJ에요

귀한 사람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지혜

MBTI를 할 때마다 나는  INFJ가 나왔다. 

"예수님이 지금 시대에 MBTI 했으면 나랑 똑같이 INFJ래.  내가 예수님 같은 마음으로 너랑 산다"라고 우스갯소리를 하자 남편은 조용히 말했다. 

"히틀러도 INFJ였을꺼래.  너 스스로 생각해 봐. 네가 예수랑 가까운지 히틀러랑 가까운지"


순간 욱하면서 주먹이 나가니... 나는 분명 예수는 아니다. 


호불호가 강한 성격이 가장 힘들어하는 성격의 유형은 우유부단한 사람이다.  좋고 싫음이 분명한 사람들은 결정을 못하고 망설이는 이들에게서 숨넘어가는 답답함을 느끼고 반대로 결정을 하기 위해 오랜 생각과 고민을 필요로 하는 이들은 확실하고 확고한 결정에 난색을 표한다. 

남편은 우유부단한 성격은 아니지만 나처럼 생각과 결정의 스피드가 빠른 사람은 아니다. 그래서 그는 매번 빨리 생각하고 결정하는 나의 모습에 기가 한다. 


"너는 무슨 자신감으로 그렇게 확신에 찬 결정을 할 수 있지?"


수많은 인종차별에 시달리며 외로움으로 무장되었던 내 어린 시절은 어떤 일에 있어서 결정과 결심을 빨리 하게끔 이끌었다. 어차피 내 편은 없고 나 스스로 내리는 결정이 당장 내 삶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성급하게 대충 일을 처리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저 나는 인생의 여러 결정을 내릴 때 질질 끌지 않을 뿐이다. 


내가 판단하는 데 있어서 망설임이 없었던 부분은 사람과의 관계였다. 몇 번의 만남에서 그 사람의 말투와 태도 행동을 보면서 나는 매우 민첩하게 두 가지 부류로 걸러냈다.  

앞으로 만나야 할 사람

앞으로 걸러야 할 사람

너무 짧은 시간에 이런 결정을 하는 게 아닌가라고 있지만 이건 전적으로 직감이다. 영어로 직감을 표현할 때 gut이라는 단어로 표현하는데 직역하면 내장이라는 뜻이다.  그러니까 직감이란 오장육부가 목소리를 내며 메시지를 보낸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부분 내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그건 마치 숨은 보석 같은 가치 있는 주식을 찾아내는 일과도 같은 맥락의 일이었다. 

빛이 나게 아름다울 사람은 배려와 매너와 말을 예쁘게 하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매번 시간을 보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지닌 사람들이었다. 조금 무뚝뚝해 보일 있을지언정 마음의 진심이 태도와 작은 몸짓으로도 표현되는 사람들에게서 나오는 따뜻함에 설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피로감을 느낀다. 늘 자신이 돋보여야 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의 대화는 가볍거나 가치가 없거나 남을 향한 비난의 화살로 흘렀다. 대화에 진심은 없고 상대를 향해 보이지 않는 잣대를 꺼내는 이들은 그게 영악하게 사는 법임을 굳게 믿는 것 같다. 


더 글로리에서 정말 좋아했던 캐릭터는 염혜란 배우였다. "맞고 살아도 나 명랑한 년이에요" 라던 그 대화는 정말 그녀의 캐릭터를 완벽하게 설명해 주었다. 삶이 힘들어도 명랑함을 잃지 않는 사람. 이 사람은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물론 드라마였으니까 가능했을 캐릭터지만, 내가 그녀에게 녹아들었던 것은 초라할지언정 자신의 원래 모습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직감이 틀릴 때도 분명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것이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나 상황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삼는 기준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건 사람에 대한 사랑과 존중과 예의와 진심이다.  낯을 가리고 생각이 많고 감성적인 교감이 중요하고 직관적인 결단으로 상황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명랑한 사람인 나는 소중한 인연은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사람은 귀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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