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amaZ Mar 21. 2024

어떤 친구를 사귀라 할 것인가?

친구를 사귄다는 건 그 사람이 나의 인생에 어떤 흔적을 남긴다는 것이다.

"엄마!  진짜 Chase 친구들 못됐다! 저런 친구들이 어딨어!  아 너무 화가 나!" 


아이와 나는 매일밤 한 두 챕터씩 Restart라는 책을 읽고 있다. 지붕에서 떨어진 뒤 기억을 잃은  Chase는 새로운 친구들과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예전에 알고 지냈던 친구들은 그의 그런 생활이 못마땅하다. 한때 풋볼 챔피언으로 이름을 날렸고 "작고 왜소하고 별 볼일 없는" 친구들을 때리고 괴롭히고 심지어 전학까지 시켰던 녀석이 기억을 잃은 뒤 갑자기 한때 괴롭히던 그 친구들과 어울려 비디오 클럽까지 들어갔으니 맘에 들지 않는다. 


누가 진짜 친구인지 보여주겠어!


Chase의 오랜 친구 Aaron과 Bear는 Chase가 다시 그들의 품에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으로 못된 계획을 세운다. 아무것도 모르던 Chase는 결국 Aaron과 Bear의 사악한 계획에 참여하게 되고 결국 그들의 거짓말에 동의함으로써 퇴학까지 당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벗어나게 된다.  하지만, 그의 변화를 인정해 주고받아준 "왜소하고 별 볼 일 없는" 친구들과 관계는 박살 나버렸다. 


목구멍을 볼링공이 막아버린 것 같은 울컥함이 몰려오지만, Chase 스스로 선택한 거짓말이었기에 억울하다는 말도 하지 못한다.  예전의 나는 참 별로인 사람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그래서 지금의 내가 더 좋지만, 결국 옛날 못된 버릇을 버리지 못하고 아주 나쁜 선택을 했다는 사실에 실망할 뿐이다. 


아이는 침대에 누워 엄마가 읽어주는 책을 읽으며 벌떡 일어나길 반복한다. (비록 엄마의 영어는 한국인의 악센트가 좀 섞여 있으나 감정을 싣어서 읽다 보니 아이가 격하게 반응을 하곤 한다)

아이는 내게 왜 Aaron과 Bear는 이렇게 악하냐고 묻는다.  아이와 책일 읽을 때 가장 기쁜 순간은 책 이야기가 논의의 시간으로 이어질 때다. 그리하여 우린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하는가? 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아이에게 영향력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우리 페인팅할 때 말이야, 물감이 묻은 붓을 물에 씻으면 물이 어떻게 되지?"

"물컵 색이 바뀌어."

"어떤 색으로 바뀌지?"

"내가 썼던 페인트 색깔로 변해"

"맞아.  그 붓으로 어떤 색을 썼느냐에 따라서 물 색깔도 바뀌지. 근데 친구를 사귀는 건 그런 것과도 같은 것 같아. 너도 네 친구가 텀블링을 하기 시작하니까 그걸 따라 하기 시작했지?"

"어.  그런데 내 친구는 너무 잘하고 나는 못해서 텀블링 잘하는 데까지 오래 걸렸어"

"괜찮아~ 넌 엄마 안 닮아서 운동을 잘해~ 지금은 텀블링 잘하잖아"


종종 삼천포에 쏙 빠질 때도 있지만 우린 다시 아까 이어온 대화를 이어간다.


"너는 어떤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고 생각해?"

"음.... 착하고 나쁜 짓 안 하고 정직하고...."

"맞아!  그거야!  사람이 사람을 만날 때는 그 마음들이 다 같이 있어야 우정이란 게 생기는 거야.  아끼는 마음, 소중히 여기는 마음, 함부로 대하지 않는 마음, 좋은 영향력을 끼치고 싶다는 바람 같은 거 말이야.  그걸 지니고 있는 사람들과 만나면 그 우정은 매우 매우 소중히 여겨지고 지켜질 거야.  Aaron이랑 Bear는 그런 마음이 있었을까?"

"아니 없었지!!"

"맞아 없었어.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우리 삶이 바뀌는 거야. Chase가 다시 이 친구들을 만나면서 Chase의 일상이 바뀐 것처럼 친구들은 영향력을 줘.  그래서 좋은 친구를 사귀어야 해. 친구를 만난다는 건 그 사람이 우리의 삶이 흔적을 남긴다는 것과 같은 거야.  마치 물감의 색이 물에 스며들듯이..."


아이는 한참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 

"너는 너의 친구들한테 어떤 친구니? 너는 예쁜 색으로 스며들고 있니?"

"어.  난 그런 것 같아"

"너의 친구들도 너한테 예쁜 색으로 스며들고?"

"어. 서로가 귀찮고 짜증 날 때도 있지만 그래도 우린 서로를 아끼고 잘못하면 미안하다고 말해.  금방 화해하고 또 놀고 웃고 텀블링하고~"


친구를 사귄다는 건 언제나 양보단 질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내 전화기에 저장되어 있다고 한다고 친구가 많다는건 아니다.   전화 한 통 걸어 어제 만난 것처럼 수다를 떨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이다. 

나는  내 아이가 좋은 친구를 사귀길 간절히 기도하지만, 내 아이가 누군가에게 정말 좋은 친구가 되어주길 기도한다. 내 아이가 끼치는 좋은 영향. 내 아이가 가진 아름다운 색이 예쁘게 누군가에게 스며들길 바라니까 말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빠의 도시락 편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