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태도는 늘 선택이다.
강의 마치고 피곤해 절절매는 엄마를 향해 아이는 뜬금없는 말을 한다.
"엄마,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방귀가 뭔지 알아?"
"어?"
"소리가 안나는 방귀래~ 냄새가 엄청 난대~ 큭큭큭"
아이는 난센스 말을 흘리고 후다닥 가버린다.
쟤 왜 저래?라는 말과 함께 저녁식사는 뭘 먹을지 고민한다.
대충 냉장고에서 먹을만한 것들을 골라 저녁 식사를 차리고 우린 식탁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아이는 조잘조잘 말을 잘한다. 학교에서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누가 혼났고 등등...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는 중에 아이에게 도시락 가방을 가져오라고 했다.
아이의 도시락 가방을 꺼내 싱크대에 넣는데 남편의 손글씨 노트가 보인다.
아빠's 10 Facts of the Day!
아빠가 적어주는 오늘의 10가지 사실
1. Daddy is so proud of you.
아빠는 네가 너무 자랑스러워!
2. Daddy loves you so so much (& mommy too!)
아빠는 너를 너무너무 사랑한단다. (엄마도!)
3. Jesus loves you more.
예수님은 널 더 사랑하셔
4. The number #1 goal in life is to love God!
인생에서 첫 번째 목적은 하나님을 사랑하는 거야
5. The number #2 goal in life is to love others!
인생에서 두 번째 목적은 이웃을 사랑하는 거야
6. Today is Tuesday! We have swimming!
오늘은 화요일이야. 우리 수영하는 날이지!
7. Today's weather is 72 degree! So nice!
오늘의 날씨는 화씨 72도야. 좋은 날씨지!
8. Daddy packed your lunch today!
오늘 도시락은 아빠가 싸줬어.
9. You are so smart & lovely!
너는 매우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란다.
10.Farts that smell the worst are the silent ones. (Silent but DEADLY!)
냄새가 지독한 방귀는 소리가 안나는 방귀지! 조용하지만 치명적이지!
남편의 손글씨 노트를 본 나는 기특한 그의 행동에 미소가 지어진다.
남편은 정말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하고 있는가! 그는 아이를 향한 사랑의 표현에 인색해본 적이 없다. 늘 넘치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안아준다. 아이가 원하면 아무리 피곤해도 놀아주고 아이의 친구들을 데려다가 마시멜로를 구워주고 놀이터에 데려가 신나게 놀아준다.
어쩌면 사람들은 그가 사랑을 많이 받아 그렇게 나눌 줄 아는 사람이라 여길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니다. 남편은 아버지의 육체적 정신적 학대와 그것을 외면했던 엄마 밑에서 자랐다. 남편은 아버지가 된다는 것에 대한 큰 두려움이 있었다. 그가 좋은 아버지 밑에서 자라지 못했기 때문에 스스로 좋은 아빠가 되는 법을 새로 배워야만 했다.
나는 어렸을 때 어떻게 사랑받고 싶었는가?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었고
잘한다는 칭찬을 듣고 싶었고
실수해도 괜찮다는 말을 듣고 싶었으며
태어난 것 자체가 축복이란 말을 듣고 싶었을 어렸을 적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며 아이에게 자기가 받고 싶었던 사랑을 전해준다.
남편과 대화를 하던 어느 날 우린 서로의 눈망울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었다.
"어떻게 이렇게 어리고 연약하고 사랑스러운 애를 때릴 수 있었을까?"
남편은 아이를 보며 자신의 상처를 다시 돌아봤고 그것은 다시 너무나 깊은 상처가 되어 돌아왔다.
종종 학대를 받아 자란 어른들은 그 부모를 이해하는 척한다.
사는 게 힘들어서 그랬을 거야.
표현이 거칠어도 사랑해 줬어.
때리긴 했어도 버리진 않았잖아.
술 안 마시면 괜찮았어.
학대하는 부모의 행동에 정당성을 부여해야 자신이 덜 초라해지니까 말이다.
남편은 그의 부모에게 정당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지금도 그 학대의 상처가 깊숙한 상처로 남아있지만, 그들의 행동에 대해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그것은 그가 아버지로서의 존엄을 잃지 않기 위해서다.
비록 나는 학대당했지만, 나는 내 자식에게 당신처럼 그렇게 천박하게 행동하지 않음으로써 당신보다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존엄이니까 말이다.
사랑과 태도는 선택이다.
비록 내 부모는 그러지 못했어도 나는 택할 수 있는 것. 그것은 내 아이에 대한 사랑이자 내 아이를 대하는 태도에 영향을 미친다.
나는 어릴적 어떻게 사랑받고 싶었는가?
나는 어떻게 그 사랑을 아이에게 전하고 싶은가?